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화

민예원은 달려오는 내내 여승재와 깍지를 끼고는 잉꼬부부임을 티 냈다.

방이연이 그런 민예원을 째려보며 차갑게 비웃었다.

“연애질은 호텔 가서 해요. 호텔로 간다는 게 병실로 잘못 들어온 거 아니에요?”

“이연 씨, 오해하지 마요. 저랑 선생님이 이렇게 온 건 다 이연 씨가 걱정돼서예요. 하지만 지금 보니...”

민예원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원서윤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순진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니다. 제가 너무 생각이 많았나 봐요. 하지만 서윤 언니가 워낙 사람을 잘 챙기니까 저희가 여기 있는 게 더 민폐겠네요.”

원서윤과 방이연이 불륜이라도 저지른다는 식으로 비꼬는 걸 듣고 있자니 너무 불편했다. 안으로 들어와 방이연의 약을 바꿔주던 간호사도 민예원을 몇 번 더 힐끔 쳐다봤다.

원서윤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귀띔했다.

“사모님, 잊었나 본데 이연이가 다쳐서 입원한 거 다 여 대표님이 그런 거예요. 아직 고소할지 말지 결정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불쑥 찾아오는 건 아니지 않아요?”

“선생님... 너무 무서워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예원은 울먹이며 여승재의 품속으로 숨어들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억울해 보였다.

“언니, 이연 씨 많이 좋아하는 거 알아요. 요즘 세상에 편견이 없어지긴 했지만 귀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요. 선생님이 내 옆에 자주 있어 주는 게 부러웠던 거죠? 남편이 자주 옆에 없으니까 외로워서 그런다는 거 알아요. 나도 선생님도 다 이해할 수 있어요.”

이 말은 원서윤과 방이연이 불륜 관계라는 것에 쐐기를 박는 말이었다.

원서윤이 웃으며 우아한 자태로 물었다.

“사모님,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 하나 해줄까요?”

“그게 뭔데요?”

민예원이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묻자 원서윤이 미소를 지었다.

“옛날에 어떤 황제가 있었는데 사복을 입고 관리들과 민정을 살피러 갔다가 기생집을 지나치는데 갑자기 대문이 열리더니 기생들이 글쎄 가슴을 훤히 드러내놓고 온갖 교태를 부리는 거예요. 따라온 관리들이 이를 보고 입을 모아 비판했죠. 어디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망측한 짓을 하냐면서 말이에요.”

“이에 그 황제가 입을 열었어요. ‘마음이 깨끗한 사람이라면 기생들을 보고도 망측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겠지’라고요.”

민예원은 입만 열면 원서윤과 방이연이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 물고 늘어졌다.

원서윤은 떳떳했기에 설명하기도 귀찮았다. 정작 더러운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찬 사람이 누군지는 눈이 성한 사람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방이연이 맞장구쳤다.

“사모님, 날 때부터 검은 속내를 타고났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으면 빨리 나랑 누나한테 사과해요. 아니면 쯧쯧... 대표님, 아무래도 사모님을 바꾸는 게 좋겠어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않겠어요?”

방이연이 민예원의 배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민예원이 울음을 왈칵 쏟아냈다.

“흑흑. 선생님. 내가 서윤 언니를 너무 좋아해서 그래요. 언니만 행복하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든 축복이 깃들 수 있게 기도할 거예요.”

“됐어. 더 울면 나 마음 아파. 아이에게도 안 좋고.”

여승재가 민예원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줬다. 원서윤은 그저 옆에서 그 장면을 묵묵히 지켜봤다.

예전 일이 떠올랐다. 여승재에게 칼을 들고 달려든 경쟁 적수를 막아주려다 그 칼이 원서윤의 배에 꽂히고 말았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너무 아파 울음을 터트렸지만 여승재가 이렇게 말했다.

“울지 말고 버텨. 아니면 네가 나의 약점이 될 거야.”

여승재는 원래 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저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여승재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졌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여자라면 눈물을 흘리는 것조차 번거롭다고 허용하지 않았다.

여승재는 민예원을 다독이더니 카드 한 장을 꺼내 원서윤에게 건네줬다.

“예원이 아직 어려서 생각이 단순해서 그래. 앙심 품고 한 소리는 아니니까 내가 대신 사과할게. 안에 1억 들어있어. 배상한 걸로 치자.”

찰싹.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 손으로 은행 카드를 쳐서 바닥에 떨어트렸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