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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아픈 걸 알면서 그런 거야? 원서윤, 너 미쳤지?”

여승재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갑지 않았고 매우 부드러웠다. 오히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음 아파하는 듯한 말투였다.

원서윤은 잠에서 깰 수가 없었다. 얼마 남지 않은 의식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얼른 눈을 떠야 한다고 지령을 내렸지만 몸이 들어주지를 않았다.

입은 마치 대뇌에서 독립해 자아의식이라도 가진 듯이 억울한 말투로 울먹이기 시작했다.

“오빠, 왜 서윤이라고 안 불러? 어릴 때는 나 엄청 잘해줬잖아. 내가 크면 나랑 결혼하겠다고 했잖아.”

참으로 아름다운 미래였지만 아쉽게도 비극으로 끝났다.

원서윤은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아니, 시베리아에 벌거벗은 채로 버려진 것처럼 너무 추웠다. 하여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 채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따듯한 보금자리를 찾았다.

“뭐야? 열 난 거야?”

여승재가 따듯한 손바닥으로 보물을 다루듯이 원서윤의 이마에 갖다 대고는 온도를 체크했다. 그러더니 원서윤의 목과 등을 만져봤다.

원서윤이 간지러웠는지 깔깔 웃었다.

“오빠, 장난 그만. 나 열은 안 나는데 요즘엔 자꾸 몸이 춥다? 막 힘들 정도로 몸이 추워. 정말이야.”

“원서윤, 사실 나는...”

여승재가 뭔가 말하려는데 원서윤이 중도에 잘라버렸다.

“오빠, 내가 피라드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정원준은 내가 외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오빠가 죽든 살든 신경 쓰지 않고 매정하게 버렸다고 하는데 사실은 아니야.”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마치 맛이 이상한 어성초에 취두부가 섞여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너무 역겨웠다.

원서윤은 가슴을 움켜잡은 채 여승재의 다리에 엎드려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위가 찢어질 듯이 아파 피를 왈칵 토해냈다.

“원서윤.”

어둠 속에서 여승재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원서윤을 안고 의사에게 가고 싶었지만 원서윤이 손사래를 치며 졸린다고 거절했다.

“괜찮아. 오빠. 피라드에 간 첫해에 호적을 올리지 못해서 그럴싸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을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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