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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모든 걸 내팽개치고 달려가는 사람은 아빠잖아요.’

현석이 빠르게 별장을 벗어나는 모습을 본 수아는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4년 동안 제일 힘들어 한 사람이 바로 아빠였다.

네 아이는 서로를 껴안고, 함께 울고 위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절대로 그들 앞에서 취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거대한 산처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현석 덕분에, 아이들은 언젠간 엄마가 꼭 돌아올 거라고 믿고 기다렸다.

……

성수시.

동이 트고, 해가 서서히 떠올랐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성수시는 여씨 가문 노부인의 팔순 잔치로 시끌벅적했다. 수많은 고급 인사들이 참여한 팔순 잔치는 성수시의 5성급 호텔에서 열렸다.

지연은 백소은과 함께 아침 일찍 연회장을 찾았다. 박정순은 연회장의 휴게실에서 친척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머님, 지연이 왔어요.”

백소은이 미소를 지으며 휴게실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정순은 백소은을 반갑게 맞았지만, 지연을 향해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너는 무슨 일로 온 거니?”

지연은 퉁명스러운 박정순의 태도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리고 손에 쥔 백자 다도 세트를 건넸다.

“할머니께서 요즘 다도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해서, 지인을 통해 구해온 백자 다도 세트에요. 최고급 자기로 만든 다도라 차향이 더 좋을 거예요.”

박정순은 콧방귀를 뀌었다.

“예나야, 자기는 청화백자가 제일 좋은 거란다. 내가 전에 쓰던 자기는 이천의 명장이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만든 거야. 색감과 질감에서 대대손손 전통으로 이어온 명장이 만든 게 티가 나지. 이 백자 다기가 뭐라고, 지인에게까지 부탁해서 가져온 건지 모르겠구나.”

박정순의 말은 평범한 백자 다도는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지연이 백자 주전자의 뚜껑을 열었고, 은은한 차향이 휴게실 안으로 퍼졌다.

미소를 지은 지연이 말을 이었다.

“조선 왕실에서부터 이어 내려온 최고급 자기입니다. 사용된 지는 벌써 100년이 넘었으며, 차 벽에 남은 차향은 뚜껑만 열어도 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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