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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지연의 머릿속에는 3년 동안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백소은은 자기 친딸 여지수를 애지중지 아꼈지만, 양딸인 지연에게도 전혀 부족한 것 없는 보살핌을 주었다.

지수가 가진 건 지연도 가졌다.

지연의 방은 지수의 것과 똑같은 평 방수와, 똑같은 가구로 모든 게 일치했다.

백소은이 지연에게 잘해줄수록, 지연은 자신이 이런 보살핌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를 고민했다.

백소은이 아낌없이 주는 사랑에 지연은 여씨 가문에 남았고, 여태껏 그곳을 떠나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일은…….”

“네가 권석훈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서 다른 혼사를 알아봐야 했어. 민기가 아직 철이 없어 그렇지 나쁜 아이는 아니야.”

백소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꿋꿋이 말을 이었다.

“네가 만약 민기와 결혼을 한다면, 내가 평생 널 지켜줄 수 있어.”

지연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이 일에 있어 할머니 의견을 물어보셨나요? 큰어머니는 요? 아니면 여민기의 의견이라도 물어보셨어요?”

백소은이 침묵하자 지연이 말을 이었다.

“당사자의 의견은 하나도 묻지 않고 어머니 멋대로 이 상황을 만들고, 큰어머니가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결과일지 생각해 보셨어요? 큰어머니 눈에 저는 별 볼 일 없는 양녀일 텐데, 어떻게 감히 가문의 작은 도련님과 결혼할 수 있겠어요? 어머니의 계획대로 됐다면 여씨 가문의 두 아들 사이가 악화하고, 가문에 분열이 생길 수도 있었어요. 우리 가문을 노리는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조금의 분열이 보인다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에요.”

“지연아,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백소은이 입술을 달싹였다.

이 일은 여진태의 허락을 받았었다. 여진석, 여진태 두 형제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계획이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었던 건데, 이 혼사에 이경은의 의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백소은은 생각했다.

“지연아, 넌 이렇게 예쁘고 능력도 있는데, 왜 민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짝이라고 할 수 있겠어? 절대 너 자신을 의심하지 마!”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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