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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나는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다시 나왔을 때, 뜨거웠던 머릿속은 이미 충분히 식어 있었다.

불만이든, 원망이든, 변심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과거는, 끝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문지성과 진윤아의 모습도 다 잊고, 나는 서재로 향했다.

지금 나는 빨리 PPT를 준비해야 했다.

모레가 바로 고객과 업무 협상을 직접 해야 하는 날이라, 이 PPT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

원래는 오늘 끝냈어야 했지만, 그 알 수 없는 파티 때문에 나도 밤늦게까지 미루고서야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일에 몰두하니 방금까지의 고민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었는지 깨달았다.

‘그건 그저 지나간 실패한 감정에 불과하고, 무슨 생각을 할 필요가 있겠어?’

‘일이 중요하고, 돈 버는 게 중요하지!’

나는 마치 에너지를 얻은 듯 이 일에 몰두했고, 그렇게 한참을 바쁘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미완성된 PPT가 아직 3분의 1 정도 남아 있었다.

나는 남은 분량을 회사에 가서 마저 하기로 하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안석현을 만났다.

그가 내게 자료 한 부를 건넸다.

“곧 고객과 협상하러 간다고 해서, 이거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했어.”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고객 회사에 대한 모든 자료였고, 굉장히 자세했다.

이건 정말 가뭄에 단비 같은 도움이었다.

“고마워!”

“뭘, 얼른 가서 바쁘게 일 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렸다는 듯이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약간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나야, 점심 같이 먹을 수 있을까?”

“그래.”

자료를 받은 덕분에 기분이 좋아 한 번에 대답해버렸다.

잠시 멈춘 뒤, 나는 덧붙였다.

“내가 살게.”

안석현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나는 뒤돌아 엘리베이터에 들어갔지만, 눈가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바로 문지성과 진윤아였다.

진윤아는 무언가 말이 있는 듯 발걸음을 재촉하여 나를 향해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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