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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하지만 그때 여승재는 여씨 가문 돈이라면 질색했기에 궁핍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대학 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모았고 끼니마다 밥을 사 먹을 돈은 없어서 꼭 한 끼는 빵으로 대체했고 고기보다는 밀가루가 더 많이 들어가 싸기만 한 소시지도 사 먹기 아까워했다.

그런 여승재에게 값비싼 캐리어는 사치였다. 하여 원서윤은 고등학교 때부터 몰래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세뱃돈은 물론이고 부모님이 쓰라고 준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 심지어 학교에서 나눠주는 급식도 먹지 않고 급식비까지 다 끌어모았다.

그러다 운동회에서 저혈당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여승재가 병원으로 달려오더니 나를 보자마자 한 소리 했다. 그것도 모자라 원서윤이 먹지 않고 모은 돈으로 산 캐리어를 그녀가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

그 캐리어는 G 브랜드 신상이었는데 생김새가 민예원이 올린 사진과 똑같았다.

원서윤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여승재도 그런 스타일의 캐리어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사줬다는 사실을 외면하려고 버린 걸 수도 있다.

사진 아래에 코멘트까지 달려 있었다.

[출장 갔다가 부랴부랴 돌아온 우리 선생님, 욕하기엔 마음이 아파서 결국 한마디도 못 함. 나도 아이도 사랑해~]

VIP 병실.

원서윤과 야근하던 팀원들이 민예원이 올린 인스타를 보고는 하나같이 미간을 찌푸리며 원망했다.

“세상 참 잘 돌아가네요. 잘못한 사람은 아무 걱정 없이 연애나 하면서 두 다리 쭉 뻗고 자는데 우리처럼 본분 지키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잘못한 사람 똥이나 치우고 있다니. 너무 짜증 나는데요?”

“잘못한 사람이 사모님인 걸 어떡해요? 안 봐도 뻔하죠.”

“사모님? 허. 대표님이 우리 팀에만 몇 번을 왔는데 한 번도 두 사람이 부부라고 직접 인정한 적이 없어요. 그 호칭도 결국에는 본인만 입에 달고 다니는 거잖아요.”

팀원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다른 팀원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대표님이 무뚝뚝해서 그런 거 신경 안 쓸 수도 있죠. 사랑하지도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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