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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알겠습니다.”

원서윤이 창밖으로 도로 상황을 살폈다.

“20분쯤 걸릴 것 같네요.”

“그래요.”

전화를 끊고 방이연이 원서윤을 병원에 데려다줬다.

원서윤이 행정과 사무실로 향했다. 뒤따라오던 방이연이 동료들과 마주쳤다.

“도요타 최신 차종 아니에요? 6,000만 원은 줘야 할 텐데 대출로 산 거예요?”

동료들이 감탄했다.

“아니요. 누나가 사준 거예요.”

방이연이 솔직하게 털어놓자 동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누나? 고아 아니었어요? 누나는 무슨 누나? 혹시 스폰 막 그런 거 아니에요? 얼굴이 반반하니까 돈 많은 아줌마들이...”

“혹시 제가 옛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앞에서 걷고 있던 원서윤이 겨우 웃음을 참아냈다.

원서윤이 원장 사무실로 들어섰다. 안에 다른 과 주임과 민예원까지 함께 있는 걸 보고 원서윤은 ‘가면’을 다시 쓰는 수밖에 없었다.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

“원 선생, 축하해요. 앞으로 우리 병원 산부인과는 원 선생 소관이에요. 아, 그리고 오늘부터 부원장으로 함께 하게 된 민예원 씨에요. 인사해요.”

“민예원 씨요?”

원서윤은 가슴이 철렁했다.

행정 부원장은 비록 행정 업무를 소관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수순으로 보면 병원 이사회에서 금융 쪽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으로 임용하곤 했다.

전임 부원장도 의대 출신에 박사 학위로 금융 관리를 전공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후임자도 전임 부원장의 표준으로 임용하는 게 맞았다. 바꿔 말하면 앞으로 부원장이 되고 싶으면 최저 학력이 전임 부원장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민예원은...

원장이 껄껄 웃으며 민예원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더니 설명했다.

“병원 이사회는 젊은 사람에게 기회를 많이 주자는 취지에요. 그래야 젊은 피를 끊임없이 수혈할 수 있지 않겠어요? 게다가 민예원 씨는 명문대 졸업에 여 대표님의 제자기도 하니까 행정 부원장 직을 맡기에 충분하죠.”

“민예원 씨 성원 그룹에서 나왔죠?”

원서윤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원장이 이마를 ‘탁’ 치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내 기억 좀 봐. 하마터면 중요한 걸 까먹을 뻔했네요. 성원 그룹에서 우리 병원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여 대표님 이제 우리 병원 대표님이기도 해요.”

그렇다는 건 국민건강보험 프로젝트가 민예원 사모님의 스펙이 되기엔 살짝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여승재가 거금을 들여 병원을 인수한 건 민예원이 스펙을 쌓아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게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어머, 서윤 언니. 왜 안색이 그렇게 안 좋아요? 혹시 어디 아파요? 정 주임님, 외과 주임님이시죠? 얼른 우리 언니 좀 봐주세요.”

민예원이 부원장의 자태를 한껏 뽐냈다. 민예원보다 스무 살은 더 많은 정연주 주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부원장님, 제가 외과인 건 맞는데 정형외과라...”

“정 주임님?”

민예원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 원서윤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얼른 이렇게 말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인사이동은 확인했으니 이제 나가봐도 될까요?”

“그게... 원 선생, 사실 토론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어요.”

원장이 쭈뼛거리자 원서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말씀하세요.”

“민예원 씨가 원 선생이 쓰는 사무실이 볕이 잘 들뿐더러 경치도 좋다고 하는데...”

원장이 말했다.

“병원 뜻에 따르겠습니다.”

고작 산부인과 주임인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게 원장 사무실에서 나가려는데 민예원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서윤 언니 화난 거 아니겠죠?”

안에 앉아 있던 몇몇 주임들이 아부하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요. 민예원 씨는 부원장님에 여 대표님 사모님인데, 신분을 봐서라도 그럴 엄두가 나겠어요?”

하긴, 여승재가 끔찍이도 아끼는 민예원을 감히 욕보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서윤이 씁쓸하게 웃더니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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