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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뭔가 순서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 대표님이 먼저 감동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려야죠.”

원서윤이 일부러 다친 손을 높게 쳐들었다. 원서윤이 일부러 듣는 사람이 거북하게 웃었다.

“민예원 씨는 을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나서도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울면서 도망칠 생각만 했어요. 제2차 협상을 위해 준비한 기획서도 다 다른 곳에서 복사해서 붙인 자료더라고요. 페이퍼 사이트를 이용하는 데는 민예원 씨만 한 고수가 없을걸요?”

원서윤은 지금까지 민예원이 싸지른 똥을 치운 것이다. 협상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는데 협상 시작 시간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 외에는 그녀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정원준은 원서윤의 반박에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결국 법무팀 인원을 몇 명 남겨두고 일이 있다는 핑계로 얼른 병실에서 나갔다.

밤.

원서윤은 민예원이 싸지른 똥을 치우기 위해 아직도 분주히 돌아쳤다.

붕붕.

방이연이 카톡을 보내왔다.

[누나, 인스타 좀 봐봐. 서프라이즈.]

원서윤은 따끔거리는 눈가를 주무르다가 링거 바늘을 건드리는 바람에 피가 수액 튜브로 역류했다.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한 소리 했다.

“원 선생님, 의대 나오신 분이 왜 이렇게 자기 몸 하나 아낄 줄 몰라요?”

“미안해요. 최대한 그러느라 노력하는 중이에요.”

원서윤이 씁쓸하게 웃더니 아이패드 잠금화면을 풀고 메모장에 적힌 사항을 체크했다. 미완성 사항이 아직 7, 8건은 있었다.

연속 일주일을 밤새우면서 완성했지만 아직도 시간이 빠듯했다. 이런 상황에 휴식하면서 몸조리하는 건 사치였다.

물론 이 업무는 원래 민예원이 완성해야 할 것들이었다.

방이연이 다시 카톡을 보내왔다.

[누나, 인스타 좀 보라니까.]

[알았어.]

원서윤이 기분 전환도 할 겸 인스타를 열었다. 열자마자 누에 들어온 건 예쁘장한 그녀가 찍힌 사진이었다. 하지만 각도를 보니 몰래 찍은 사진이었다.

첫 장은 원서윤이 병실 소파에 앉아 쪽잠을 자는 사진이었다. 코멘트에 [자는 모습도 예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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