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문을 박차고 들어와 여진태의 두 손에 수갑을 채우자, 현장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여진태는 여씨 그룹의 대표로, 성수시에서도 높은 명성을 쌓아왔다. 오지성 국장이 그나마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여진태 대표님, 잠시 서로 가셔서 차 한잔 마시며 조사를 받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한 조사가 끝나면 바로 돌아가실 수 있으세요.”“오지성 국장, 할 말 있으면 좋게 좋게 하세.”박정순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조사해야 할 일이 있다면 우리 여씨 그룹은 얼마든지 협조할 테니, 굳이 서로 이동하지 않는 게 어떻겠는가.”경찰서로 출석한다면 명성에 얼룩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씨 그룹에 작은 오점이 생긴다면 성수시에서의 지위가 한층 꺾이는 건 시간문제였다.오지성 국장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저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상대가 성남시 거물이라서요. 위쪽에서 조사해야 한다고 지시하니 어쩔 수 없이 조사할 테지만, 너무 큰 걱정은 마세요. 별문제가 없다면 바로 돌아오실 수 있을 거예요.”오지성 국장이 손을 흔들자, 젊은 두 경찰이 바로 여진태를 양옆으로 끼고 밖으로 호송했다.여진태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덤덤하게 말했다.“이 프로젝트는 권씨 그룹, 차씨 그룹, 이씨 그룹이 함께 참여한 거예요. 어머니가 연락 좀 돌려주세요.”그리고 여진태는 경찰차 안으로 올라탔다.이경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멀쩡하던 프로젝트에 왜 갑자기 일이 생긴 거예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예요?”이경은이 바로 김성희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권씨 그룹이 제일 큰 투자자인데, 권씨 그룹은 왜 아무 문제가 없는 거예요?”김성희는 빠르게 손을 빼냈다.“조사 협조일 뿐인데 사모님, 너무 당황해 마세요. 오늘 연회도 이쯤이면 끝이 난 것 같으니, 저희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김성희가 발걸음을 돌리자 다른 손님들도 빠르게 연회장을 벗어났다.시끌벅적하던 연회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여진석이 핸드폰을 들고 나타났다.“사람을 찾아 물어보니, 어제
박정순 팔순 잔치는 그렇게 갑작스레 끝이 났다.여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큰 집으로 모여 초조한 얼굴로 소식을 기다렸다.밤 9시가 되고, 여민우와 여민기는 피곤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왔다.“성수시 수많은 가문이 성남시에서 온 거물을 한번 만나겠다고, 호텔 밖에서 줄을 섰어요.”여민우가 실망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8시 반이 넘어서자, 모든 사람이 호텔 밖으로 내쫓아졌어요. 성수시 시장도 거물을 만나지 못 했다고요.”이경은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대체 누군데 시장까지 호텔을 찾아간 거야?”“성남시 강씨 그룹 대표.”여진석이 물었다.“강씨 그룹이라고 다들 들어본 적 있어?”이에 박정순이 고개를 끄덕였다.“성남시에 있는 세계 1위 그룹인 강씨 그룹을 누가 몰라? 강씨 그룹은 지금껏 해외나 국제도시에만 투자를 해왔는데, 왜 우리 성수시처럼 작은 도시를 찾아왔지?”“우리 프로젝트의 배수 지역을 바로 강씨 그룹이 인수했어요.”여민우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강씨 그룹이 성수시에서 발을 붙이려고 제일 먼저 우리 여씨 그룹을 과녁으로 돌린 모양이에요. 지금 성수시 다른 그룹들은 그 다음 순서가 본인이 될까 봐 걱정하고 있어요.”“그러면 이젠 어쩌면 좋아요?”이경은이 발을 동동 굴렀다.“진태 씨는 아직 경찰서에 있어요. 몸도 안 좋은 사람이 추운 방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면, 허리와 무릎 고질병이 또 도질 텐데.”여진석이 고개를 들었다.“내부 직원에게 물어보니, 강씨 그룹이 성수시에 구축한 인터넷 시스템이 3시간 전 해킹 당했다고 하더군요. 기밀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 보니 강씨 그룹은 아마 보안에 모든 신경을 돌렸을 겁니다. 우리 여씨 가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예요.”여민기가 눈을 반짝였다.“작은아버지 뜻은, 강씨 그룹이 눈치채지 못하게 아버지를 경찰서에서 빼낼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무슨 생각 하는 거야!”여민우가 여민기를 노려보았다.“작은아버지 말씀은 우리가 강씨 그룹을 도와 보안 문제를 해결한다면 강씨 그룹에게
“닥쳐!”여지수가 여민기를 노려보았다.“우리 가문에서 사고를 제일 자주 저지르는 네가 할 말은 아니지 않아?”“그만하거라!”박정순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말다툼이나 하고 있어? 다들 조용히 하고 방으로 돌아가서 쉬거라.”그날 밤, 여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큰 집에서 묵었다.이튿날 아침, 여민우는 여지연, 여지수와 함께 호텔로 향했다.성수시 5성급 호텔 앞으로 기자들이 우르르 모여 있었다. 크고 작은 대포 카메라를 멘 기자들은 오매불망 호텔 입구를 바라보았다.기자를 제외하고, 성수시 다른 가문 사람들의 책임자들도 문 앞을 지켰다.지연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권씨 그룹, 이씨 그룹, 차씨 그룹…… 이번 프로젝트 투자자인 그룹 책임자들을 보았다.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자, 모든 책임은 여씨 그룹이 떠안게 만든 장본인들이었다.한때는 우호적인 파트너였지만, 오늘날 호텔 입구에서 마주쳐도 서로 인사도 주고받지 않았다.“강씨 그룹 대표는 언제쯤 나와요?”하룻밤을 꼬박 지새운 기자가 직원에게 물었다.“대표님은 아직 많은 회의가 잡혀 모든 손님을 받지 않고 계십니다. 호텔을 떠날 계획도 없으시니 다들 돌아가시죠.”직원의 말에 현장 모든 사람이 실망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여민우가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내가 직원과 몇 마디 해볼 게요.”여민우가 직원에게 발걸음을 옮겼다.“강씨 그룹이 성수시에 건립한 인터넷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전해 들었어요. 천재 해커를 모시고 왔는데, 대표님을 만나 뵐 수 있을까요?”직원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답했다.“오늘 이곳을 찾은 대부분 가문 사람이 해커를 데리고 왔어요. 그 사람들에게 모두 기회를 준다면 강씨 그룹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나요? 이 일은 더 이상 마음 쓰지 마시고 이만 돌아가세요.”직원은 이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그때, 강현석을 모시는 정재욱 비서가 아래층으로 내려왔고, 직원은 정재욱에게 물었다.“비서님, 이 사람들은 호텔 입구를 에워싸고 떠날 생
“여러분 너무 조급해 마세요.”정재욱이 손을 올리자 소란스럽던 현장이 갑자기 조용해졌다.“강씨 그룹이 성수시 프로젝트에 투자하고자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에 투자할지는 아직 의논 중이며, 초기 작업이 준비되면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니, 잠시 기다려주세요.”강현석과 오랜 세월 함께한 정재욱의 카리스마도 장난이 아니었다.정재욱이 입을 열자, 사람들은 조용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어떤 기자들은 고분고분 카메라와 마이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정재욱이 계단 아래로 내려와 여진석을 향해 걸어갔다.“여진석 대표님이신가요?”여진석은 조금 어안이 벙벙해서 대답했다.“네, 네, 맞습니다.”“어제 강현석 대표님이 여진석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어 했지만, 시간을 낼 수 없어 만나 뵙지 못했습니다. 여진석 대표님 안으로 들어가시죠.”정재욱이 공손하게 말했다.정재욱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여씨 그룹이 강씨 그룹에게 밉보였다는 게 사실인가 봐.][여씨 그룹 대표는 이미 경찰서에 잡혀갔다 던데, 다음은 부대표인가 보네.][여씨 가문도 성수시에서 손에 꼽히는 가문인데, 겨우 강씨 그룹 비서 앞에서 이렇게 비굴한 모습을 보이다니.][강씨 그룹은 세계 1위 그룹인데, 여씨 가문 따위가 다 뭐람.][여씨 그룹 곧 망할 건가 봐.][성수시에도 천지개벽이 일어날 건가 봐].……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은 여진석의 얼굴이 창백 해졌다.고개를 숙인 여진석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너희 둘은 먼저 돌아가거라. 내가 안으로 들어가 볼 게.”“아빠, 설마 아빠도 잡혀가는 건 아니겠죠?”여지수는 울 망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그냥 돌아가요, 네?”큰아버지가 이미 잡혀갔는데, 아버지까지 잡혀가면 여씨 가문은 바로 망하는 길이었다.“울긴 왜 울어?”여진석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지연이를 좀 봐, 얼마나 침착한지.”“친딸이 아니니까 나처럼 불안하지 않은 거겠죠!”여지수는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아빠, 저도 같이 가요!”여진석이
현석이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지연에게 말했다.지연과의 거리가 한걸음 정도 남을 때, 발걸음을 멈춘 현석이 허리를 살짝 숙였다.두 눈을 감고 향을 맡은 현석이 물었다.“여지연 씨는 무슨 향수를 애용하세요?”지연이 인상을 찌푸리고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지연은 강현석이 자신을 향한 눈빛이 수상하다고 생각했다.‘비록 이 사람이 왠지 익숙하지만, 그렇다고 나한테 함부로 대해서는 안 돼.’지연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뒷걸음을 치다가 발목이 삐끗했다. 그 순간 단단한 팔이 지연의 허리를 감쌌다.바로 몸을 돌려 품에서 벗어나려 는데, 현석이 손을 들고, 핑거 스냅을 했다.스냅 소리가 지연의 귓가에 윙윙 울리고, 점점 머리가 새하얘졌다. 그리고 지연은 순식간에 기절해 버렸다.“예나 씨.”“드디어 찾았어요.”현석이 나른해진 지연을 품에 안고,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그가 찾아 헤맨 도예나가 맞았다.느껴진 살냄새가 4년 전 그녀와 일치했다.지연의 어깨에 머리를 묻고 냄새를 맡다가, 점점 키스로 변질되었다. 그녀의 목부터 입술까지, 현석은 잘근잘근 입에 물었다.“세상에!”“저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스위트 룸이 벌컥 열리더니, 금발 소년이 걸어왔다.눈앞의 광경에 소년은 다급하게 두 눈을 가리고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이리로 와봐요.”현석이 키스를 멈추고, 덤덤하게 말했다.“대표님, 하던 거 계속하세요. 저는 정말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요. 볼일이 끝나면 다시 올 게요.”현석이 지연의 옷매무시를 정리해 주며, 살 끝 하나 보이지 않는 상태로 되돌리고 말했다.“피터, 무슨 상황인지 봐줘요.”피터는 4년 전 예나와 사이가 좋던 정신과 의사였다. 그의 전공이 바로 최면술이었다.피터는 방으로 돌아가 도구를 챙겨 다시 왔다.소파에 누운 여자를 보며 피터가 말했다.“정말 도예나 씨네요. 4년 전 얼굴과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아마 흉터 제거 수술을 받은 모양이에요. 대표님, 일단 최면술로 도예나 씨를 깨우겠습니다.”
“강현석 대표님, 기억은 최면으로 봉인된 게 아닌 것 같습니다.”피터의 표정이 심각했다.“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으신 것 같습니다. 이 경우 최면을 여러 번 더 진행해 기억을 찾을 수 있지만…….”피터가 잠시 뜸을 들였다.현석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과거의 사람을 떠올리면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지세요. 마이크로 칩의 후유증이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에요. 기억을 강제로 되돌리면 아마도…….”현석과 예나는 4년 전 막다른 골목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었다.현석이 들어갈 수 없고, 예나는 나올 수 없는 그곳에서 두 사람은 지쳐갈 것이다.“대표님, 도예나 씨가 기억을 잃었다면 그냥 다시 시작하는 게 어때요?”피터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전에 무녀가 피를 교체하면 후유증을 지울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 수술은 자칫하면 수술대에서 목숨을 잃을 리스크가 있는데, 지금 기억을 잃은 것도 후유증에서 벗어날 좋은 방법이에요.”현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이 일은 일단 비밀로 해 둬요.”현석은 지연에게 과거의 일을 밝히지 않을 수 있었으나, 네 아이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피터가 고개를 끄덕이고, 짐을 챙겨 방을 나섰다.현석은 소파 앞으로 허리를 숙이고, 흐트러진 지연의 머리를 정돈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조용히 쓰다듬었다.그는 밤새 지난 3년 동안 여씨 가문과 지연에게 있었던 일을 모조리 조사했다.3년 전, 갑자기 나타난 예나는 무슨 이유인지 여씨 가문 양녀가 되었다.중간에 사라진 1년은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1년을 찾아낸다면 예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예나 씨…….”“예나 씨…….”현석은 예나의 얼굴을 매만지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예나 씨…….”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지연의 귓가에 들려왔다.새벽의 안개가 가득 찬 바닷가에 서 있는 것처럼, 방향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때, 안개의 끝에서 긴 몸집이 보였다.그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저 사람
현석은 본인이 이렇게 쓰레기 같은 짓을 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 한구석 목소리는, 지연은 결국 자기 아내이니 괜찮다고 다독였다.그러다 보니 현석은 지연이 잠을 자는 틈을 타, 또 몰래 그녀에게 키스했다.키스 한 번에 불붙은 마음은 좀처럼 진정시킬 수 없었고, 그는 탐욕스럽게 더 많은 것을 탐했다.“죄송해요.”현석이 자기 정장 외투를 벗어 건넸다.지연은 외투를 바닥으로 걷어차고, 본인의 셔츠 단추를 다시 잠갔다. 차가운 미소를 지은 지연이 말했다.“강씨 그룹 대표가 이런 사람일 줄은 정말 몰랐네요!”현석은 바로 풀이 죽은 얼굴로 말했다.“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어요, 죄송해요.”진심으로 사과하는 그의 모습에 지연은 화를 내고 싶으나 또 화를 낼 수가 없었다.“이게 죄송하다는 말로 해결이 되는 일인가요?”지연이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지연은 자기 입술이 조금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거울로 확인하지 못했으나 기절했을 때, 본인에게 강제로 키스했을 거라고 짐작이 갔다.기절!지연의 얼굴이 더 굳어졌다.“대체 내게 무슨 짓을 했기에 내가 기절을 한 거예요?”“눈가 다크서클이 짙어요. 아마 어젯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것 같아서, 잠시 휴식할 수 있게 해줬어요.”현석의 목소리는 낮지만 부드러웠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먹물이 도화지에 천천히 퍼지는 것처럼 끈적거렸다.지연이 차가운 얼굴로 입술을 매만졌다.‘내가 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는데! 강씨 그룹이 여씨 그룹에 큰 죄를 뒤집혀 씌웠으니 잠에 들 수가 없었지!’그 장본인이 바로 지연의 눈앞에 버젓이 서 있었다.지연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강현석 대표님, 여씨 그룹의 풍력 발전 프로젝트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 규정 내의 폐수를 배출시켰고, 모든 수치는 정상적인 범위내에 있어요. 강씨 그룹의 신고는 너무 터무니가 없어요. 대체 여씨 가문이 강씨 그룹에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시는 거예요?”이런 그녀의 모습에 현석의 표정이 조금 멍해졌다.현석은 처음 만났던
지연은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기절했고, 기절한 사이 현석은 자신을 탐했다. 만약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면, 현석은 그녀를 더 많이 탐했을 것이다.“강현석 대표는 정말 변태 같네요.”지연이 차갑게 비꼬았다.“저 하나 만나겠다고, 이런 일을 꾸미다니.”“여지연 씨, 너무 깊게 생각한 것 아니에요?”현석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여지연 씨를 만나겠다고 제가 성남시에서 날아오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여지연 씨는 확실히 제 취향이 맞긴 해요. 관심이 있다면 제 비서를 하는 게 어때요? 그러면 여씨 그룹을 봐줄 수도 있고요.”지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현석의 차가운 얼굴에는 아직도 지연이 날린 손가락 자국이 남아있었다.현석의 신분으로 얼마든지 지연에게 복수를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그렇다면 지연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현석이 말하는 비서는, 아마도 평범한 비서가 아닐 것이다.지연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그 제안은 조금 더 고민해 볼 게요.”“그러세요.”현석이 입꼬리를 올렸다.“내일 저녁 성수시를 떠날 예정이에요. 그전에 생각 정리를 마치 시길 바라요.”지연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인사도 없이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현석은 자기 입술을 계속 매만졌다.아직도 지연 입술의 달콤한 향이 맴돌았다.‘예나 씨,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오게 할 거에요.’지연이 방문을 나서자 여진석과 여 여지수가 앞으로 다가왔다.“지연아, 강현석 대표가 뭐라고 했어?”여진석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너, 지연아, 무슨 일 있었어?”여진석의 시선이 조금 부은 지연의 입술과, 옅게 자국이 남은 목을 향했다.여진석은 바로 이 방문 안에서 어떤 일이 생겼는지 짐작이 갔다.‘어쩐지 한 시간이 넘도록 나오지 않더라니.’“언니, 설마, 설마…….”지수가 입을 막고 말했다.“강씨 그룹 대표와 잔 거예요?”지연이 지수를 흘겨보며 말했다.“강현석 대표가 나한테 약을 먹였어.”본인이 여씨 가문을 위해 희생된 것을 숨길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