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지평선 위로 올라오는 시간,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도예나는 세수를 마치고 일부러 다운 톤으로 메이크업하고 내려왔다.설민준은 이미 아래층에서 수아와 강세윤과 놀고 있었다. 강세훈과 도제훈은 책을 보고 있었는데, 이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굿모닝이에요, 엄마.”아이들이 고개를 들어 아침 인사를 했다.도예 나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오늘 얌전히 집에 있어야 해. 엄마가 이따가 돌아와 점심 해 줄게.”“엄마, 동생들을 잘 보살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강세훈이 얌전히 말했다.“말 잘 들을게요.”강세윤도 약속을 했다.“동생이랑 잘 놀고 있을 테니 안심하고 일 보고 오세요.”수아가 눈을 깜빡거렸다.“엄마, 꼭 조심하세요…….”도예나가 차례대로 아이들의 얼굴에 뽀뽀를 해주며 말했다.“엄마도 조심할게, 너희들도 얌전히 있어…….”문을 나서자 도예나 얼굴의 미소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설민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예나야, 오늘은 또 어디로 갈 거야? 같이 가 줄게.”도예나는 입술을 매만지며 대답했다.“트레이북과 협상하러 갈 거야.”그녀는 어젯밤 내내 트레이북에 대한 자료를 검토했다.그의 몸에 흐르는 아시안의 피가 어쩌면 평화를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죄악이 많은 곳에 살면서도 악마가 되지 않은 게 바로 그 원인이 아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새로운 정권을 세우고, 치안을 다스리고, 암흑 세력을 처리하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위험한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미쳤어?”설민준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트레이북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혼자서 김두철은 물론, 그 전의 우두머리도 죽이고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야. 취임 당일, H 지대 다른 조직을 내쫓은 걸 보아 이 사람의 실력이 상당히 무서운 거라고 판단되는데, 왜 굳이 그를 만나려는 거야?”“실력이 있으니까 만나려는 거야.”도예 나가 굳센 표정으로 말했다.“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강현석 씨
설민준은 마음 한 편이 아려왔다. 입안도 마치 떫은 매실을 베어먹은 것처럼 썼다. 너무 쓴 나머지 눈물이 쏟아져 내리려고 했다.그는 애써 감정을 숨기며 차 문을 열었다.“차 타.”도예나는 바로 조수석에 앉았고, H 지역으로 가는 차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발달하지 않은 작은 도시였다. 건물 아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깔렸는지 셀 수가 없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목숨을 잃었다.이곳을 지키는 경호원들이 24시간 순찰을 하고 있었다. 삼엄한 경비 속의 모든 사람의 표정이 불안했고 공포에 떨고 있었다.도예나와 설민준은 경호원의 수색을 거쳐 순리롭게 H 지역에 들어섰다.두 사람은 계속해서 큰길을 달렸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지역의 가장 핵심 구역에 들어설 수 있었다.3, 4층 높이의 별장이 보였는데, 별장은 네댓 개의 문간채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리고 이 집은 철창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안에 적지 않은 수의 군용차가 보였다.두 사람의 등장에 두 명의 경호원이 길을 막아섰다.도예나는 사람 좋은 표정을 지으며 유창한 영어로 말했다.“안녕하세요, 경호원분. 저희는 트레이북 씨를 만나러 왔어요. 어제 저를 구해주셔서 이렇게 감사 인사드리려 찾아왔어요.”이렇게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을 오랜만에 본 두 명의 경호원의 표정이 너무 차갑지는 않았다.그중 한 명은 손을 내밀며 물었다.“초대장 있으십니까?”도예나의 입꼬리가 부르르 떨렸다.‘무슨 한번 만나는데 초대장 따위가 필요해? 들어본 적도 없는데.’“없으시면 저희도 어쩔 수가 없네요.”경호원이 딱딱하게 말했다.“형님의 전화번호가 있으시면 통화를 하셔도 됩니다. 통화로 허락을 받으시면 입장 가능하십니다.”도예나가 입술을 매만지며 고민했다.어제 밤새 해킹 기술을 동원해 검색했지만 트레이 북의 전화번호는 알아내지 못했다.너무 신비로운 사람이라 개인적인 정보는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실망한 듯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손에 쥔 찻잎 상자를 건넸다.“이건 트
“저 두 분이 형님을 만나 뵙고 싶어 하는데 초대장이 없어 입장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경호원이 공손히 답변했다.“이건 저 아가씨가 형님께 준비한 선물입니다.”엘리자가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손가락으로 상자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보이차, 꽤 비싼 찻잎이네. 신경을 많이 쓴 모양이야.”도예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엘리자의 말에서 강한 적대감을 느꼈다.‘혹시 이 여자가 바로 트레이북의 아내 혹은 애인이라서 내가 만나는 걸 꺼리는 걸까.’도예나가 빠르게 머리를 굴리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엘리자 씨. 저와 제 남편이 트레이북 씨에게 감사 인사드리러 왔어요.”설민준과 도예나는 환상의 케미를 자랑했다.그도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며 젠틀하게 말했다.“아름다우신 엘리자 님, 어제 저와 제 아내가 곤란에 처했을 때 트레이북 씨가 도와주셨어요. 작은 선물일지라도 저희의 마음을 담아 준비했어요.”그의 말이 끝나자 도예 나를 바라보던 엘리자의 눈빛이 그렇게 차갑지 않게 느껴졌다.엘리자는 빨간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선물은 제가 대신 전해드릴게요. 이만 돌아가 보세요.”그리고 그녀는 다시 또각또각 구두 소리와 함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엘리자가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또 경호원이 두 명이 나와 몸수색을 진행하고 나서 그녀는 별장 안으로 사라졌다.엘리자는 거실 소파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지만 트레이북이 나오는 걸 보지 못했다.도우미가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트레이북 님은 현재 회의 참석 중이십니다. 이런 회의는 보통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엘리자가 콧방귀를 꼈다.‘맨날 회의야. 회의가 끝나면 또 새로운 법규가 제정되고, 이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려는 건지.’그녀는 마피아 장로의 가장 어린 딸이었다. 가족 세력을 공고히 하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다면 그녀가 아시아 남자를 꼬시려 직접 찾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시간을 확인했다. 반 시간이 훌쩍 넘겨버렸다. 이건 그녀의 한계였다.몸을 일으켜 집 문밖으로 나서
엘리자 얼굴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버렸다.‘내가 예쁘지 않은 거야? 내가 찾아온 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감히 날 내쫓는다고?’그녀는 윗 단추 하나를 풀며 말했다.“멀리서 찾아왔는데 차 한잔도 대접하지 않는 거예요?”“엘리자 씨는 이곳에서 차 한잔 드시고 가세요. 저는 서재로 돌아가야 해서 이만.”트레이북의 눈빛이 여전히 쌀쌀맞았다.그는 우두머리 자리에 앉은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 주위의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생각으로 그의 곁을 맴돌았다. 모두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멍청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렇다 보니 그는 자신의 계획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려 했다.그가 서재로 발걸음을 돌리자, 여자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트레이북의 눈빛이 더 차가워졌고, 그는 매몰차게 잡힌 손목을 빼냈다.엘리자는 그의 차가운 눈빛에 깜짝 놀라 손을 거두었다.‘너무 무서운 남자야.’‘그래서 김두철 사건도 혼자 잠입해서 처리할 수 있었던 거겠지.’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시아에서 온 찻잎을 가지고 왔어요. 보이차라고 마셔본 적 있으세요?”트레이북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그는 자신의 기억이 겨우 한 달 전으로 멈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기억이 삭제된 듯한 기분이 들었으며 꿈에서도 파편 같은 기억들만 있었다.자신이 검은색 눈동자, 황인 피부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던 기억이 있은 걸 보아 아마도 아시아인인 듯싶었다. 그러나 자신이 어느 나라 사람이었던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래서 가장 익숙한 언어가 무엇인지를 찾아보았지만, 자신이 적어도 일곱 가지의 언어를 다를 줄 안다는 걸 발견했고 언어의 유창한 정도는 거의 비슷했다.‘보이차.’‘너무 익숙한 단어야. 어쩌면 마셔봤던 차일지도 모르지.’그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끓여서 한 잔 서재로 가져다줘요.”엘리자는 차를 마시지 않았으니 끓이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하인에게 일을 넘겼다.하인은 세 명의 우두머리 모두 섬긴 경험이 있는 자였고 차를 끓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반 시간
그날 밤.온 세상이 조용해진 시간이었다. 거리에는 가로등만 켜져 있을 뿐 오가는 차와 행인이 없었다.평화로운 지대였지만 그래도 H 지역과 가깝게 붙은 곳이라 변경 지대는 절대 조용하지 않았으며 자주 강도 사건이 벌어졌다.도예나는 베란다에서 두 남자가 행인의 가방을 순식간에 낚아채는 걸 보았다.너무 혼란스러운 지역이라 뉴스에서도 유람객들의 방문을 추천하지 않는 곳이라 했다.도예나는 창가에서 생각 정리를 하느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거실이 이미 조용해진 뒤였다.네 아이가 잠에 든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쉽게 잠에 들 수 없었다.매일 밤 뜬 눈으로 보낸 도예나였지만, 날이 밝으면 또다시 씩씩하게 강현석의 소식을 찾으러 다녔다.“예나야, 우리 아빠가 초대장을 보내주셨어.”설민준이 흥분에 겨워 방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일 년에 한 번 있는 비즈니스 모임인데 설씨 그룹이 초대받았어.”도예나가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축하해. 드디어 아버지를 위해 일할 수 있게 되어서.”“예나야, 내가 지금 아버지를 도울 수 있게 되어서 이렇게 좋아하는 거로 생각해?”설민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내가 알아보니까 많은 마피아가 이번 모임에 참가할 거래. 그들의 목표는 옆 마을의 재건 프로젝트고. 이번 투자 규모가 꽤 커서 마피아 윗분들이 오는데 우리는 이 기회에 그 사람들을 만나는 거지.”어두컴컴한 도예나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았다.오늘 트레이북의 만남을 실패한 뒤로 그녀는 한참이나 속상해했다. 그러나 빠르게 다음 만난을 계획했다.‘그런데 기회가 이렇게 빠르게 찾아올 줄이야.’두 사람은 낮은 목소리로 내일 모임에서 주의할 사항들을 짚었다…….이와 동시에 서재에서.네 아이들은 잠에 들지 않았다. 아이들은 서재 카펫 위에 앉아 대량의 서류들을 보고 있었다.도제훈이 서류를 한장 한장 넘기며 말했다.“이건 이곳 아시아인들의 리스트야. 하나하나 검토하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강세윤이 조금 목이
도제훈은 입술을 매만졌다.“군 시스템은 해커들도 잠입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트레이북의 도움을 청할 수밖에.”“하지만 그건 모든 조직의 핵심 기밀이라 트레이북도 우릴 돕지 않을 거야.”강세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우리와 만나고 싶어 했잖아. 그냥 한번 만나서 알아보는 게 어때?”도제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된 이상 그 방법밖에 없었다.이튿날 오후, 도예나와 설민준은 이웃 나라의 비즈니스 연회에 참석하러 떠났다.H 지역은 7~8개의 나라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번 연회에 참석한 나라는 모두 발달 국가이며, 프로젝트 내용은 전란 속에 망가진 도시와 마을, 건물, 도로, 철도, 그리고 기초 시설 등의 재건에 대한 문제였다.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이익 관계가 생길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주변 국가 상인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숟가락 하나 얹으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니 연회 시작 전부터 수백 대의 고급 차가 호텔 문 앞에 줄지어 섰다.도예나는 딱 붙는 원피스와 숄더를 거치고 설민준의 팔에 팔짱을 낀 채로 연회장 입구에 들어섰다.이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동방의 여인은 만나기 어려웠다. 더구나 정교한 이목구비와 완벽한 몸매의 소유자인 그녀는 다른 유럽 미녀들의 옆에 서도 손색이 없었다.그녀의 등장에 수많은 이목이 쏠렸다.설민준은 조금 언짢아 보였다.“원피스를 입으면 안 되는 거였는데.”도예나가 화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모가 가장 큰 무기가 되는 경우도 있어. 아름다운 미모와 함께 라면 어려운 길도 피해 갈 수 있지.”그러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아름다운 미모로 마피아 내부에 소속이 되는 게 그녀의 가장 큰 목표였으니.설민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도예나에게 강현석의 소식을 알 수 있다면 모든 걸 포기할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이 물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을 꺼냈다가는 도예나의 차디찬 눈빛에 베일 수 있었다.두 사람은 만인의 주목하에 입구로 걸어갔다. 그러나 경호원이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입장
루이스는 달러를 꺼내 꼼꼼히 세어 보고 매우 만족한 모습을 드러냈다.조카를 위해 나서 준 이유는 평소에 조카로부터 적지 않게 받아왔기 때문이다.하지만 예나는 단 한 번에 거의 몇 달 동안이나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주었다.예나는 루이스의 표정 변화에 주시했다.‘역시나 돈에 욕심이 많은 사람이 맞았어!’예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설민준의 팔을 툭툭 건드렸다.그러자 설민준은 양복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다시금 두꺼운 달러 한 묶음을 꺼냈는데, 조금 전과 비하면 두 배가 넘는 두께였다.예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루이스 씨가 트레이북의 경호원이라고 들은 바가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분께 저희도 좀 추천해 주셨으면 합니다.”“네, 기회가 된다면 제가 꼭 이어드릴게요.”루이스는 까치발을 하고 설민준의 손에서 돈을 빼앗았다.그리고 검지를 혀에 대고 침을 묻혀 한 장씩 세기 시작했다.설민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인제 들어가도 될까요?”루이스는 돈을 옷 안에 있는 주머니에 숨기고 헛기침했다.“물론입니다! 지금 당장 보스에게 만날 시간이 있는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루이스는 뒷짐을 지고 건들거리며 연회장으로 들어갔다.루이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 예전에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다.예나는 밝은 미소를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우리 먼저 들어가자. 돈만 충분히 주면 조만간 트레이북을 만날 수 있을 거야.”이제 안심하고 기다리면 그만이다루이스는 연회장 뒤의 귀빈 휴게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보스는 이미 도착해서 이웃 나라의 고위 상무 인원과 프로젝트의 세부 사항에 관한 이야기하고 있었다.루이스는 마냥 기다리기 한가하고 심심해서 연회장 입구를 지키며 돈을 빼낼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하고 있던 참에 예나를 보게 된 것이다.‘주머니가 두꺼우니 절로 마음이 든든해지는구나!’한 번 손을 쓰자 거액의 지폐가 주머니로 살그머니 들어와서 기뻐 마지 못했다.루이스는 귀빈실 입구에서 몰래 안을 들여다보았다.마침
“방금 어떤 여자가 트레이북 애인이 되겠다고 너 보고 대신 전하라고 그랬어?”엘리자는 예쁘게 빨간색 매니큐어를 한 손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그 여자가 너한테 돈을 얼마나 줬어?”“뭔가 오해가 있으신 모양인데, 그런 거 아닙니다.”루이스의 이마는 순식간에 또다시 땀이 흥건해졌다.“너무 예쁘게 생겨서 제가 순간 넋이 나가 대신 말을 전해준 것뿐입니다.”그러자 엘리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그리고 지갑에서 카드 한 장을 뽑아서 루이스에게 건네주었다.“이 카드 안에 10만 달러 있어. 한동안 부귀영화 누리면서 살기에는 충분할 거야. 이 돈 가지고 앞으로 다시는 이상한 여자들 트레이북한테 소개해 주지 마. 너희 경호팀 모든 경호원에게도 똑같이 전해. 그 어떤 여자도 도와주지 말라고.”루이스는 멍해져 되물었다.“무슨 뜻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기 바랍니다.”“트레이북은 내가 이미 찜해 놓은 남자야. 누가 나랑 맞선다면 그건 곧 우리 아빠랑 맞서는 걸로 간주할 거야.”엘리자는 입꼬리를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돈만 받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난 우리 아빠한테 네 손톱을 하나씩 뽑고 살을 갈기갈기 찢어서 바다로 던져버리라고 부탁할 거야. 그러니 알아서 해!”엘리자는 말을 마치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트레이북의 발걸음을 따라갔다.루이스는 10만 달러가 들어 있는 은행카드를 들고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앞으로 다른 경호원이 보스한테 여자를 소개해 주면 엘리자는 나한테 책임을 묻겠지?’‘참,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감당해야만 품을 수 있는 10만 달러구나!’루이스는 크게 한숨을 쉬며 느릿느릿 연회장으로 향했다.예나는 설민준과 구석에 있는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곁눈질로 루이스가 뒤에 있는 휴게실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루이스는 풀이 잔뜩 죽어있었다.“일을 망쳤나 봐.”설민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이제 어떡해?”예나는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덤덤하게 말했다.“조급해할 필요 없어. 연회는 이제
온라인 댓글 창에도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쏟아냈다.빠르게 정신을 차린 진행자가 술렁이는 사람들의 반응에 말을 보탰다.“다들 잊으셨나요? 강연 님께서 또 좋은 소식도 전하겠다고 하셨습니다.”그 말에 사람들이 다시 집중했다.이어 사람들은 숨소리를 가다듬었고 강연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저와 전서안 씨는 멀지 않아 곧 결혼할 예정입니다!”“!!!”[와아아아! 이날만을 기다렸다고!][엉엉 우리 강전 커플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고.][행복하세요! 두 사람 꼭 평생 행복해야 해요!]무대 아래 환호 소리가 이어지고 어느새 시상식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려왔다.강연은 이 광경에 고개를 돌려 무대 뒤의 서안과 시선을 마주했다.드디어 결혼....9월 8일, 결혼에 적합한 어느 날.사회부, 경제부 기자는 물론 연예 기자까지 총출동했다.각종 포털에서 수아와 안택, 그리고 강연과 서안의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기사를 앞다투어 보도했다.최고 재벌가인 강씨 가문의 두 공주님이 결혼하는 날, 더구나 결혼 상대 역시 만만치 않은 대단한 청년. 한국에 있어 수백 년 가도 한번 볼까 말까 한 성대한 구경거리였다.커다란 식장에 손님들로 붐비고 컬러 풍선이 이곳저곳에 날아다녔다. 꽃으로 뒤덮인 예식장과 레드카펫은 식장 처음부터 끝까지 펼쳐졌다.강씨 가문, 전씨 가문, 그리고 안택의 가족 모두 유명한 가문이었으므로 상업게, 정치계의 유명 인사들이 대거 출동했다.그렇다 보니 경찰 인력도 많이 투입되어 치안을 유지했다.이번 결혼식에는 그 어떤 매체도 초대하지 않았고, 다만 직접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다. 그리고 주요 매체들과 협력해 다들 생중계를 퍼 나를 수 있도록 했다.그렇게 만인의 주목 아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수아와 강연의 드레스는 F 국왕실 전용 재단사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한땀 한땀 수놓은 것이었다.두 사람이 개인 헬기에서 내리고 결혼식장에 모습을
강씨 가문은 또 한 번 침묵에 빠졌다.세 언니 중 나이란은 이미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청아와 예은은 애써 눈물을 참고 있었다.그러자 감동에 젖어있던 강씨 세 형제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지금 다른 남자 때문에 우는 거야? 날 앞에 두고?’그러나 세 형제가 화를 낼 차례는 주어지지 않았다. 강현석이 몸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강현석은 앞으로 다가가 훌륭한 두 청년의 어깨를 두드렸다. 몇 년 사이 조금 늙어버린 강현석은 어느새 상권을 주름잡던 그 모습이 사라졌다.“앞으로, 내 보배 딸을 잘 부탁하네.”안택과 서안의 얼굴에 기쁨이 번졌다.두 사람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현석은 이미 자리를 벗어났고, 어느새 도예나가 강현석의 옆자리를 지켰다.도예나는 고개를 돌려 어느새 다 큰 자식들과, 대단한 두 사위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축하하네.”그리고 도예나는 강현석의 손을 잡고 거실을 벗어나 자리를 비켜줬다.거실은 잠시 침묵하다가 격동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아아 드디어 성공했어!”“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네.”“두 공주님이 왕자님을 찾아가는 것 같아 너무 보기 좋아.”강씨 가문에는 웃음소리가 이어졌다.2층 베란다에서.강현석은 집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예나와 시선을 마주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우리 아이들이 이제 다 컸네요.”...그리고 시상식은 예정대로 거행되었다.강연의 “아기” 사건으로 대부분의 매체가 시상식 앞을 채웠다. 게다가 인원을 계속 보충해 이 파격 소식을 맞을 준비를 했다.무대 위 강연이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그리고, 아주 중요한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그 말이 들리고 인터넷은 아예 서버가 막혀버렸다.무대 아래 모든 배우와 매체, 그리고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 소식을 들으려고 했다.“강연 님! 드디어 전서안 씨와의 결혼 사식을 밝히려는 겁니까?”무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기자가 앞으로 달려가지 못해 안달인 듯 외쳤다.“다들 급해
“아버님, 안녕하세요!”안택과 전서안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나이가 많은 안택이 먼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제가 3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겁니다. 제 명하의 모든 재산, 가족 기업 주식, 부동산, 땅, 주식 등 모든 걸 수아의 이름으로 전환했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 제 목숨을 포함한 모든 것은 수아의 소유입니다.”그 말을 들은 수아가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렸다.모든 재산을 본인의 이름으로 돌리다니. 안택은 수아에게 단 한 번도 이 사실을 밝힌 적이 없었다. 다만 묵묵히 행동으로 움직였다.“아버지...”수아가 강현석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느새 촉촉해졌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가족을 제외하고 수아를 위해 이렇게 모든 걸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오직 안택일 것이다.묵묵히, 그리고 뜨겁게. 겉이 아닌 깊숙이까지 수아를 사랑했다.세훈은 안택이 건넨 문서를 읽더니 다시 강현석에게 넘겼다.강현석은 몇 장 넘기다가 깊은 고민에 잠겼다.그리고 아무 말없이 수아를 다독이다가 안택을 향해 말했다.“물어보고 싶은 게 세 가지가 있다네.”안택이 바로 대답했다.“편하게 말씀하세요.”“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자네의 사업과 내 딸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질문을 들은 안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민하지도 않고 답했다.“제 사업이 아니라, 제 목숨으로 수아의 목숨을 구한다고 해도 수아를 선택할 겁니다.”“그렇다면 자네 가문과 내 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강현석이 계속해서 물었다.“그래도 수아를 선택하겠습니다. 제 가문은 이미 수백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충분히 많은 우수한 자녀가 가문을 이어받을 수 있고 제가 굳이 나설 일은 없습니다.”안택이 대답했다.“그렇다면, 자네 부모님과 가족은?”강현석이 안택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천천히 물었다.“자네 부모, 가족들과 수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그 물음에 안택이 잠시 침묵했다.진
동시에 제훈도 수아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건 바로 옆 동네야. 2시간도 안 되는 거리에 계셨던거야.]...‘역시!’차가운 인상의 수아가 살기를 드러냈다.‘그래요, 아버지. 이번에는 어디로 숨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요!’스타일링을 마친 강연이 시간을 확인하자 시상식과 2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30분 정도 남겼다.그리고 수아는 몰래 서안과 안택을 불러 아버지 강현석이 들어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그 옆에는 흥미진진해 보이는 얼굴을 하는 세훈 부부, 세윤 부부, 그리고 제훈 부부가 있었다.강씨 두 자매의 노력 아래 세 언니는 이미 제 편으로 만들었고 두 사람의 결혼을 응원했다.이어 세 언니를 편에 끌어들이고 나니 세 오빠도 한 편으로 되었다.강씨 자매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그러자 강현석과 도예나가 대문을 넘어서는 즉시 “포위” 당해버렸다.세 언니는 도예나를 이끌고 거실로 들어갔고, 강현석은 두 딸에 의해 양팔이 포위당한 채로 소파에 앉았다.세 아들은 각각 다른 퇴로를 맡고 강현석이 도망갈 수 없게 했다.이어지는 건 두 자매의 맹공격!“아버지! 우리 이제 다 컸으니 제발 각자의 행복을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그래요. 아버지! 우리가 보아 같은 귀여운 아이를 낳아 아이들이 외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듣고 싶지 않으세요?”“아버지, 계속 미루다가는 보배 딸들 다 늙어요!”두 딸의 이어지는 애교 세례에 강현석은 정신이 혼미해졌다.“잠, 잠깐만!”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강현석이 물었다.“송이가 임신해 아기가 있다는 말은 대체 뭐냐?”수아와 강연이 눈을 마주했고 강연이 머리를 쳐들며 말했다.“지금은 없지만, 원하면 언제든지 생길 거예요!”강현석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꺼낸 강현석이 기침을 연신 해댔다.“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수아는 미소를 지으며 위로했다.“이건 시작일뿐이에요. 동생에게 생길 거면 나도
직원의 목소리는 생방송을 타고 큰 파동을 일으켰다.[강연 여신님에게 아기가?][전서안이 아버지가 되는 거야?][거봐, 내 말이 맞잖아. 두 사람이 몰래 결혼했다니까?][두 사람의 결혼을 왜 생방송으로 틀지 않은 거야!!!]생방송 댓글이 뒤집어지고 있는 걸 강연은 전혀 알지 못했다.“우리 집 보배 아기니까 잘 부탁드려요.”댓글은 더 난리가 벌어졌다.[????][!!!!]각종 의문 기호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강연과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댓글은 끝나지 않았다.네티즌들은 감동에 북받쳐했다.시상식 관계자가 이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가 초고속도로 상승 중이었다.클릭하면 팬들이 꺅 꺅-하며 환호하는 댓글이 넘쳤다.두 사람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좋은 감정을 이어가자,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팬들도 서서히 인정했다.그사이 강연의 성장은 아주 놀라웠다. “그 시절,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여자 신인상을 받더니 “스파이”를 통해 여우주연상까지 차지했다.그 이후로 찍었던 영화도 모두 훌륭한 성적을 받아냈다.오늘 밤 시상식에서도 그중 한 영화로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다.서안과 강연은 이제 신분이면 신분, 외모면 외모, 인품이면 인품, 경력이면 경력, 모든 게 어울리는 한 쌍이 되었다.두 사람의 성장을 지켜보고 과거 이야기까지 전해 들은 후로는 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과반수를 이뤘다.그러니 오늘 이 깜짝 뉴스에 다들 격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것이었다.유독 전서안 본인과 강씨 가문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심정이었다.수아 때문에 도피 중이었던 강현석이 가장 먼저 가족 톡방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문을 쏟아냈다. 강현석도 적지 않게 놀란 모습이었다.[그 자식이 내 보배 딸을 임신시켜?][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불가능한 일이지!]스타일링을 받던 강연은 미처 소식을 전해 받지 못했고 수아가 답장했다.[아빠, 휴가 중 아니었어요? 신호가 나빠서 연락
강현석은 여자는 안정된 직장이 있거나,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한평생 행복할 것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더구나 강현석은 절대 자신의 아이디가 아닌 아내 도예나의 핸드폰으로 그러한 글을 남겼다.그래서 초반에는 강씨 형제들이 어머니마저 결혼을 반대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움에 떨었었다.하지만 제훈이 아버지의 계정을 해킹해 글을 어머니의 아이디에 옮겨 전송한 것임을 알아냈다. 그제야 강씨 형제는 안심했다.장인어른이 사위를 어려워하는 건 당연했다. 그건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같은 이치였다.하지만, 이 집안에서는 아버지와 딸들의 투쟁으로 조금 바뀌었다.두 사람의 투쟁은 어느새 3년 가까이 이어졌다.눈 깜짝할 사이에 18살 소녀 강연은 21살 아리따운 여인이 되었다.아버지와의 오랜 투쟁 끝에 강연과 서안은 약혼식을 마쳤고 연예계 공식 커플이 되었다.그리고 세훈, 세윤, 제훈은 모두 결혼을 마쳤고 단란한 가정을 차렸다.세훈에게는 두 살배기 귀여운 아기도 생겼다.나이란도 임신했다. 어느새 막달에 진입한 나이란은 동그랗게 나온 배를 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좋아했고 세윤이 깜짝 놀라며 옆에 바짝 붙어 곁을 지켰다.제훈과 예은은 신혼여행을 떠났다. 예은은 아이보다는 사업에 더 비중을 둘 생각이었다. 제훈도 아기 욕심이 급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람은 다행히 의견 차이 없이 합의를 보았다.이제 수아만 남겨졌는데, 매일 오빠들과 동생을 보는 눈빛에 큰 원망이 담겨있었다.세 오빠는 결혼하고 동생도 약혼식을 올렸는데, 안택과 저만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가장 빨리 청혼하고 모든 사람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나 결혼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수아도 강연처럼 투쟁을 거쳐 약혼하려고 했으나 한번 당한 강현석이 또 당할 리가 없었다. 어머니와 함께 다시 세계 여행을 떠난 뒤로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래서 매번 오늘 같은 순간이 찾아오면 연주회 준비 때문에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괜찮아요. 전 늘 여기 있을 거예요.”안택이 수아를 다독였다. 수
이연수의 미소는 진심을 담았다.강연을 돕기로 마음먹었던 건, 강연이 실제로 좋은 사람이었던 이유가 있었고, 오디션 현장에서 자신의 실력으로 배역을 따내겠다는 그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자신이 건넨 도움이 기회가 되어 돌아와 이연수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이연수의 말을 들은 강연도 마음이 따뜻해졌다.다들 연예계는 신경전이라 모두 힘들게 살아간다고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이곳에는 꿈을 좇는 이를 응원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나름이며 사람이 있는 곳에는 따뜻함과 진심이 있기 마련이었다.강연은 차근차근 촬영을 해나갔다.강씨 형제들의 연애도 순항 중이었다.세훈은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고 송청아 역시 적극적으로 자기 뜻을 보이며 함께 상의하며 결정했다.둘의 공통된 의견은 결혼식은 성대할 필요가 없으며 따뜻하고 오래 기억에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둘째 세윤은 아직 결혼할 “자격”이 없었으므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요즘 새로운 취미인 맛집 탐방을 시작했다.나이란 역시 먹짱이었는데 세윤이 앞서 맛집을 개발하면 나이란과 함께 찾아 음식을 먹었다. 그러다 보니 짧은 보름 안에 살이 3킬로나 쪄버리고 말았다.그러자 강연과 통화를 하거나 만날 때면 나이란은 항상 30분 동안 찡찡거렸다.“강연아!! 나 3킬로가 쪘다고! 다이어트 할 거야. 다시 안 먹어! 엉엉!”강연은 나이란의 다부진 몸매를 보며 웃음을 참았다.“아니야 어디 뺄 데가 있다고 그래? 우리 세윤 오빠는 딱 너 같은 여자를 좋아한다고.”“정말?”나이란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드러냈고 잠시 고민에 잠겼다.그렇게 강연은 드디어 조용한 대기실을 되찾을 수 있었고 대본을 읽으며 다음 촬영을 준비할 수 있었다.셋째 제훈은 열애 중이었다. 하루가 멀다고 송예은을 찾아 데이트했다.송예은이 촬영이 있는 날이면 촬영 장소를 찾아갔고, 선남선녀가 나란히 있는 모습은 시선을 끌었다.그러자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제
안티 팬들의 예상과는 달리 신인 배우 강연의 연기는 정말 그 캐릭터 본연의 매력을 연출했다. 자본을 쏟아부어 배역을 따내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스스로가 된 듯한 연기였다.초반에는 학생들과 두루 어울리는 부드럽지만 강인한 소녀였지만, 적군에게 잡혀 처형장으로 나갈 때의 강렬한 정신과 격앙된 태도는 반전을 자아냈다. 백연주의 경험과 강연의 연기는 수많은 애국열사를 대표했다.강연은 선인들의 정신을 캐릭터에 쏟아부어 어리지만 용감하게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연기를 녹여냈다.처형장으로 가는 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옅게 지어내는 미소... 그리고 총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쓰러져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지키는 태양.그 장면 속 강연의 미소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냈다.예고편을 모두 보고 나서야 사람들은 이 대단한 “백연주” 역을 강씨 가문 “공주님”인 강연이 맡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처음에는 경악하다가 이어 찬사가 이어졌다.강연은 정말 실력이 있는 배우였다. 이연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글도 모두 사실이었다.그들은 그제야 안티팬들의 선동에 넘어갔던 걸 깨달았다.진실이 드러나고 사람들은 강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호감도 생겼다.[언니 연기는 정말 대단해요. 영원히 함께할게요!][언니 힘내세요! 차세대 연기 대상은 언니꺼에요!]...강연을 향한 찬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송 감독은 때를 놓치지 않고 마지막 한 발을 발사했다.“스파이” 공식 홈페이지에 오디션에서 “이가을” 연기한 강연의 촬영분이 공개되었다.이 오디션 영상의 공개는 온라인을 또 한 번 들끓게 했다.“백연주”를 통해 강연의 연기 재능을 미리 맛볼 수 있었는데 “이가을”처럼 복잡한 캐릭터에 대한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자 네티즌들은 두손 두발을 모두 들게 되었다.[정말 무서운 연기 괴물이야!][역시 연기의 신 전서안이 마음에 둔 여자는 달라도 달라.]그렇게 온라인 소동은 막을 내렸다. 강연은 사람들의 호감도 사고 차세대 연기의 신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강연은 빠르게 “스파
“뭔데? 무슨 반전?”송 감독이 재빠르게 물었다.“우리에게 편이 생겼어요!”“무슨 편? 지금이 언젠데 아직도 네 편 내 편을 나눌 여유가 있는 거야?”송 감독이 눈을 부라리며 물었다.“아니요! 이걸 좀 보세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강연 씨를 위해 해명하고 있어요! 우리가 섭외한 것도 아닌데 먼저 나선 거라고요!”“뭐라고?”송 감독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줘 봐.”그러자 스태프가 빠르게 핸드폰을 건넸고 홈페이지의 댓글이 순식간에 늘어나고 있었다.[배우 이연수: 저는 강연 씨와 함께 촬영했었습니다. 강연 씨는 정말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 절대 갑질한 적도 없으며 연기를 묵묵히 소화해 내는 천생 배우였어요. 이런 재능을 저희는 아주 부러워했는걸요.]그리고 이연수는 짧은 동영상을 함께 게재했는데 “그 시절, 우리는” 작품에서 강연의 촬영분이었다.“감독님, 이 여배우는 ‘그 시절, 우리는’ 작품의 배우인데요, 강연 씨와 사이가 좋은가 봐요. 이분이 직접 나서자 적지 않은 배우들이 함께 참여했어요. 조연 배우들이라 주연 배우들만큼 임팩트가 큰 건 아니지만 오히려 더 진실성 있게 다가간 것 같아요.”그건 사실이었다.요즘 사람들은 여론에 빨라 어느 유명한 배우가 이런 글을 남겼다면, 오히려 소속사에서 지시한 것이겠니 하고 생각했다.하지만 조연 배우, 스태프, 그리고 촬영 알바생들과 같은 사람들이 남긴 글은 진정성이 넘쳤다.더 중요한 건 그들이 던진 작은 돌멩이는 잔잔한 파도에 티 나지 않는 파울을 남겼고, 이는 사람들의 반감을 사지 않았다.배우가 네티즌들의 호감을 어느 정도 산 다음, 이제 주연 배우와 촬영팀이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모든 건 걸쳐야 할 과정이 있는 법이었다.빠르게 읽어 내려간 송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휴, 드디어 목숨은 유지할 수 있게 되었어. 전서안 그 자식이 두려워서 어디 살 수 있겠나, 참.”“송 감독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이해가 되지 않은 스태프가 되물었으나 송 감독은 수염을 내리쓰며 덤덤하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