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윤은 원래 있던 사무실로 돌아가 개인 물품을 정리해야 했다. 하지만 사무실 앞에 도착하자마자 인부들이 사무실에서 상자 몇 개를 꺼내 아무렇게나 복도에 던지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문에 걸린 팻말을 바꿨다.전에 붙어있던 팻말은 [산부인과: 원서윤]이었는데 지금은 [행정 부원장: 민예원]으로 바뀌었다. 인부가 원서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두 동강으로 부시더니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원서윤이 차가운 눈빛으로 이를 방관했다.‘경항시로 돌아오면서 모든 걸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나?’붕붕.핸드폰이 울렸다.[집주인]에게서 온 카톡이었다.[원서윤, 아니면 와서 빌어볼래?]여승재는 이제 원서윤을 대놓고 면박을 주고 있었다. 민예원을 위해 모든 체면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마치 그때 원서윤이 여승재를 위해 온갖 우스운 일을 자청했던 것처럼 말이다. 도서관에서 봐둔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뺏기기 싫어 아예 막무가내로 책상에 드러누운 적도 있었다.여승재가 대학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시험에 날 문제를 귀신같이 맞힌다는 학원 강사를 만나기 위해 미친 사람처럼 그 강사를 따라다니며 여승재에게 강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다 학원 강사가 스토킹으로 신고하는 바람에 구치소에서 15날을 감금해 있었다.돌이켜보니 정말 너무 우스웠다. 여승재가 지금 다른 여자를 위해 간과 쓸개를 빼주는 모습이 어쩌면 그때의 그녀와 똑 닮아 있었다.[대표님, 대표님에게서 다른 사람이 보여요.]원서윤이 답장했다.1분 후.[?][내가 보여요.]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원서윤은 여승재를 차단했다.수요일이 되자 협상 프로젝트팀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2차 협상의 목적은 초보적으로 계약서에 명시된 사항들에 대해 협의 달성하는 것이었다. 그 뜻인즉 가격 외에 후속 구매 및 공급 방안, 그리고 비용 납부 루트 등도 결정해야 했다.이 부분은 당연히 법무팀에서 연속 3일의 낮과 밤을 고군분투한 끝에 작성한 것이었다.“허, 원서윤 씨,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맞네
“저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요. 법무팀에서도 그래요. 그렇게 중요한 계약서를 바로 나한테 줘버리면 어떡해요?”민예원도 억울해 미칠 지경이었다.제2차 협상을 곧 시작할 텐데 계약서를 잊어버렸으니 을이 얼마나 비웃을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까만 테두리 안경을 쓴 여자가 폭주하더니 사원증을 빼서 바닥에 패대기쳤다. 사원증은 신축성이 좋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기에 너무 세게 패대기치면 오히려 튕겨 올랐다.미처 피하지 못한 민예원이 허공으로 날아오른 사원증에 얼굴을 긁히고 말았다.까만 뿔테 안경을 쓴 여자가 고래고래 소리쳤다.“민예원 씨, 내가 정말 오래 참았거든요? 민예원 씨는 여승재 선생님이 뒤에 서 있으니까 믿는 구석이 있어서 이러는 거겠죠. 협상 새내기인 우리는 여승재 선생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꾹 참고 있었어요. 제1차 협상 때 늦잠 자고 갑자기 사라져 버려도 아무도 뭐라 한 사람 없었다고요.”복도에 싸우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민예원은 지금 당장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아물어버릴지도 모르는 상처를 감싸 쥐고 불쌍한 척 울먹였다. 겉모습만 봐서는 잘못한 사람이 민예원이 아니라 다른 사람 같았다.까만 뿔테 안경을 쓴 여자는 여전히 북받치는 감정을 쏟아내고 있었다.“하. 민예원 씨, 내가 봤을 때는 그냥 팀에서 나가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팀 구성원들에게 민폐만 끼칠 바에는 그냥 나가달라고요. 어쩜 능력도 없는 사람이 구성원들 발목 잡을 생각만 하는 거예요? 정말 역겨워서 더는 같이 못 하겠어요.”원서윤이 사람들 틈을 비집고 회의실 옆에 있는 탕비실로 들어가 차를 마시며 휴식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싸움이 잠잠해지면 다시 들어가려 했다. 이젠 그 어떤 시비도 휘말리는 게 싫었다.하지만 상황이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아참, 민예원 씨. 솔직히 말할게요. 다들 겉으로는 민예원 씨 칭찬하면서 굽신거릴지 몰라도 속으로는 원 선생님을 더 우러러보고 있어요.”“...”애꿎은 원서윤이 그렇게 강제로 소환되고 말았다. 민예원의 얼굴이 하얗게
황 주임이 머쓱한 표정으로 웃었다.“원 선생님,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제2차 협상은 원 선생님이 주도해야겠는데요?”원서윤이 거절했다.“황 주임님, 죄송합니다. 저는 총책임자를 돕는 역할일 뿐입니다. 게다가 저는 협상에 관해 배워본 적도 없으니 그럴만한 그릇이 못 됩니다.”원서윤이 자리를 뜨려는데 황 주임이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원 선생님, 이번 프로젝트가 무산되면 여 대표님이 뭐라고 생각할까요?”“...”원서윤이 멈칫했다.프로젝트가 멈추고 협상에 실패하면 경항시에서 민예원의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원서윤이 아는 여승재는 민예원을 보호하기 위해 미친 듯이 원서윤을 괴롭히고도 남을 것이다.아빠가 남긴 별장은 물론이고 그녀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5년 전처럼 죽거나 미쳐버릴지로 모른다.여승재는 원서윤에게 늘 매정했다.“원 선생님, 회의 곧 시작인데 가시죠.”황 주임이 자신만만하게 한쪽으로 비키며 원서윤을 안으로 안내했다.원서윤이 황 주임 옆을 지나며 찬란하게 웃었다.“황 주임님, 몸집에 맞지도 않은 물건을 삼켰던데요? 하이만섬에 있는 계좌번호 뒷자리가 1633이죠?”이 말에 중심을 잃은 황 주임이 쿵 하고 문에 부딪히며 얼굴에 멍이 들었다.원서윤이 제일 앞쪽에 위치한 자리에 앉아 느긋한 표정으로 정원준에게 전화를 걸었다.“10분 줄 테니까 법무팀 좀 잠깐 빌려줘요.”“당신이 뭔데요?”정원준이 허허 웃었다.원서윤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위위구조가 어떤 이야기인지 인터넷에 확 올려버릴까요?”“젠장. 원서윤 씨, 설마 엘리베이터에서 녹음한 거예요?”정원준은 순간 걷잡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올랐다.원서윤은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5분 줄게요.”“여보세요? 아까는 10분이라면서요. 여보세요?”원서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원서윤이 옆에 앉은 팀원에게 지시했다.“오늘 그만둔 법무팀 인원들 앞으로 3일간 감시하면서 을과 결탁한 증거를 찾아내 경제사범으로 신고해요. 아는 사람
“뭔가 순서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여 대표님이 먼저 감동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려야죠.”원서윤이 일부러 다친 손을 높게 쳐들었다. 원서윤이 일부러 듣는 사람이 거북하게 웃었다.“민예원 씨는 을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나서도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울면서 도망칠 생각만 했어요. 제2차 협상을 위해 준비한 기획서도 다 다른 곳에서 복사해서 붙인 자료더라고요. 페이퍼 사이트를 이용하는 데는 민예원 씨만 한 고수가 없을걸요?”원서윤은 지금까지 민예원이 싸지른 똥을 치운 것이다. 협상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는데 협상 시작 시간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극단적인 방법을 쓰는 것 외에는 그녀도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정원준은 원서윤의 반박에 말문이 막혔다. 그러다 결국 법무팀 인원을 몇 명 남겨두고 일이 있다는 핑계로 얼른 병실에서 나갔다.밤.원서윤은 민예원이 싸지른 똥을 치우기 위해 아직도 분주히 돌아쳤다.붕붕.방이연이 카톡을 보내왔다.[누나, 인스타 좀 봐봐. 서프라이즈.]원서윤은 따끔거리는 눈가를 주무르다가 링거 바늘을 건드리는 바람에 피가 수액 튜브로 역류했다.간호사가 들어오더니 한 소리 했다.“원 선생님, 의대 나오신 분이 왜 이렇게 자기 몸 하나 아낄 줄 몰라요?”“미안해요. 최대한 그러느라 노력하는 중이에요.”원서윤이 씁쓸하게 웃더니 아이패드 잠금화면을 풀고 메모장에 적힌 사항을 체크했다. 미완성 사항이 아직 7, 8건은 있었다.연속 일주일을 밤새우면서 완성했지만 아직도 시간이 빠듯했다. 이런 상황에 휴식하면서 몸조리하는 건 사치였다.물론 이 업무는 원래 민예원이 완성해야 할 것들이었다.방이연이 다시 카톡을 보내왔다.[누나, 인스타 좀 보라니까.][알았어.]원서윤이 기분 전환도 할 겸 인스타를 열었다. 열자마자 누에 들어온 건 예쁘장한 그녀가 찍힌 사진이었다. 하지만 각도를 보니 몰래 찍은 사진이었다.첫 장은 원서윤이 병실 소파에 앉아 쪽잠을 자는 사진이었다. 코멘트에 [자는 모습도 예쁜
하지만 그때 여승재는 여씨 가문 돈이라면 질색했기에 궁핍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대학 시절 내내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모았고 끼니마다 밥을 사 먹을 돈은 없어서 꼭 한 끼는 빵으로 대체했고 고기보다는 밀가루가 더 많이 들어가 싸기만 한 소시지도 사 먹기 아까워했다.그런 여승재에게 값비싼 캐리어는 사치였다. 하여 원서윤은 고등학교 때부터 몰래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세뱃돈은 물론이고 부모님이 쓰라고 준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 심지어 학교에서 나눠주는 급식도 먹지 않고 급식비까지 다 끌어모았다.그러다 운동회에서 저혈당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여승재가 병원으로 달려오더니 나를 보자마자 한 소리 했다. 그것도 모자라 원서윤이 먹지 않고 모은 돈으로 산 캐리어를 그녀가 보는 앞에서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그 캐리어는 G 브랜드 신상이었는데 생김새가 민예원이 올린 사진과 똑같았다.원서윤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여승재도 그런 스타일의 캐리어를 좋아하지만 그녀가 사줬다는 사실을 외면하려고 버린 걸 수도 있다.사진 아래에 코멘트까지 달려 있었다.[출장 갔다가 부랴부랴 돌아온 우리 선생님, 욕하기엔 마음이 아파서 결국 한마디도 못 함. 나도 아이도 사랑해~]VIP 병실.원서윤과 야근하던 팀원들이 민예원이 올린 인스타를 보고는 하나같이 미간을 찌푸리며 원망했다.“세상 참 잘 돌아가네요. 잘못한 사람은 아무 걱정 없이 연애나 하면서 두 다리 쭉 뻗고 자는데 우리처럼 본분 지키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잘못한 사람 똥이나 치우고 있다니. 너무 짜증 나는데요?”“잘못한 사람이 사모님인 걸 어떡해요? 안 봐도 뻔하죠.”“사모님? 허. 대표님이 우리 팀에만 몇 번을 왔는데 한 번도 두 사람이 부부라고 직접 인정한 적이 없어요. 그 호칭도 결국에는 본인만 입에 달고 다니는 거잖아요.”팀원들이 불만을 쏟아냈다.다른 팀원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대표님이 무뚝뚝해서 그런 거 신경 안 쓸 수도 있죠. 사랑하지도 않는
“아픈 걸 알면서 그런 거야? 원서윤, 너 미쳤지?”여승재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차갑지 않았고 매우 부드러웠다. 오히려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마음 아파하는 듯한 말투였다.원서윤은 잠에서 깰 수가 없었다. 얼마 남지 않은 의식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얼른 눈을 떠야 한다고 지령을 내렸지만 몸이 들어주지를 않았다.입은 마치 대뇌에서 독립해 자아의식이라도 가진 듯이 억울한 말투로 울먹이기 시작했다.“오빠, 왜 서윤이라고 안 불러? 어릴 때는 나 엄청 잘해줬잖아. 내가 크면 나랑 결혼하겠다고 했잖아.”참으로 아름다운 미래였지만 아쉽게도 비극으로 끝났다.원서윤은 몸이 으슬으슬 추웠다. 아니, 시베리아에 벌거벗은 채로 버려진 것처럼 너무 추웠다. 하여 새우처럼 몸을 웅크린 채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따듯한 보금자리를 찾았다.“뭐야? 열 난 거야?”여승재가 따듯한 손바닥으로 보물을 다루듯이 원서윤의 이마에 갖다 대고는 온도를 체크했다. 그러더니 원서윤의 목과 등을 만져봤다.원서윤이 간지러웠는지 깔깔 웃었다.“오빠, 장난 그만. 나 열은 안 나는데 요즘엔 자꾸 몸이 춥다? 막 힘들 정도로 몸이 추워. 정말이야.”“원서윤, 사실 나는...”여승재가 뭔가 말하려는데 원서윤이 중도에 잘라버렸다.“오빠, 내가 피라드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 정원준은 내가 외국에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오빠가 죽든 살든 신경 쓰지 않고 매정하게 버렸다고 하는데 사실은 아니야.”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마치 맛이 이상한 어성초에 취두부가 섞여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너무 역겨웠다.원서윤은 가슴을 움켜잡은 채 여승재의 다리에 엎드려 헛구역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위가 찢어질 듯이 아파 피를 왈칵 토해냈다.“원서윤.”어둠 속에서 여승재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지는 게 보였다. 원서윤을 안고 의사에게 가고 싶었지만 원서윤이 손사래를 치며 졸린다고 거절했다.“괜찮아. 오빠. 피라드에 간 첫해에 호적을 올리지 못해서 그럴싸한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을 수가
“저희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원서윤은 서둘러 여승재와 선을 그었지만 여승재는 그와는 다른 의미의 말을 내뱉었다.“예원아, 나랑 원서윤 씨 사이는 돌아가서 자세히 설명해줄 테니까 일단은 가자.”원서윤은 왜 여승재가 이렇게 해명할 필요도 없는 일을 모호하게 만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원서윤은 지금 손도 아프고 속도 불편하며 목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을 해서 침을 삼킬 때마다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았지만 그래도 애써 웃음을 지으며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또박또박 말했다.“사모님, 대표님이 아까 그렇게 말한 건 다 일부러 사모님 화나게 만들려고 그랬던 걸 거에요.”“나를 일부러 화나게 한다고요?”원서윤의 말에 민예원은 눈에 매달았던 눈물을 닦아내며 눈을 크게 떴다.“네, 사모님이 본인 몸도 소중하게 안 다루시니까 대표님이 화나서 일부러 질투하게 만들려고 그런 말을 한 거예요. 남자들 유치한 거 아시잖아요, 그냥 그런 마음에서 친 장난이죠.”“진짜요?”원서윤의 말에 활짝 웃은 민예원은 바로 여승재의 품으로 달려가 안기며 그의 목에 자신의 말랑한 볼을 대고 부비적거리며 말했다.“선생님, 진짜 나빠요! 그래도 내가 이렇게 애교부리면 이제 화 안 낼 거죠?”‘이러면 이제 화 푸는 거지, 오빠?’어릴 적 여승재가 화를 낼 때마다 원서윤도 똑같은 말을 하곤 했었다.원씨 집안이 파산하고 여승재가 모든 사실을 알려주었을 때도 원서윤은 모든 자존심을 다 버리고 여승재의 목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대며 말했다.“오빠, 다 우리 잘못인 거 아는데 이렇게 화내지 마... 우리 아빠가 그때 잠깐 미쳤었나 봐, 그래서 잘못한 건 맞는데... 오빠도 너무 화만 내지 말고, 이렇게 충동적으로 나오면 안 되는 거잖아... 일단 진정해봐 오빠, 제발...”하지만 여승재는 눈물겨운 원서윤의 애원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었다.원서윤이 여승재에 대한 마음을 접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 일이 있었던 5년 전부터였던 것 같다.그때 여승재는 제 품에 들어온
“알아요, 감사 인사하는 거. 그래서 제가 답례로 조언 하나 해준 거잖아요, 문제 있나요?”원서윤은 환한 미소 뒤에는 그녀의 진짜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 미소는 그야말로 그녀의 가면이 되어버린 것이다.여승재는 그런 원서윤을 보며 코웃음을 치고 말했다.“내 사람한테 뭐라고 할 권리, 원서윤 씨한테는 없어요.”“그럼 이만 가보세요.”원서윤은 문을 막고 서 있는 정원준을 밀어내고는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조심히 가세요.”“원서윤 씨, 그러다 진짜 후회해요.”여승재는 원서윤을 한번 노려보더니 씩씩대며 밖으로 향했고 민예원은 그런 여승재를 달래듯 말했다.“오빠, 화 풀어요. 언니가 아직 사회 생활경험이 부족해서 말을 돌려서 할 줄을 모르나 봐요, 내가 앞으로 잘 가르치면 나아질 거니까 걱정 마요.”그들의 대화 소리가 점차 작아지자 원서윤은 함께 야근한 팀원들을 돌려보내며 그들에게 따로 10만 원의 보너스를 계좌 이체해주었다.물론 팀원들은 당연히 거절했지만 원서윤은 웃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야근 수당이니까 그냥 받아둬, 어차피 다 세금 올려가야 돼.”유머러스한 원서윤의 말에 다들 웃다 보니 야근 때문에 쌓였던 불만도 눈 녹듯이 사라졌고 팀 분위기는 전보다 더 좋아졌다.그런데 그때, 민예원이 팀원들이 다 있는 단톡방에서 문자 하나를 남겼다.[팀원분들, 야근이나 출근이나 다들 외적인 부분에 신경 좀 써주세요. 성원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되니까 주의 부탁드릴게요.]곧이어 민예원은 오늘 원서윤과 함께 야근했던 팀원들의 이름을 골뱅이 뒤에 붙여 하나하나 보내기 시작했다.마지막으로 원서윤의 이름까지 보내고 나서 민예원은 한마디 더 보탰다.[원 비서가 잘 좀 체크해요.]그 문자를 본 VIP 진료실 직원들은 다 웃음을 터뜨렸고 직원 중 하나는 아예 민예원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아, 진짜 카리스마 있는 척하는 것도 이젠 질려요 정말.”그때 다른 팀원이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보더니 원서윤을 향해 물었다.“원 선생님, 제가 입은 게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