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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박정순(지수의 할머니)은 큰아버지 댁에서 함께 지냈고, 1년에 많아서 두세 번 정도 만났다. 그러다 보니 여지연은 박정순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연아 빨리 여기로 와봐. 너에게 선물을 준비했어.”

백소은이 손을 저으며 재촉했다.

“흰 진주 귀걸이인데, 고급 진주라 네 피부 색이랑 잘 어울릴 것 같아.”

지연은 귀걸이를 힐긋 바라보았다. 비록 진주에 대해 잘 아는 편이 아니었으나,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값비싼 액세서리임이 틀림없었다.

“고마워요, 어머니.”

지연이 귀걸이를 건네받으며, 살며시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큰 선물을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천천히 지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좋은 선물은 모두 지수의 것이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온 건지?’

지수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오른손으로 숨긴 목걸이를 매만졌다.

‘그깟 진주 귀걸이가 뭐라고, 기껏해야 2억이나 할까 말까 하겠지.’

‘내 손에 있는 에메랄드 목걸이야 말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최고급 사치품이야.’

지수는 가품을 상자 안에 넣고 진품을 빼돌렸다. 앞으로 이 에메랄드 목걸이는 지수의 것이 되었다.

조금 마음이 불편해진 지수는 빠르게 방으로 피했다.

“내일 할머니 팔순 생신에 이 귀걸이를 하고 가거라.”

백소은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할머니는 원래 그런 성격 이셔. 말에 가시가 돋친 분 이신데, 하시는 말씀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말 거라.”

지연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씨 가문의 친손녀가 아니니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실 수 있어요. 그리고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방으로 돌아가서 쉴 게요.”

백소은이 고개를 끄덕였고, 지연이 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얼굴의 미소를 완전히 지웠다.

백소은이 갑자기 귀걸이 선물을 한 건, 내일 지연이 화려한 차림으로 파티에 나타나, 단번에 여민우(지수의 사촌 오빠)의 눈에 들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백소은도 한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백소은은 정말 더 이상 지연과 함께 지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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