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고?”워낙 거짓말을 못 하는 방이연이 이런 표정을 짓는다는 건 원수빈이라는 이름이 그만큼 생소하다는 뜻이었다.하지만 DNA 검사 보고서에는 방이연 몸 안에 전혀 다른 두 종류의 DNA가 있는데 하나는 원서윤과 아무 관련도 없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98%나 일치하는 것이었다.“골수를 이식하면 두 DNA가 자연스레 섞여버려서 어떤 게 원래 가지고 있던 거고 어떤 게 이식받은 건지 분간하기 어려워.”“그럼 선생님 말씀대로라면 방이연이 제 동생인데 다른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은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반대로 수빈이가 방이연한테 골수를 이식해줬을 수도 있다는 뜻이죠?”동생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복잡해지는 상황에 원서윤의 목소리에는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버렸다.“서윤아, 방이연 씨 암세포가 그렇게 안정적인 건 아니야, 백혈병이 언제고 다시 재발할 수 있는 상태야. 그러니까 일단은 기억해내라고 너무 몰아붙이지 말고 천천히 시도해봐.”그리고 방이연도 기억을 잃은 적이 있으니 원서윤도 저 혼자 급해 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누나? 무슨 생각을 하는데 그렇게 창밖만 바라봐? 유지훈 걱정돼서 그래? 아니면...”차가 호텔 주차장을 벗어나자 원서윤은 애써 웃으며 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내 동생 생각나서 그랬어.”“누나한테 친동생이 있었어?”원서윤은 고개를 들고 백미러로 호기심에 차 묻는 방이연의 맑은 눈을 바라봤다.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은 눈에 원서윤은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응, 이름은 원수빈이고 나이는 너만 할 거야.”“지금 어딨어? 난 의료학원 다닐 때 다들 나 고아라고 나랑은 안 놀아줘서 친구도 없는데.”부끄러운 듯 말하는 방이연은 아무리 남자라도 자신도 외로울 때가 있으니 원수빈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그걸 알아챈 원서윤은 미소를 짓더니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수빈이는 지금 여기 없어, 나중에 오면 너한테 꼭 소개해줄게. 둘 다 내 동생들이니까 둘
원서윤은 당장이라도 대학생들을 속여 몸을 팔게 한 이 악의 근거지를 신고하려 했다.방이연이 제 동생일 수도 있는데 그런 아이가 이런 곳에서 일을 하며 연명을 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원서윤이 동생을 잘 지켰었다면 둘이 헤어질 일도 없었을 텐데 그녀는 이 모든 게 제 탓인 것만 같아 더 마음이 아팠다.“저기요, 지금 누가 누굴 팔았다는 거예요? 누가 팔아넘긴 사람한테 고마워한다는 건지 정말.”원서윤이 핸드폰을 꺼내 들고 신고를 하려 할 때 담배를 오래 피워서인지 목소리가 다 갈라진 남자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원서윤이 뒤돌아봤는데 남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무거워졌다.남자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지 않고 오히려 방이연과 비슷한 또래 같아 보였다.그는 화려한 꽃무늬 셔츠를 입은 채 단추를 두세 개 풀어헤치고 굳은 표정으로 원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아래로 드러난 쇄골과 탄탄한 가슴근육에는 밝은 조명 때문에 생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보스!”남자를 본 방이연은 원서윤이 말릴 새도 없이 큰 강아지마냥 남자에게 뛰어가 안겼고 남자 또한 익숙한 듯 원서윤이 그랬던 것처럼 방이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간호사 됐다며? 할만해?”“괜찮아요, 야근이 좀 많아서 힘들긴 해요.”민예원이 부원장이 된 뒤로 이상하게 산부인과만 야근이 잦아서 방이연을 포함한 간호사들 모두 불만이 만만치 않게 쌓여있는 상태였다.남자는 별말 없이 웃다가 저를 잔뜩 경계하고 있는 원서윤을 보며 물었다.“저분은...”“우리 누난데 원서윤이라고 산부인과 치프님이세요.”자랑스러운 듯 말하는 방이연이었지만 원서윤의 이름을 듣자마자 남자는 눈에 띄게 놀라며 몸을 떨었다.그에 원서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리가 아는 사이였나요?”“그럴 리가요.”금세 원래 표정대로 돌아온 남자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저는 이 클럽 사장 연우진이라고 합니다, 물론 당신은 절 애들 몸이나 팔게 하는 범죄집
5년 후.원서윤은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그를 다시 마주했다.“3주 정도 되셨네요. 아이가 안정될 때까지는 무리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원서윤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여승재가 바로 뒤에 서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예전처럼 설레지도 미련이 남지도 않았다. 시간은 그녀에게 그를 잊을 기회를 주었고, 그사이 깊게 새겨진 상처는 흉터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끝내 미련은 사라졌다.진료 침대에 누워 있던 젊은 여자는 아직 어린 나이여서인지 얼굴에 기쁨보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큰 눈에 눈물이 글썽였고,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으로 옆에 서있는 여승재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순간에도 여승재는 여전히 늠름하고 위압적인 모습이었다. 190cm가 가까운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는 예전보다도 더 강력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듯했다.그 모습에 원서윤은 문득 그 뜨거웠던 여름날을 떠올렸다.여승재가 옥상에 서서 삶을 포기하려 했던 그날, 그녀는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었다.그 대가로 원서윤은 자신의 소중한 18살의 청춘을 바쳤지만 상처투성이가 되어가면서도 결국 여승재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여승재는 한때 ‘원서윤, 너랑 관계하는 거랑 너를 사랑하는 건 별개의 문제야.’라는 모욕적인 말까지 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락을 끊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었다.경항시에 돌아온 원서윤이 만난 여승재는 이미 한 여자를 평생의 동반자로 맞이한 유부남이었다.그가 평생의 동반자로 맞은 여자는 꽃다운 나이에 예쁜 외모를 자랑하는 소녀에 가까웠다. 언뜻 보면 스무 살 남짓의 나이로 한창 예뻤던 원서윤의 젊은 시절을 떠오르게 했지만, 다른 부분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여승재가 선택한 그 여자는 사랑을 주기보다는 보호받으면서 자란 온실 속의 화초 같았다. 그리고 ... 두 사람은 이제 한 생명을 책임지는 부모가 되었다.“오빠, 나... 임신했대. 막상 들으니 좀 무섭기도 해...”그녀는 부드럽게 여승재의 품에 기대며 그의 손을 아직 불러오지 않은 배 위에
원서윤의 어머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크든 작든, 언제든 돌아갈 수 있고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집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늘 말씀하셨다.원서윤의 아버지는 당시 100만 원을 가지고 어머니와 함께 발전이 덜 된 한면도에서 경항시로 올라와 사업을 시작했다.때마침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고, 두 분 모두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신 덕에 1년도 채 되지 않아 첫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그 시절에는 집값도 비싸지 않아서 몇천만 원이면 송주에 땅을 사고 번듯한 집을 지을 수 있었다. 이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집값도 함께 치솟았다.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거품이 꺼지면서 큰 폭으로 내려갔다.덕분에 원서윤은 원씨 가문의 집을 다시 사들여 경항시에 뿌리를 내릴 기회를 얻게 되었다.그런데...“여기서 뭐 하는 거야?”본가 마당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린 원서윤은 익숙한 키 큰 실루엣을 발견했다. 마당 구석에 그녀가 어머니와 함께 직접 심었던 복숭아나무는 이제 말라 죽어 있었다.달빛이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들이 뒤엉킨 사이로 여승재의 몸을 어슴푸레 비추고 있었다.여승재의 손가락 끝에 빨간 담뱃불이 번졌다. 봄바람이 불어오자, 여승재가 툭툭 털어버린 담뱃재가 바람에 흩날렸다.그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진료실에서 재회한 이후 처음으로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는 눈빛이었다.원서윤은 쓴웃음을 지었다.“오빠... 아니지... 여 대표님이라고 불러야겠네요. 오랜만이에요.”“5년이 지났어... 원서윤, 난 네가 죽은 줄 알았어.”담배 연기를 뚫고 나온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에는 거친 감정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원서윤이 기억하는 소년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실망이겠지만, 아직 살아 있어요. 살아있어서 미안해요.”원서윤은 담담하게 말했다.마치 정말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마주친 것처럼, 시간 속에서 스쳐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것처럼 태연하고 무덤덤했다.두 사람 사이의 침묵 속에서 마른 나뭇가
그동안 원서윤은 분명 결혼했었다. 하지만 결국 이혼으로 끝났다.“쾅!”페라리 문이 거칠게 닫히고, 여승재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몰고 사라졌다. 네 바퀴가 일으킨 먼지가 그녀의 얼굴에 흩날렸다. 원서윤은 여전히 미소를 지었다. 옆에 있던 부동산 중개인은 그 미소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며칠 후, 중개인이 원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원서윤 씨, 정말 죄송합니다. 송주 쪽의 그 빌라 지역은 전부 여 대표님께서 매입하셨습니다. 경항시 내에서 다른 빌라를 찾으시는 게 어떨까요?”원서윤은 거절했다.전화를 받았을 때, 그녀는 어머니가 입원한 정신병원에 있었다. 담당 의사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원서윤 씨, 환자분의 마음에 나신 병은 마음으로 풀어야 합니다. 저희 전문가 의견으로는, 가능하다면 환자분이 예전에 지내시던 곳으로 돌아가시는 것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입니다.”“다른 방법은 없나요? 그 집에서 안 좋은 일이 많았던 터라, 어머니가 오히려 더 큰 충격을 받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이는 원서윤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걱정이었다.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환경이 가장 중요합니다. 환자분마다 다르긴 하지만, 어머니께서는 발작하실 때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시니, 그곳이 병의 원인일지도 모릅니다.”원서윤은 병원을 나와 차를 몰고 순환 대교를 몇 번이나 돌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이미 성원그룹의 정문 앞에 서 있었다.“오빠, 나 그냥 KFC 먹고 싶어. 같이 가자. 오늘 오픈 행사라 할인도 있잖아!”민예원이 여승재의 팔짱을 끼고 정문에서 나왔다. 밝은 미소를 띤 그녀는 무언가를 여승재에게 보여주고 있었고, 여승재는 다정한 미소로 응대하고 있었다.차 안에서 원서윤은 무표정하게 그들을 바라봤다.여승재는 잠시 그녀의 방향을 흘끗 본 듯했다. 그러고는 민예원과의 거리를 더 좁히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아기를 가진 몸인데, 건강식으로 먹자.”“오빠가 해산물 파스타 해주면 안
원서윤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짧게 답장을 보냈다.[아들? 그 아이는 내 아들이 아니잖아!]밤이 깊어지자, 원서윤은 아버지가 늘 경항시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떠올랐다.가난한 산골 출신이었던 원서윤의 아버지는 경항시에 살면서부터 세상과 연결된 느낌이 든다고 했었다. 그는 이곳에서는 그저 먼지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고 했었다.가난한 시골에서 살았던 그 시절엔 배부르게 먹는 것도 힘들었다고 하셨었다. 그래서인지 성공하신 후로는 항상 냉장고를 가득 채워두곤 했었다. 그러면서 어린 원서윤을 안고, 빈틈 하나 없이 꽉 찬 냉장고를 가리키며 꽉 찬 그 냉장고가 그에게는 삶에 대한 만족과 현재에 대한 안심을 안겨준다고 말했었다.원서윤은 아직도 그 시절 아버지의 말이 생생하게 떠올랐다.“서윤아, 봐봐. 꽉 채워진 이 냉장고는 아빠를 든든하고 자신감 있게 만들어줘. 경항시에 살면서 가득 찬 냉장고가 있고, 우리 네 식구가 화목하게 지낼 수만 있다면 아빠는 더 바랄 게 없어...”‘아버지... 저도 지금 경항시에 살고 있고, 제 냉장고도 이렇게 가득 차 있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허전하고, 이 도시가 정 없게 느껴질까요? 왜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을 것만 같죠?’원서윤은 냉장고 문을 모두 열어둔 채 그 앞에 한참을 서있었다. 차가운 냉기가 얼굴을 스쳐 지나 밖으로 퍼지고 있었다.낡은 병원 기숙사라 전기 용량이 부족한 듯, 냉장고가 과부하로 돌아가며 플러그 쪽에서 탄 냄새와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원서윤은 멍하니 추억여행에 잠겨 상황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쾅쾅쾅!”광고지로 도배된 현관문을 누군가가 거칠게 두드렸다. 발길질 소리도 함께 들렸다. 원서윤은 찡그리며 정신을 차렸다.문을 열자, 여승재가 문턱에 서 있는 원서윤을 거칠게 밀치고 들어왔다. 그는 주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전원을 내려 냉장고가 과부하로 타오르는 것을 막았다.“쾅! 쾅! 쾅!”여승재는 냉장고가 덜컹거릴 정도로 힘을 주어 냉장고 문을 하나씩 닫았다
“저는 프로젝트팀에서 실무자예요. 그저 한 명의 스텝에 불과한 거죠.”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도착하자, 밖에는 검은색 비즈니스 차량이 기다리고 있었다.“프로젝트팀의 총괄 담당자는 민예원 씨입니다. 그녀는 여 대표님의 아내고, 현재 임신 중이에요.”마지막에 덧붙인 ‘임신 중’이라는 말에 병원장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원서윤을 차에 태워주려던 병원장은 갑자기 흥미를 잃은 듯, 엉성하게 회진 핑계를 대고는 서둘러 떠났다.원서윤은 고개를 저으며 혼자 미소 지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세상을 마주하자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병원장은 그녀가 여승재와 은밀한 관계라도 있는 줄 알고 친절하게 대해 준 것이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원서윤은 부원장 승진을 바로 앞둔 셈이었다.‘이게 뭐지? 뜻밖의 행운이라도 누리는 셈인가?’차에 올라탄 원서윤은 피곤한 이마를 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어젯밤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차가 움직이자, 졸음이 쏟아졌다.도착한 곳은 시청에서 마련한 호텔이었다. 호텔 앞에는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 수십 명이 두세 명씩 무리를 지어 서 있었다. 어떤 이들은 문에 기대 있었고, 어떤 이들은 계단에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피라드에서 의료계에서 꽤 이름을 알렸던 원서윤이었지만, 경항시로 돌아온 그녀는 어린 나이 탓에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나 이곳처럼 경력이 중요한 자리에서는 물결 속에 묻혀 사라질 수 있는 존재였다.차에서 내린 그녀에게 몇몇 사람들의 무심한 시선이 스쳐 갔지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원서윤도 개의치 않고, 휴대폰을 꺼내 피라드에 있는 스승님과 연락했다. 이름은 ‘스테판 에레’로 저장돼 있었다.마침 옆에 서 있던 중년 남성이 탄식하며 말했다.“스테판 에레 교수님이 곧 은퇴하신다던데, 정말 아쉬운 일이야. 그분 강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제 그럴 기회가 없겠군.”옆에 있던 조금 젊은 여자 의사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저도 그래요!
민예원은 여승재를 보자, 부드러운 얼굴이 순식간에 발그레해졌다. 그녀는 두어 걸음 달려가 그의 품에 안기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걱정하지 말라니까. 언니가 나랑 아기를 잘 챙겨주고 있어. 일 때문에 바쁜 거 알아.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되는데...”때마침 지나가던 프로젝트팀의 핵심 인원들이 그녀의 말을 듣고는 반가운 듯 웃으며 여승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여 대표님, 축하드립니다. 가화만사성이라고 하는데, 너무 잘 됐습니다.”여승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별말씀을요. 예원이도 이번에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총괄하게 됐으니 부족한 점이 많을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여승재는 협상 계에서 20대에 이름을 알린 유일한 전문가답게,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위엄을 드러냈다. 그가 예의상 건넨 한마디에도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며 존경을 표했다.원서윤은 옆에서 그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아랫배의 통증이 극심해지며 입술이 떨렸지만, 그녀는 여승재가 사업적 인간관계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봤다. 프로젝트팀의 핵심 인원들조차도, 여승재의 앞에 서는 그들의 노련한 언변 기술이 무색해진 듯 아무 말도 못했다.“네. 여 대표님, 예원 씨가 총괄하시는 프로젝트인 만큼, 저희 선배들이 성심껏 돕겠습니다.”팀 내 지위가 가장 높은 중년 남성이 거듭 말했다.그러자 여승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고맙습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아닙니다. 별말씀을요. 하하...”그들은 웃음과 함께 땀을 훔치며 자리를 떠났다.민예원은 여승재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정말 고마워.”민예원이 애교를 부리자, 공기 중에 달콤한 향기가 퍼지는 듯했다.원서윤은 생리통 때문에 식은땀을 흘리며 입술을 떨었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듯 발끝까지 힘을 주며 중얼거렸다.“여 대표님, 그리고... 예원 씨, 저는...”그녀가 말을 꺼내려는 찰나, 여승재가 먼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는 민예원의 뺨을 쓰다듬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