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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내 앞에서 고개를 푹 숙인 진윤아의 온몸에서 우울함과 후회가 뚝뚝 떨어졌다.

“언니, 죄송해요. 제가 주제넘었어요.”

들어오자마자 사과하는 그녀의 태도는 진심이었고, 말의 흐름도 정연했다.

이런 상황에 내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정도 일로 계속 물고 늘어지다가는, 문지성까지 끌어들여 더 곤란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나일 테니까.

“이미 말해버렸으니, 이제 와서 뭐라고 해도 소용없어요. 오늘도 할 일 많으니까, 얼른 돌아가서 일 봐요. 나도 일해야 하니까.”

진윤아의 입술이 조금 떨리는 모습이, 무언가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여 문서를 보았다.

잠시 후, 발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사무실 문이 열리고 다시 닫혔다.

내 눈은 여전히 문서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한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마 안석현과 상의해야 할 것 같았다.

...

안석현을 만나자마자 그도 곤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서 장난스러운 조롱을 듣느라, 얼굴이 많이 상해 있었다.

“유나야, 괜찮아?”

안석현이 날 보자마자 처음 한 말은 이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였다.

“나는 괜찮아. 하지만 이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어. 뭔가 해결 방법을 찾아내야 해.”

“해결하는 건 간단해. 네가 나 대신 연기해 준 거라고 설명하면 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부모님이 알게 되면 어제 연극은 다 소용없게 돼.”

그는 이마를 문지르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어제 우리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것은 바라지 않아서 결국 결심하고 말했다.

“그러면 차라리, 한 번 더 연극을 하자.”

“어떤 연극?”

“우리가 사귀는 척하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소문이 사그라들 때쯤, 평화롭게 헤어지는 거야.”

이건 내가 생각해 낸 유일한 두 가지를 다 만족시키는 방법이었다.

안석현의 눈이 반짝였다.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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