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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소란스러운 것을 싫어하던 원서윤은 사람들 틈에 끼지 않고 사거리 방향으로 걸어갔는데 로비 앞에 멈췄던 차가 다시 원서윤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연이겠거니 싶어서 별 신경을 안 쓰던 원서윤도 1, 2분 정도 계속 따라오는 차에 일부러 걸음을 멈추어봤다.

그러자 차도 바로 멈추었고 원서윤이 다시 걸으니 차가 출발하는 것이었다.

반사 필름으로 선팅돼 있는 차창 때문에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에도 원서윤의 평온했던 심장이 세차게 뛰어댔다.

그때 차창이 내려졌고 여전히 신사다운 겉모습을 하고 있는 유지훈이 높은 사람답게 뒷좌석에 기대앉아 원서윤을 향해 웃고 있었다.

그렇게 보기만 해도 역겨운 그 얼굴이 예고도 없이 원서윤 앞에 나타나 버린 것이다.

“서윤아,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네가 왜 여깄어? 왜 또 너야?!”

유지훈을 보자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원서윤이 뒤에 있는 나무도 보지 못하고 뒷걸음질 친 탓에 등이 나무에 부딪혀버렸다.

그 때문에 전해진 통증과 유지훈을 보니 떠오르는 기억에 원서윤은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워졌다.

그때 유지훈이 차에서 내리더니 원서윤을 부축하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언뜻 보면 다정해 보이는 둘이었지만 원서윤은 유지훈에게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그럴수록 유지훈은 원서윤을 꽉 껴안으며 그녀의 귀에 자신의 구레나룻을 붙이고 오랫동안 사랑한 부부 사이를 연출했다.

유지훈의 미소는 어둠을 밝혀줄 태양처럼 찬란하고 뜨거우며 화사하기까지 했지만 원서윤에게는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온 힘을 다해 도망쳤던 지옥이 다시 제 발로 찾아온 것이다.

“서윤아, 화나서 도망간 것까진 이해해. 그날은 내가 잘못했어. 그렇다고 아들 그렇게 버려두고 집에 안 들어온 건 네가 잘못한 거야.”

여승재와 함께 피라드에서 전 세계 탑10 미성에 선정된 만큼 유지훈의 목소리는 아주 부드러웠지만 원서윤에게만은 끔찍한 기억이었기에 그녀는 입술을 깨물어 통증으로 두려움을 무마시키며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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