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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이 일자리는 내게 매우 중요했다.

우리 가족이 살아갈 유일한 경제적 기반이었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잃을 수 없었다.

외할머니에게는 솔직히 말할 수 없어, 난 회사에 급한 일이 있다고 둘러대고 서둘러 회사로 향했다.

유미선 부장은 부서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나를 곧장 사무실로 끌어들였다.

유미선의 지나치게 심각한 표정을 보고 내 마음은 점점 가라앉았다.

“부장님, 회사가 저를 해고하려는 건가요?”

유미선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두 주먹을 꽉 쥔 채, 어쩔 수 없이 내 입장을 주장해야 했다.

“이전에 지각한 건 제 잘못 맞아요. 변명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회사에 가져다준 이익이 얼만데...”

‘이렇게 해고당하는 건 정말 억울해!’

“누가 유나 씨를 해고한다고 했어요?”

“네?”

나는 순간 멍해졌다.

“유나 씨 지금 무슨 상상을 한 거예요? 유나 씨를 부른 건 좋은 소식이 있어서예요.”

유미선은 책상에서 서류 한 장을 집어들어 내게 건넸다.

“이건 내가 소동진 팀장에게서 받은 건데, 이 사업은 다시 유나 씨에게 맡겨졌어요!”

뜻밖의 전환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그분도 동의한 건가요?”

“소 팀장이 동의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건 윗선의 결정이니까, 우리는 그대로 따를 뿐이에요.”

유미선은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위쪽을 바라보며 머릿속에 떠오른 첫 인물은 문지성이었지만, 곧바로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문지성이 나를 도울 리가 없지.’

“부장님...”

나는 더 물어보려 했지만, 유미선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마라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사업이 다시 유나 씨의 손으로 돌아왔다는 거예요.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잘 해내야 해요!”

유미선은 나를 위해서 좋은 충고를 해주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유미선의 사무실을 나오면서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런 갑작스러운 행운이 나를 찾아오다니,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진윤아를 보았다. 그녀는 웃으며 나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언니! 정말 잘 됐네요. 이제 우리 다시 함께 일할 수 있겠어요!”

나는 미소로 화답했다.

“우리 이번 사업 꼭 잘 해내자.”

“네, 그럴 거예요!”

...

나는 오전 내내 정신없이 바빴다.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허기가 느껴지자 비로소 점심 먹을 시간이 된 걸 알았다.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는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혹시 진윤아 씨가 어디 계신가요?”

나는 몸을 비켜 주며 진윤아의 자리를 가리켰다.

“저기, 갈색 긴 머리 여자분이요.”

젊은 남자가 도시락통을 들고 진윤아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는 쇼핑백에서 도시락통을 하나씩 책상 위에 꺼내놓았다.

음식의 향기가 공기 중에 퍼졌다.

이미 배가 고픈 직원들에게는 그 냄새가 큰 유혹이었다.

“문지성 대표님께서 진윤아 씨를 위해 주문하신 점심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이 말에 사무실은 술렁였다.

직원들이 진윤아 주변에 모여들어 모두 부러움이 가득해 한 마디씩 했다.

나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 시선은 음식 도시락통에 붙어 있는 라벨에 멈췄다.

거기엔 영어로 ‘Serene Palette’라는 영문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나는 잠시 멍해졌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 식당이 아직도 운영 중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예전에 그곳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식당이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그니처 요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 간 지 이미 오래되었고, 아마 이제는 다시는 가지 않을 것 같다.

진윤아가 얼굴을 붉히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도 남자친구가 이렇게 할 줄 몰랐어요... 이 식당 음식이 비싸서 그냥 한 번 먹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많이 보낼 줄은 몰랐어요. 저 혼자 다 먹지도 못할 것 같은데...”

그녀의 하얀 얼굴에 약간의 고민이 스쳤다.

그러나 모두들 속으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곤란해하는 진윤아의 말 속에는 행복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윤아 씨, 듣자 하니 하 팀장님이 그 사업을 다시 맡게 된 것도 전부 문 대표님 덕분이라면서요? 윤아 씨 때문에 화가 나서 그런 거라던데요.”

“아니에요...”

진윤아는 얼굴이 더 붉어졌다.

“부끄러워하지 말아요. 우리는 다 알죠. 전에 소 팀장님이 윤아 씨를 괴롭힌 것 때문에 문 대표님이 여자친구를 아끼느라 이렇게 된 거잖아요.”

“우리 2팀, 이번에 완전 자신감 뿜뿜!”

...

나는 사무실을 나와 문 옆에 기대어 안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를 들었다.

내 마음속은 복잡하고 쓸쓸한 감정으로 가득했다.

‘아, ‘든든한 배경’이 있다는 게 어떤 기분인가...’

‘그리고 나는 그 ‘든든한 배경’의 덕을 잠시나마 본 셈이네.’

‘그래도 다행이야, 윤아 씨가 없었더라면 나는 정말로 회사를 떠나야 했을 텐데.’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어떻게 내게 다시 돌아왔든, 나는 이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로 결심했다. 누구도 나를 함부로 비웃지 못하도록.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있을 일에 내 모든 열정을 쏟아붓기로 했다.

나는 이후의 업무에서 더 철저하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

매일 늦게까지 야근을 하게 되면서, 2팀의 다른 팀원들도 나와 함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일해야 했다.

그 결과, 우리 팀 내 업무 분위기는 매우 진지해졌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계획서를 제출하는 날 아침, 나는 아침 일찍 회의실에 도착했다.

2팀의 다른 팀원들도 하나둘씩 모여들었고, 유미선 부장과 한명훈 대표도 자리에 참석했다.

이번 사업은 MS그룹과의 협업이라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지만, 뜻밖에 문지성은 오지 않았고, 대신 MS그룹의 대표 비서실 실장인 도건하가 나타났다.

도건하는 30대 초반의 남자로, 성격은 점잖고 예의 바르며, 신중하고 세밀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늘 안경을 썼고, 자신에게는 엄격하지만 남에게는 대체로 관대한 성격이었다.

도건하를 보자 나는 순간적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성격은 문지성과 비교할 때,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까다롭기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팀 모두가 이 사업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를 생각하니 다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나는 준비한 계획서와 자료를 도건하에게 건넸다.

그가 계획서와 자료를 다 읽자, 나는 사업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세부 사항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도건하가 내 설명을 중단시켰다.

“이게 완전한 계획서와 참고자료가 맞습니까?”

도건하가 갑자기 이렇게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진윤아를 쳐다보았다.

계획서와 자료 제출 전에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확인한 사람은 진윤아였기 때문이다.

진윤아는 나를 향해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감 있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대답했다.

“확실합니다.”

그러자 도건하는 미소를 지으며, 계획서와 자료를 책상 위에 펼쳐 보이며 말했다.

“하 팀장님, 그렇다면 다시 한번 잘 보세요. 왜 하 팀장님은 제출한 계획서와 자료에서 한 페이지가 빠져 있을까요?”

나도 처음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건하가 이런 말을 할 때는 근거가 있을 테니, 나는 서둘러 계획서와 자료를 가져와 다시 검토했다.

확인할수록 내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계획서와 자료에 정말 한 페이지가 빠져 있었고, 그것은 가장 중요한 페이지였다.

그 페이지가 없으면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었다.

나는 진윤아를 쳐다보았다. 진윤아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하 팀장님.”

도건하는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전에 하 팀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하 팀장님을 성실하고, 철저하고, 꼼꼼하다고 칭찬했는데, 지금 보니 실망스럽습니다.”

내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누가 계획서와 자료를 잃어버렸는지 따질 때가 아니야.’

‘어떻게든 이 상황을 수습해야 해!’

“제가 지금 당장 제출한 계획서와 자료를 찾아오겠습니다. 계획서와 자료의 내용은 제가 직접 마지막으로 수정한 것이니, 이틀만 시간을 더 주시면 반드시 그 부족한 계획서와 자료를 보완하겠습니다!”

“이틀이나요?”

도건하는 나를 바라보며, 그의 차가운 시선 속에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

“무슨 사업을 이런 식으로 처리합니까? 애들 소꿉장난도 아니고, 이렇게 중요한 계획서와 자료를, 사업 책임자인 하 팀장님이 잃어버리다니... 이틀이라는 시간이 MS그룹에 얼마나 큰 손실을 끼칠지 알고 있습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 팀장님, 이 책임을 본인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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