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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대체 나를 쫓아 여기까지 온 게 무슨 속셈이냐고?”

문지성은 나를 바라보며 추궁하듯 물었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에는 의심과 탐색이 가득했고, 그 속에는 비웃음과 경멸이 섞여 있었다. 마치 나를 주먹으로 한 대 세게 후려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남자의 시선은 말없이 나의 미약한 존재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요.”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길에서 할머니를 우연히 만났고, 집으로 가자고 하셨어요. 여러 번 거절했지만...”

“또 그 말이구나.”

문지성의 말에 나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또’라니? 무슨 말이지?’

“하유나, 이게 재밌기라도 하니?”

그는 담배를 하나 꺼내 피워 물고, 연기를 깊게 빨아들인 후 천천히 내뿜으며 잔뜩 짜증이 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너에게 말했던 거 기억나지? 내 앞에 다시 나타나지 말라고. 이미 나는 너에게 충분히 관대하게 대하는 거야. 더 이상 선 넘지 마.”

‘지금 이 사람은 나를 믿지 않는구나.’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으니, 더 이상의 해명은 아무 의미도 없겠어.’

“지금 바로 나갈게요.”

나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더 이상 해명하는 건 불필요하다고 느꼈고, 이곳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주방에서 할머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나야, 매운 거 잘 먹지? 할머니가 고추를 좀 더 넣을게!”

할머님의 목소리에는 기쁨과 설렘이 묻어 있었다.

내 발걸음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됐어.”

문지성은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약간 흐트러진 소매를 정리하며 나를 흘깃 쳐다보았다.

“여기 있어도 돼. 하지만 명심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잘 구분해. 난 윤아가 너와 나 사이에 어떤 오해도 하지 않길 바라니까.”

그때 진윤아가 화장실에서 나와 우리를 보고 멈칫했다.

“언니, 오빠, 두 사람...”

문지성은 바로 한발 물러서서 진윤아에게 다가가며 자연스럽게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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