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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믿기 힘든 모습에 정원준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이게 뭐예요...”

“원준 씨, 난 이미 여승재한테 크게 실망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더 기대할 것도 없고요. 다들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그냥 이렇게 엮이지 않고 살고 싶어요. 원준 씨도 나 도와줘요.”

원서윤은 유난히도 길었던 그 날 밤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에 정원준이 밖으로 나가기 전 떨리는 목소리로 한마디 보탰다.

“서윤 씨가 믿을지 모르겠지만 승재도 5년 동안 그렇게 잘 지낸 건 아니에요.”

그가 나가고 진료실의 문이 다시 닫혔다.

그렇게 진료실 안에는 피가 흐르는 손을 꽉 쥐고 있는 원서윤만 남게 되었다.

그때 누군가가 보낸 문자에 의해 그녀의 핸드폰이 울려왔다.

[원서윤, 너 대체 언제까지 나 피해 다닐 거야.]

그 문자를 보자마자 원서윤은 무언가 억눌러 왔던 것이 터진 사람처럼 핸드폰을 바닥으로 내던지며 에어컨 바람에 차가워진 이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참혹했던 그 날이, 죽지 못해 살았던 지난 5년이 원서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천천히 그녀의 목을 옥죄여 와 원서윤은 숨을 쉬는 것조차도 버거웠고 그날의 기억은 영영 벗어나지 못할 지옥처럼 느껴졌다.

원서윤은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홀로 흐느끼며 중얼거렸다.

“유지훈,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이제 그만할 때도 됐잖아...”

한편 병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여승재는 사람이 드나든 흔적에 바로 경찰에게 신고했고 소식을 들은 정원준도 여승재의 집으로 달려갔다.

“강도 들었다며? 뭐 사라진 건 있어?”

“없어.”

다리를 벌린 채 소파에 앉아 열 손가락을 맞잡고 있던 여승재는 지끈거리는 머리에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맞은편 벽을 보며 말했다.

“방이연이 돌아온 것 같아. 걔에 대해서 알아보라 했던 건 어떻게 됐어?”

정원준이 그 벽으로 고개를 돌리자 빨간 글씨로 쓰인 문장 하나가 보였다.

[여승재, 네가 짓밟았던 사람들이 언젠가는 너한테 복수할 거야. 죽는 날이나 기다리고 있어.]

그 문장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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