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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인데 그래도 2억은 줘야 협상의 여지가 있었다.

방이연은 거절하려 했지만 원서윤이 일부러 얼굴을 굳힌 채 정색했다.

“누나라고 부르니까 내 말 들어.”

“그래. 앞으로도 누나 말 들을게. 헤헤헤...”

무거웠던 분위기가 갑자기 풀리기 시작했다.

월요일, 여승재가 약속한 2억을 송금했고 방이연도 퇴원했다.

원서윤은 바로 택시를 잡아 방이연과 함께 차량 판매점이 모여있는 공항로로 향했다.

방이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나, 여기는 왜 온 거예요?”

“차 사러 왔지.”

“누나 차 사려고?”

방이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원서윤이 방이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오늘 네가 끌고 다닐 차 사러 온 거야. 체리 큐티큐는 이미 폐차 조치했어.”

“잉? 누나, 그 큐티 큐 아직 짱짱한데. 기름값도 엄청 적게 들고.”

방이연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원서윤이 방이연을 이끌고 BMW 전문점으로 향했다.

“시속 30킬로만 조금 넘어도 보닛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던데? 그리고 전임 차주가 하이브리드로 불법 개조했더라고. 이연아, 그 체리 큐티 큐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폭탄 같은 존재야. 알아?”

“누나, 너무 솔직해서 뼈 때리는데?”

방이연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표정을 하고 있자 원서윤이 웃음을 터트렸다.

“누나, 웃으니까 너무 예쁜데? 앞으로 가식적으로 웃는 거 줄여요. 그러면 누나도 힘들고, 보는 사람도 마음 아파요.”

원서윤이 멈칫했다.

지금까지 원서윤에게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 마음 아프다고 한 건 방이연이 처음이었다.

“가자. 일단 차부터 사자.”

원서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살짝 가셨다. 방이연이 알겠다고 대답하더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맞은편 도로.

신난 민예원이 여승재의 팔을 꼭 잡고 흔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나 페라리 사주는 거예요?”

“그래. 네가 기쁘면 됐어.”

여승재가 민예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돌리다 원서윤과 방이연이 나란히 BMW 전문점으로 들어가는 걸 보았다. 민예원도 옆에서 그 장면을 목격했다.

민예원이 깔깔 웃으며 감탄했다.

“선생님, 서윤 언니 친구에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에요? 언니 남편도 이렇게 착한 와이프를 만나서 엄청 행복할 거 같아요.”

“사생활이 이렇게 혼란스러워서야.”

여승재가 이를 악물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 같은 협상 전문가 여승재가 유독 원서윤과 관련한 일에서는 쉽게 흥분했다.

민예원은 그런 여승재를 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소녀처럼 순수한 표정으로 여승재를 끌고 전문점으로 향했다.

“됐어요. 언니는 언니고 나는 나잖아요. 지금 선생님 곁에 있는 사람은 나니까 언니랑 다르게 선 꼭 지킬게요.”

오후, 경항시는 드물게 큰비가 내렸다. 비가 내린 후의 날씨는 이상하리만치 무더웠다.

원서윤은 지금 도요타 SUV에 타고 있었다. 방이연은 끝까지 BMW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며 사지 않았다.

“누나, 저녁에 우리 집 갈래?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방이연은 새 차 뽑고 신이 났는지 매우 흥분한 상태였다.

역시 젊은 피였다. 한창 차를 좋아할 나이지만 생활에 치여 참고 있을 뿐이었다.

원서윤은 알고 지낸 지 며칠 만에 너무 친해졌다는 생각에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원장이었다.

“여보세요? 원장님, 찾으셨어요?”

말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지만 표정은 다소 덤덤했다. 차를 운전하던 방이연이 미간을 찌푸렸다.

원장이 말했다.

“원 선생, 병원으로 좀 들어와요. 미리 해줘야 할 얘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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