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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러니까... 앞으로 문지성과 진윤아가 내 눈앞에서 벌이는 애정행각도 자주 보게 된다는 뜻?’

그런 장면을 상상하기만 해도 내 가슴은 마치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

“내가 부장님께 얘기해서 이 사업을 1팀으로 넘기게 할까?”

“공과 사는... 나도 잘 구분할 수 있어.”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버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어머니, 병상에 누워 비싼 약에 의지해 겨우 생명을 이어가는 외할머니, 그리고 매달 몇십만원씩 나가는 집세까지, 이 모든 것이 나를 숨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

돈을 포기할 여유 따위는 내게는 사치였다.

안석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는 집으로 들어왔다.

...

온종일 일해서 온몸이 피곤했지만, 좀처럼 잠을 잘 수 없었다.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날카로운 잘생긴 얼굴이 떠나지 않았다.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올 때가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고, 급박한 전화벨 소리에 겨우 잠에서 깼다.

안석현이었다.

[지금 어디야? 문지성이 직접 MS그룹 대표로 우리 회사에 왔어.]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바로 일어나서 서둘러 회사로 달려갔다.

회의실에 도착하고 나서 문을 열자마자 문지성이 날카롭게 나에게 한 마디 던졌다.

“이번 사업 책임자인 팀장이 출근 시간도 못 지키세요?”

지금 우리 회사 대표, 상무, 부장, 그리고 우리 팀 직원들 모두가 그 자리에 모여 있었다.

지금 문지성의 말은 분명 나를 향해, 내가 책임자로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를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였다.

“문 대표님이 농담도 하시네요. 정시에 출근하는 건 우리 회사의 기본 원칙입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켜서 그에게 보여주었다.

“현재 8시 30분입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문지성이 예상 외로 더 이상 나를 몰아세우지 않았다. 그의 비서가 참석한 사람들에게 사업 계획서를 나누어 주었고, 나 역시 한 부를 받았다.

“이번 사업 책임자가 누구시죠?”

모두들 문서를 진지하게 보고 있던 중, 문지성의 질문에 순간 멈추고 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나는 의자에 앉은 채 몸을 꼿꼿이 세우며 천천히 손을 들어 보였다. 문지성의 차가운 시선이 내 머리 위에 얹힌 듯했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진윤아 씨를 불러주세요.”

문지성과 진윤아가 연애 중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지만, 그는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혀 거리낌 없이 진윤아를 부르다니...

나는 앞으로 일이 쉽지 않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역시, 유미선이 진윤아를 부르자마자 문지성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 사업, 진윤아 씨가 맡았으면 좋겠습니다.”

회의실은 순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이번 리조트 개발 사업이 성사된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올해 최대 규모의 사업이 될 것이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인턴 진윤아가 그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는다는 건 너무나 황당한 일이었다.

우리 회사 한명훈 대표가 문지성의 요구를 듣자마자 바로 다른 안을 제시했다.

“진윤아 씨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니, 이렇게 큰 사업을 맡기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유나 씨는 경력이 많아서 이런 사업도 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 진윤아 씨가 이 사업에 참여해서 하유나 씨에게 배우는 건 어떻습니까?”

문지성은 돌려 말하는 걸 싫어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MS그룹의 역량을, 한 대표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이 리조트 사업 따위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설령 협력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해도, 한 대표님의 회사는 자격요건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내가 다니고 있는 BH그룹은 설립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D시 전체 부동산 업계에서 보면 존재감이 방구석의 먼지 같은 수준이라 이번에 MS그룹과 협력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다 진윤아 덕분이라는 걸 한명훈 역시 누구보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진윤아 씨가 이번 사업 책임을 맡도록 하죠!”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마음이 복잡했다.

나는 우리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합류해 하루도 빠짐없이 부지런히 일하고, 고된 업무 강도를 마다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달려왔지만, 결국 문지성의 말 한마디에 그 모든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갔다.

옛말에 여자는 공부 잘하는 것보다 좋은 남편을 만나는 게 낫다는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문제가 없으면, 바로 계약을 체결하시겠습니까?”

한명훈이 물었다.

문지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펜을 들어 서명을 하려던 그 순간, 줄곧 침묵을 지키던 진윤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렇게 큰 사업을 맡기에는 너무 부족한 게 많아요. 차라리 하유나 씨가 맡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하유나 씨를 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입니다.”

진윤아는 달콤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가 이렇게 모두 앞에서 자신의 권한을 포기했지만, 문지성은 그저 애정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문지성이 이렇게 쉽게 넘어갈 줄은 몰랐다.

예전에 내가 문지성과 같은 대학에 가고 싶어 좋아하던 전공을 포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내 결정을 듣고 그는 한 학기 동안 나를 철저히 외면했다.

나와 진윤아 둘 다 똑같이 여자친구의 자리에 있지만 이렇게 문지성의 태도가 다른 것은 내가 문지성을 더 많이 사랑했고, 진윤아는 문지성이 더 많이 사랑한다는 점인 것 같다.

그 사이 두 회사의 계약은 이미 체결되었고, 진윤아의 양보 덕분에 나는 원안대로 사업 책임자가 되었고, 진윤아는 내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유미선이 적절하게 말했다.

“2팀 인원이 부족하니, 유나 씨, 다른 팀에서 두 명 정도 더 데려오는 게 좋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했다.

“그럼 안석현 씨와 왕강산 선배님이 저희와 함께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석현은 내 오랜 친구라 함께 일하기 편했고, 왕강산은 42세로 성실하고 꼼꼼해서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이번 협력사업의 인원이 확정되자 회의실에는 박수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문지성은 가만히 있었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문지성의 깊은 눈 속에 일말의 불만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회의가 끝난 후, 진윤아가 복도에서 나를 불러 세웠다.

“언니, 죄송해요. 제가 언니 사업을 뺏을 뻔했어요.”

원래도 귀여운 외모를 지닌 진윤아가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하니, 더욱 애처로워 보였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윤아 씨의 의도가 아니었잖아요.”

진윤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니가 화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그녀는 자책이 심했는지, 예쁜 큰 눈에 어느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라서 작은 일에도 이렇게 쉽게 마음을 다치는구나.’

나는 속으로 조용히 감탄했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일합시다.”

나는 진윤아를 위로했다.

나는 문지성에 대한 분노를 그의 현재 여자친구에게 퍼부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진윤아와 친구가 될 수는 없었다.

일은 일로서 처리하는 것이 내가 진윤아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관용이었다.

“저기요, 잠시만요.”

내가 막 자리를 떠나려던 순간, 등 뒤에서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문지성이 우리 회사 한명훈 대표와 함께 회의실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문지성은 곧바로 진윤아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붉어진 눈가와 남은 눈물 자국을 보더니 그의 이마에 핏줄이 서서히 부풀어 올랐다.

그는 나를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유나 씨! 우리 윤아에게 무슨 말을 했어요?”

“오빠, 오해하지 마요. 언니는 나한테 아무런 잘못도 안 했어요. 제가 별거 아닌 일에도 자꾸 눈물이 나는 바보라서 그래요.”

진윤아가 변명했지만, 문지성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듯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이 남자가... 내가 6년 동안 사랑했던 남자라니!’

‘예전에는 단 한 번도 나를 이렇게 지켜준 적이 없었는데...’

‘나는 이 사람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이 남자에게 바친 내 6년은 또 뭐였을까?’

내 마음은 고구마를 삼킨 것처럼 답답해졌다.

“문 대표님이 믿지 않으시면, 복도의 CCTV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제가 진윤아 씨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직접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순간 분위기는 한층 팽팽해졌다. 진윤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우리 둘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두 분이... 왜 꼭 원수처럼 이야기해요?”

‘원수처럼? 허, 원수 그 자체지.’

“아이고, 다들 오해입니다, 오해입니다.”

한명훈이 적절하게 나서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문 대표님, 우리 성공적인 협력을 기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저녁 식사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제가 양사 모두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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