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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문지성은 나를 향해 걸어오더니, 복잡한 눈빛으로 잠시 나를 응시했다.

그러더니 외투를 벗어 내 머리 위로 던지듯 얹었다.

“입어.”

옷을 사이에 두고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그의 옷자락을 꼭 움켜쥐었다. 꼭 쥔 손가락 마디는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고마워요.”

문지성은 말없이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따라가려다 그가 갑자기 멈춰 서자 얼떨결에 멈췄다.

하지만 문지성이 왜 멈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돌아보며 말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안석현이랑 얽힌 거야?”

‘얽힌다’는 단어가 너무 불쾌하게 들렸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문지성의 추궁에 대답하지 않았다.

문지성은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내 턱을 살짝 잡았다. 힘이 세지는 않았지만,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들어 그와 눈을 맞추게 했다.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안석현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거야? 아니면... 상류 사회로 올라가려는 또 다른 동아줄을 잡으려는 거야? 하유나, 정말 자존심도 없는 거야?”

그는 내 턱을 놓고, 손가락을 옷에 비비며 닦았다.

마치 내가 더럽다는 듯.

내 얼굴에 핏기가 가시고, 가슴속은 마치 뭔가에 세게 물린 듯 아파왔다.

“이건, 문 대표님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문제 같은데요.”

문지성의 눈빛은 금세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문 대표님께서 이렇게 직원의 사생활까지 신경 써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데요. 하지만 안석현 씨가 어떤 사람이든 그건 우리 둘 사이의 문제고, 제가 위로 올라가는 ‘동아줄’을 잡든 말든 그건 문 대표님이 걱정하실 일이 아닌 것 같네요.”

내 속에 쌓인 답답함은 어디에도 풀 곳이 없었다.

이성은 내가 문지성의 부하 직원으로 있는 이상 절대 고개를 들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그는 내 전 남자친구일 뿐만 아니라, 현재 내 상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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