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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1화

“어머님, 연회가 끝나면 민기를 시켜 집으로 모실 게요.”

여씨 가문 첫째 며느리, 이경은이 입을 열었다.

“어머니, 안에 들어가서 쉬고 계세요. 백자 다기로 차를 끓여 올 게요.”

방안의 지연이 눈썹 한쪽을 치켜세우고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일부러 박정순을 이곳으로 유인해, 지연과 여민기의 여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하려는 계획인 듯싶었다.

‘그렇다면 내 명성을 무너뜨리거나, 민기와 날 결혼시키려는 목적일 텐데. 대체 누가 이런 짓을 계획한 거지?’

딸깍-

문이 가볍게 열렸다.

“어머나, 지연아. 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

이경은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너 혼자 여기 있었던 거야?”

지연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

“그럼 누가 더 있어야 하는데요?”

“아니, 왜 네가 혼자 이곳에 있는지 물어본 거야.”

이경은이 지연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연회장 안에 손님들이 아직 많은데, 여기에서 뭘 하고 있었어?”

지연이 술병을 들고 몸을 일으켰다.

“방에서 좋은 술을 발견했는데, 맛이 참 좋더라고요. 큰어머니, 마셔 보실 래요?”

그리고 술을 따른 잔을 이경은에게 내밀었다.

지연은 이경은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나와 큰어머니는 아무런 원한 관계가 없는데, 왜 본인의 아들을 미끼로 이런 계획을 세운 거지?’

“연회장에서 술을 많이 마셨더니 더는 못 마시겠어.”

이경은이 인상을 찌푸렸다.

“지연아, 볼일 없으면 차 끓이는 거나 확인하러 갈래? 할머니가 마실 차 한잔 가져와 줘.”

이경은의 표정과 몸짓 모두 너무 자연스러웠다. 심지어 여민기의 행방은 물어보지도 않았다.

굳은 표정의 지연이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던 백소은에게 향했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감히 시선을 앞으로 돌리지 못하는 모양이 퍽 불안해 보였다.

지연이 술잔을 백소은에게 건넸다.

“어머니, 무슨 맛인지 한번 마셔 보시겠어요?”

“난…….”

고개를 든 백소은의 눈빛에는 불안과 죄책감이 드러났다.

이런 표정에 지연은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오늘 일은 꾸민 사람은 큰어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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