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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강현석 대표님, 기억은 최면으로 봉인된 게 아닌 것 같습니다.”

피터의 표정이 심각했다.

“불의의 사고로 기억을 잃으신 것 같습니다. 이 경우 최면을 여러 번 더 진행해 기억을 찾을 수 있지만…….”

피터가 잠시 뜸을 들였다.

현석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과거의 사람을 떠올리면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해지세요. 마이크로 칩의 후유증이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모양이에요. 기억을 강제로 되돌리면 아마도…….”

현석과 예나는 4년 전 막다른 골목으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었다.

현석이 들어갈 수 없고, 예나는 나올 수 없는 그곳에서 두 사람은 지쳐갈 것이다.

“대표님, 도예나 씨가 기억을 잃었다면 그냥 다시 시작하는 게 어때요?”

피터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전에 무녀가 피를 교체하면 후유증을 지울 수 있다고 했잖아요. 그 수술은 자칫하면 수술대에서 목숨을 잃을 리스크가 있는데, 지금 기억을 잃은 것도 후유증에서 벗어날 좋은 방법이에요.”

현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일은 일단 비밀로 해 둬요.”

현석은 지연에게 과거의 일을 밝히지 않을 수 있었으나, 네 아이는 확신할 수가 없었다.

피터가 고개를 끄덕이고, 짐을 챙겨 방을 나섰다.

현석은 소파 앞으로 허리를 숙이고, 흐트러진 지연의 머리를 정돈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조용히 쓰다듬었다.

그는 밤새 지난 3년 동안 여씨 가문과 지연에게 있었던 일을 모조리 조사했다.

3년 전, 갑자기 나타난 예나는 무슨 이유인지 여씨 가문 양녀가 되었다.

중간에 사라진 1년은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1년을 찾아낸다면 예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예나 씨…….”

“예나 씨…….”

현석은 예나의 얼굴을 매만지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예나 씨…….”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지연의 귓가에 들려왔다.

새벽의 안개가 가득 찬 바닷가에 서 있는 것처럼, 방향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때, 안개의 끝에서 긴 몸집이 보였다.

그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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