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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나는... 정말 지쳐서 더 이상 설명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저녁 식사 때 안석현에게 간단히 감사 인사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과 시간에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에 몰두했다.

저녁이 되어 서둘러 짐을 챙긴 후, 소문을 피하고자 회사 밖 화단에 앉아 안석현을 기다렸다.

저녁 바람은 서늘했고, 공기는 상쾌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쌓였던 피로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때 갑자기 내 어깨에 가벼운 손길이 닿았다.

뒤돌아보니, 역광 속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안경 너머로 미소가 번지는 안석현의 눈빛이었다.

“오래 기다렸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나를 일으켜 세우며 조용히 말했다.

“화단은 차갑잖아.”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잔소리는 익숙했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식당에 도착해 우리는 마주 앉았다.

솔직히 말해, 안석현이 추천한 대로 이곳의 대표 메뉴는 정말 훌륭했다.

우리는 한동안 조용히 식사에만 집중했다.

식사가 다 끝나고 나서야 나는 고개를 들고 안석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잔으로 고마움을 표현할게.”

그는 약간 피곤한 듯 미소 지으며 잔을 들었다.

나는 술을 단숨에 비웠다.

그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씁쓸한 기운이 입안에 돌자 나는 설명했다.

“굳이 다 마실 필요는 없었는데.”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다시 잔을 채우자, 안석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정말 괜찮아?”

이 질문...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았다.

문지성을 만난 이후 안석현이 두 번째로 던진 비슷한 질문이었다.

전 남친을 떠올렸다는 걸 깨닫고, 나는 재빨리 고개를 흔들며 문지성을 털어냈다.

“정말 괜찮아. 그냥 오늘은 기분이 좋아. 어쨌든 정말 고마워.”

“고맙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네.”

안석현은 잔에 남은 술을 비우며 나에게 충분한 배려를 보여주었다.

“알아. 어머니랑 외할머니를 네가 혼자 돌봐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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