일촉즉발의 시간.누군가 뜨거운 물 한 잔을 마침 서슬기의 가슴에 뿌렸다.그녀는 뜨거워서 펄쩍 뛰었고 도수아의 따귀도 때리지 못했다."누구야? 누가 감히 나한테 뜨거운 물을?!"화가 난 서슬기는 씩씩거리며 아래를 보았다. 그곳에는 빈 잔을 들고 있는 도제훈이 보였다.그녀는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듯 도제훈에게 다가가 옷깃을 잡고 따귀를 때리려고 했다.바로 이때!도예나는 높이 휘두른 서슬기의 손목을 낚아챘다. 서슬기는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내가 없는 틈을 타 내 아이들을 괴롭혀?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는데 교양이 없는 건 여전하네."도예나는 서슬기의 손을 뿌리치고는 허리를 굽혀서 도제훈과 도수아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서슬기는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 오장육부가 터질 것 같았다.그녀는 도수아를 가리키며 노발대발했다."네 딸이 내 아들 뺨을 때렸으니까 나한테 맞던지, 아니면 네가 직접 때리든지, 알아서 해!"도예나가 고개를 돌려보니 주태우의 얼굴에 손자국이 보였다.하지만 도수아는 누구를 먼저 괴롭히는 성격이 아니다."엄마, 수아랑 상관없어요." 도제훈이 입을 열었다."주태우가 먼저 수아를 벙어리라고 욕하고 침을 뱉었어요."도제훈은 자책하며 말했다.방금 도진호가 도제훈을 불러 칩에 관한 일을 물어봤다. 자리를 비운 지 5분도 안 되었는데 그사이 도수아가 괴롭힘을 당했다.도제훈은 자기의 잘못으로 도예나가 속상해할까 봐 자책했다.도제훈의 말을 들은 도예나는 화가 올라왔다.그녀가 가장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두 아이를 사생아라고 욕하는 것이고, 둘째는 도수아의 아픔을 비웃는 것이다.그리고 서슬기는 이 두 가지 금기를 모두 건드렸다."짜악!"맑은 따귀 소리가 거실에서 울려 퍼졌다.서슬기는 눈을 크게 떴다."미친년이 감히 나를 때리다니, 죽여버릴 거야!"그녀는 조금도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고 시장 아줌마들처럼 돌진하여 도예나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도예나는 쌀쌀한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
도예나는 이번에 개발한 칩을 서씨 그룹의 제품 프로그램에 끼워 넣으려고 서씨 그룹에 갔다.기사는 차를 운전하고, 그녀와 두 아이는 뒷좌석에 탔다."제훈이는 이따가 수아랑 휴게실에서 놀고 있어. 엄마가 일 다 보면 데리러 갈게. 알았지?"도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수아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당하지 않게 내가 지켜줄 테니 안심하고 일하러 가세요.""예뻐라."도예나는 도제훈의 머리를 쓰다듬고 또 도수아의 얼굴에 뽀뽀했다.도수아의 예쁜 얼굴은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같다. 도예나은 참지 못하고 딸의 얼굴을 꼬집었다."엄마, 왜 몰래 수아 괴롭혀요?"도제훈은 다급히 말렸다.도제훈에게 현장을 잡힌 도예나는 뻘쭘해서 말했다."콜록, 수아 너무 귀엽잖아. 참지 못하고 그만..."갑자기!차가 급정거했다.뒷좌석의 세 사람은 동시에 차 의자에 머리를 박았다.그러더니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죄송합니다, 아가씨. 앞 차를 들이받은 것 같습니다. 바로 내려가서 처리하겠습니다."기사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한 뒤 차 문을 열고 내려갔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살펴보았지만 둘 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그러나 멍하니 있던 수아가 갑자기 차 문손잡이를 잡고 밖으로 힘껏 밀었다.차 문이 비스듬히 열렸다."수아, 여긴 도로야. 차 문 열면 안 돼." 도예나는 차 문을 다시 닫았다.하지만 도수아는 또다시 차 문을 열었다.도예나가 눈치 못 챈 틈을 타서 도수아는 허리를 굽히고 차에서 뛰쳐나갔다.앞 차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내려왔다.보기만 해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남자다. 검은색 슈트를 입은 남자는 피지컬이 좋았으며 찌푸린 미간으로는 차가움이 보였다.서씨 가문의 기사는 처음 보는 남자에게 기가 눌려버리고 말았다.이 남자의 카리스마는 서씨 가문의 가주인 서태형보다 훨씬 더 강했다.기사는 전전긍긍하며 말했다."저의 불찰이니 책임질게요. 혹시......"강현석의 표정은 빙산의 얼음처럼 차가웠다.강현석의 옆에는 보통 기사가 동행했지만 하필 오늘 기사가 중병에
도예나는 그 남자가 강현석이라고 확신했다.‘왜 아니라고 한 걸까?’그녀는 조금 전에 발생한 일을 다시 곱씹더니 얼굴이 굳어졌다.‘강현석 씨 설마 내가 수아를 이용해 자기한테 접근했다고 생각한 거야?’‘사람이 저렇게 나르시시즘에 빠져도 돼?’도예나는 이미지고 뭐고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눈을 부릅떴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품속의 도수아를 보았다. 수아의 시선은 강현석의 차에서 떠나지 않았다.그녀는 도수아의 의외의 행동이 의아했다."수아야, 아까 아저씨 알아?"하지만 도수아는 그녀의 질문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차가 도로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수아는 시선을 돌려 순순히 도예나의 목을 안았다.도예나는 기사의 손등을 보며 자책했다."죄송해요. 수아가 초조하면 사람을 물어요. 일단 함께 병원에 가서 약이라도 발라야 할 것 같아요..."기사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아이가 사람을 무는 게 정상이죠. 우리 아들도 자주 물어요. 괜찮아요, 아가씨. 빨리 차에 타시죠."도예나는 깊은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줄곧 도수아의 이 버릇을 고쳐주려고 했으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차는 계속 달리다가 이내 서씨 그룹의 입구에서 멈췄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휴게실로 데려온 뒤 도제훈에게 도수아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고 사무실로 향했다.오늘 그녀와 함께 제품 프로그램에 칩을 끼워 넣을 사람은 서씨 가문 큰 사촌 오빠 서지우이다.서지우는 8살 때부터 해외로 유학하러 갔고 매년 많아야 한 번 귀국했다. 도예나는 4년 전에도 그와 별로 친하지 않았다.그러나 서지우의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서씨 가문 십여 명의 또래 중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없었다."나나야, 일단 코드부터 보여 줘."서지우는 사업가답게 만나자마자 일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도예나도 세심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하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곧 한 페이지의 코드가 그녀의 손끝에서 탄생했다.서지우도 프로그래밍 전공이다.그는 스크린에 있는 일련의 코드
누군가 응접실의 문을 열었다.화이트 핑크의 정장을 입은 여자가 여유 있게 안으로 걸어들어왔다.까맣고 풍성한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빗어넘기고 옅은 화장이지만 빨간 입술의 예쁜 여자였다."서씨 그룹 점점 더 오만해지네요. 감히 파트너를 30분 가까이 내버려 두다니..."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머리를 돌린 도설혜는 갑자기 하던 말을 멈췄다.그녀는 여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 여자의 눈썹과 눈, 그리고 얼굴의 윤곽선은 도예나과 완전히 똑같다.‘근데!도예나는 4년 전에 죽은 거 아니었어?화재 아니면 강에 뛰어들어 자살했다고 했는데!왜... 왜 갑자기 나타났을까?’"너... 너... 사람이야 귀신이야?"도설혜는 창백한 얼굴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비록 직접 도예나를 죽인 건 아니지만, 도예나는 분명 그녀 때문에 죽었다. 4년 전 그녀는 이 일로 자주 악몽을 꾸었다.꿈에서 도예나는 늘 귀신이 되어 그녀를 찾아와 목숨을 갚으라고 했다."내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귀신이었으면 좋겠어?"도예나는 터벅터벅 걸어들어와 아무렇지 않은 듯 소파에 앉았다.그녀의 차가운 웃음, 쌀쌀한 눈빛은 도설혜를 얼어붙게 했다.도예나는 매서운 눈빛으로 도설혜를 노려보았다."너, 너 안 죽었어!" 도설혜는 놀라움에 몸서리를 쳤다."너 살아있었어! 도예나, 너 왜 아직도 살아있어!"출산하는 날 대출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큰 화재도 불구하고,강에 투신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죽지 않았다!‘이 천박한 년이, 왜 이렇게 목숨이 질긴 거야!’"왜? 실망했어?"도예나가 여유롭게 말했다."우리 친자매잖아. 내가 살아 돌아온 게 기쁘지 않아?"그녀는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고 예리한 눈빛으로 도설혜를 노려보았다.갑자기 도설혜의 머릿속에는 강세윤의 모습이 떠올랐다.도예나의 표정은 강세윤과 완전히 똑같았다!만약 강세윤과 도예나가 만나게 된다면...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도설혜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애써 자기의 손바닥을 꼬집으면
도예나가 살아 돌아오니 도설혜은 자기가 서씨 그룹에 온 목적을 잊어버렸다.그녀는 다급히 서씨 그룹을 떠났다.1층 휴게실에서 도제훈의 시선이 도설혜의 뒷모습으로 향했다.도제훈은 도설혜가 도예나의 이복동생이고 4년 전 도혜나를 궁지로 몰아 해외로 도망가다시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도설혜, 바로 그 도씨 가문의 후계자?’흥!도제훈은 코웃음을 쳤다.이내 도제훈은 머리를 돌려 휴게실에 놓여 있는 컴퓨터를 보더니 그쪽을 향해 걸어갔다.도수아는 카펫에 앉아 그림책을 보느라 도제훈의 움직임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완전히 자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도제훈은 컴퓨터를 켰다. 비록 사양이 좀 낮긴 했지만 작은 수작을 부리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도제훈의 길쭉한 손가락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자 컴퓨터 화면이 파란색으로 변하더니 코드가 한 줄 한 줄 나왔다.도예나는 코딩 고수이다.그리고 도제훈은 코드를 해독하는 고수, 해커이다.도제훈은 도씨 그룹의 웹사이트를 쉽게 공략했다.그는 사이트의 모든 고객 자료를 복사한 후에 해외 사이트에 공개해 버렸다.곧이어 도제훈은 부호 하나를 약간 수정했다.도씨 그룹의 홈페이지는 바로 터져버렸다.인터넷 시대에 한 대기업의 공식 홈페이지가 터진다는 것은 회사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충분했다.도씨 그룹에서 시스템을 고장 처리하기도 전에 해외에서 소식이 전해져 왔다.모든 고객의 명단이 유출되었다!도씨 그룹의 주가는 30분 만에 10포인트 하락했다.도제훈은 한가로이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면서 냉소를 지었다.이것은 단지 작은 응징일 뿐.다시 도예나를 건드린다면, 도제훈은 도씨 가문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불현듯.보송보송한 머리 하나가 다가왔다.도제훈이 고개를 돌리자 도수아가 어느새 그의 곁에 다가왔다.도수아의 동그란 두 눈은 초롱초롱한 것이 마치 맑은 샘물 같다.도수아의 두 눈은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도제훈은 경제 뉴스는 지루하다는 듯이 컴퓨터 스크린
이른 봄의 아침 공기는 약간 쌀쌀했다.도예나는 두 아이를 노부인에게 맡겨 직접 돌보게 하고서야 묘원으로 출발했다.그녀가 외출하자마자 뒤에서 도제훈의 목소리가 들렸다."엄마, 오늘 외출할 때 반드시 조심해요."도제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도제훈은 왠지 모를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도예나는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엄마 일 끝나면 바로 돌아올 거야."그녀는 도제훈이에게 묘원에 간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그 두 아이에 관한 것은 그녀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진 비밀이었다.도제훈에게 두 형이 태어나자마자 죽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도예나는 노부인이 준비해 준 차로 움직였다.묘원은 성남시의 가장 외진 교외에 있었다. 도예나는 한 시간을 넘게 운전해서야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검은색의 긴 치마를 입은 도설혜가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언니, 드디어 왔네..."도설혜는 가증스럽게 슬픈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더니 차갑게 말다."안내해.""언니, 혹시 혼자 왔어?"도설혜가 느릿하게 말했다."아니면?"도예나는 싸늘하게 반문했다.그녀가 성남을 떠난 지 4년 만에 모든 인맥이 끊어졌다.유일하게 그녀를 지켜주고 있는 사람은 노부인뿐인데, 그녀는 노부인을 이런 곳에 모셔 와서 슬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도설혜는 음모를 숨기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 언니, 우리는 언니가 죽은 줄 알고 아이들 옆에 언니 묘비까지 세웠지 뭐야... 언니가 떠나간 이후로 아빠는 매일 눈물을 흘리셨어. 어제저녁에 아빠한테 언니가 아직 살아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시던지...""그래? 저렇게 좋아하셨는데 왜 오늘 너랑 같이 날 만나러 오지 않았대?"도예나는 단번에 도설혜의 거짓말을 폭로했다.도설혜는 표정이 잠시 굳어졌지만 여전히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어젯밤 아빠가 너무 흥분하여 혈압이 오르다 보니 아침 일찍 병원에 가셨어... 아빠가 언니를 보고 감
도설혜는 도예나가 갑자기 뒤 돌아설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자기의 목을 조를 거라는 것은 더욱 예상치 못했다."너,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빨리 이 손 놔!"도설혜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도예나는 도설혜의 목을 조른 손에 천천히 힘을 주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네가 사람을 데리고 올 줄은 몰랐는데?""나 그런 적 없어!" 도설혜는 한사코 부인했다.그때,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던 도씨 가문의 경호원들이 도설혜가 제압당한 것을 발견하곤 바로 달려 나와 두 사람을 포위했다.도예나가 쓱 훑어보니 대략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그녀를 에워싸고 있었다도예나를 죽이기 위해 도씨 가문에서 이리도 많은 사람을 보내다니, 정말 신경을 많이 쓰긴 쓴 모양이다.비록 4년 동안 해외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한 태권도를 배웠다고는 하지만 동시에 이 많은 경호원을 상대할 방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도예나는 몸을 홱 돌려 오른팔로 도설혜의 목을 감았다.그녀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내가 나타나자마자 내 목숨을 노려? 내가 후예자 자리라도 빼앗을까 겁나?"한편 목을 졸린 도설혜는 하마터면 그 고통에 기절할 뻔했다그녀는 이를 꽉 깨물며 말했다. "도예나, 너 미쳤구나, 감히 내 목을 졸라, 죽고 싶어 환장했어?""4년 전에 난 이미 네 손에 한 번 죽었어. 그런데 이번에도 내가 꼼짝 못 하고 당하고 있을 것만 같아?" 도예나의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이 짙게 배어 있었다. "네가 그렇게 도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신경 쓰니 내가 반드시 빼앗아 와서 소중한 걸 빼앗기는 기분을 알게 해줄게!"도설혜의 가슴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도예나는 더는 4년 전의 도씨 가문의 천방지축인 큰 아가씨가 아니다.문뜩 도설혜는 도예나가 진짜 도씨 가문 후계자 신분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만약, 이 천한 년이 그 두 아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다면, 그렇다면...’도설혜는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곳은 인근의 어반플레이스인 리버가든이다.리버가든은 성남시 재벌이나 정치인들이 여유시간에 모임을 하는 장소로서 이곳에 나타나는 사람이라면 다들 내놓으라 하는 인물이다.한 무리의 사람이 강가에서 낚시하고 있다."강현석,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고기 왜 너한테만 몰려가? 우리는 한 마리도 못 잡았어!"손동원은 강현석의 낚시통을 힐끗 쳐다보더니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강현석은 아무렇지 않게 낚싯대를 들고 강가에 앉아있었다.초봄의 햇살은 편한 차림의 강현석을 더 눈부시게 빛나게 해준다.이곳에 여자가 없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반드시 비명과 환호 소리가 울려 퍼질 게 분명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손동원이 말했다. "이 얼굴이 어떻게 사람이야? 이젠 우리 집에 오지 마!"겨우 열다섯밖에 안된 손동원의 여동생은 이미 강현석에게 빠져 매일 뒤꽁무니만 쫓고 있으니 앞으론 어찌하면 좋을지...말을 끝낸 손동원이 머리를 돌려 강을 바라보는 순간 갑자기 멈칫하더니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 인어가 산다는 말은 없었잖아!"이민성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조용히 해봐, 놀라서 다 도망가 버려!""이 상황에 뭔 낚시야. 저기 좀 봐봐. 저기 인어있잖아!"리얼한 손동원의 말에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손동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향했다.손동원의 말대로 맑은 강물 속에 한 여자가 있었다!"혹시 여기 사장이 인어 쇼 뭐 이런 거 시킨 거야?""인어 쇼면 하다못해 인어 옷이라도 입어야지…."그들의 수군거림 속에 물속의 여자가 불쑥 고개를 들었다.물속에서 나온 여자의 얼굴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 물방울들은 햇빛 아래서 더욱 눈부시게 빛났다.."야, 대박 예뻐!""장난 아니야! 성남시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또 있었다고?""저 여자 얼굴 왠지 조금 낯익은 것 같지 않아?""닥쳐, 손동원 너 같은 바람둥이는 예쁜 여자만 보면 다 낯익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마자 도예나는 대화 소리를 들었다.다만 거리가 좀 멀어서 그녀는 그 사람들이 정확히 무슨 말을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