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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동안 원서윤은 분명 결혼했었다. 하지만 결국 이혼으로 끝났다.

“쾅!”

페라리 문이 거칠게 닫히고, 여승재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몰고 사라졌다. 네 바퀴가 일으킨 먼지가 그녀의 얼굴에 흩날렸다. 원서윤은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부동산 중개인은 그 미소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며칠 후, 중개인이 원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서윤 씨, 정말 죄송합니다. 송주 쪽의 그 빌라 지역은 전부 여 대표님께서 매입하셨습니다. 경항시 내에서 다른 빌라를 찾으시는 게 어떨까요?”

원서윤은 거절했다.

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어머니가 입원한 정신병원에 있었다. 담당 의사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원서윤 씨, 환자분의 마음에 나신 병은 마음으로 풀어야 합니다. 저희 전문가 의견으로는, 가능하다면 환자분이 예전에 지내시던 곳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입니다.”

“다른 방법은 없나요? 그 집에서 안 좋은 일이 많았던 터라, 어머니가 오히려 더 큰 충격을 받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는 원서윤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걱정이었다.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환경이 가장 중요합니다. 환자분마다 다르긴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발작하실 때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니, 그곳이 병의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원서윤은 병원을 나와 차를 몰고 순환 대교를 몇 번이나 돌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이미 성원그룹의 정문 앞에 서 있었다.

“오빠, 나 그냥 KFC 먹고 싶어. 같이 가자. 오늘 오픈 행사라 할인도 있잖아!”

민예원이 여승재의 팔짱을 끼고 정문에서 나왔다. 밝은 미소를 띤 그녀는 무언가를 여승재에게 보여주고 있었고, 여승재는 다정한 미소로 응대하고 있었다.

차 안에서 원서윤은 무표정하게 그들을 바라봤다.

여승재는 잠시 그녀의 방향을 흘끗 본 듯했다. 그러고는 민예원과의 거리를 더 좁히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기를 가진 몸인데, 건강식으로 먹자.”

“오빠가 해산물 파스타 해주면 안 돼? 오빠가 직접 요리해 준 음식이 제일 좋아.”

두 사람의 대화가 차창 너머로 선명하게 들려왔다.

‘여승재가 요리까지 배우다니...’

원서윤은 대학 시절 여승재에게 라면 하나 끓여달라고 애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그가 해준 라면 한 그릇에도 감동했었고, 자신이 그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민예원과 비교하니 씁쓸함만 가득했다. 한때 그와 함께 요리하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가 언젠가 요리로 자신을 붙잡아주길 바랐던 마음이 아련하게 스쳐 갔다.

그녀에게 쏟아부었던 온정이 이제는 모두 민예원에게 향했다는 사실이 아팠다.

원서윤은 한숨을 쉬며 차에서 내렸다. 어머니와, 언젠가 돌아올지도 모를 동생을 위해 그 집을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여승재와 얘기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먼저 민예원이 그녀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 여기서 뵙다니! 근처에 일 보러 오신 거예요?”

그 옆의 여승재는 무표정하게 그녀를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원서윤은 속이 쓰렸지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여 대표님을 뵈러 왔습니다.”

그 말에 민예원의 얼굴이 잠시 어색해졌다.

여승재는 원서윤을 무시하듯 민예원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기며 일부러 들릴 듯 말했다.

“저녁에도 내가 직접 요리해 줄게.”

민예원은 기뻐하며 대답했다.

“오빠는 정말 최고의 남편이고, 최고의 아빠야!”

순수하고 꾸밈없는 민예원의 표정은 여승재가 가장 사랑하는 부분이었다. 그는 예전에 원서윤에게 정떨어질 정도로 잔꾀를 부리는 여자라며 나무라기도 했었다. 이제 보니 그는 그녀를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여 대표님, 잠깐만요. 송주 원씨 본가 매도 건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원서윤은 어깨를 떨며 그를 가로막았다. 어머니와 동생을 위해서라면 포기할 수 없었다.

“여승재... 잠깐 얘기 좀 나누시죠.”

원서윤은 낮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여승재는 비웃듯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약하셨나요?”

“...”

원서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민예원이 놀란 듯이 말했다.

“어머! 의사 선생님 성씨가 원씨시죠? 송주에 있는 그 집이 예전엔 선생님 집이었던 거예요?”

민예원이 과거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원서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여 대표님, 제가 집값의 1.5배를 지불할 테니 그 집을 팔아주세요.”

원서윤은 모든 재산을 걸고 제안한 것이었다.

여승재는 코웃음을 쳤다.

“원 선생님, 아직도 제가 돈에 굶주린 걸로 보이세요?”

“저는 그저 집을 되찾고 싶을 뿐입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여승재는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고, 간절히 부탁하는 쪽은 원서윤이 되었다. 과거에 화려했던 원씨 집안의 딸이었지만, 지금은 이토록 초라한 신세가 되었다.

원서윤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집값의 두 배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그 집을 반드시 되찾아야 해요.”

“꿈 깨세요.”

여승재는 싸늘하게 말했다.

민예원은 다급히 그를 말렸다.

“오빠, 의사 선생님도 여자잖아! 어떻게 여자한테 이렇게 예의 없게 대할 수 있어! 너무 무섭게 굴지 마.”

“알았어. 내가 경솔했어.”

민예원의 한 마디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얼마나 사랑하면 이럴 수 있을까...’

원서윤은 가슴이 살짝 아려왔다. 상처받아서가 아니라 선천적인 심장병 때문이었다. 원서윤은 평소에도 컨디션 관리에 신경 써야 했다. 5년 전 그 모든 일을 겪고 나서도 마음을 다잡고 살아온 것이 기적이었다.

민예원은 여승재와 함께 차에 올라타며 돌아보았다.

“의사 선생님, 그 집은 제가 좋다고 해서 오빠가 안 파는 거예요. 그 집이 선생님께 중요한지 몰랐어요. 저를 미워하지 마세요. 네?”

“저는 그저 집을 되찾고 싶어요.”

차분하고 직설적으로 답하고 나서, 원서윤은 오해를 피하려고 덧붙였다.

“제 동생이 실종됐어요. 동생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그 집으로 올 거예요. 저희 어머니 주치의께서도 어머니가 그곳에서 지내셔야 치료가 잘될 거라고 하셨어요.”

여승재와는 아무런 관계가 아님을 강조하며 말을 마쳤다.

민예원은 밝아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승재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는 차 문을 닫고 다시 시동을 켜고 떠났다.

‘정말 어렵네... 아직도 집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네.’

“지잉...”

그때, 유지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아들이 널 그리워해. 서윤아, 너무 매정하게 굴지 않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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