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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간호사는 바빠 보였고, 말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뜨려고 했다.

나는 급히 그녀를 붙잡듯 물었다.

“혹시 누가 낸 건지 아세요? 결제한 분이 혹시 이름을 남겼나요?”

외할머니의 치료비를 신경 쓸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내가 기대할 이유가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조용히 긴장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간호사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름은 안 남기셨습니다. 안경을 쓴 잘생긴 남자분이셨는데, 다른 볼일이 있었는지 결제 후 곧바로 가버리셔서 이름을 물을 틈도 없었습니다.”

나는 손에 힘이 풀리듯 내려놓았다.

간호사는 돌아서서 떠났고, 나는 그 짧은 순간의 실망을 되새기고 싶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다른 한 사람이 떠올랐다.

‘안석현?’

안석현은 선이 뚜렷한 외모에, 늘 안경을 쓰고 다니며, 학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나를 항상 잘 챙겨주는 평소 모습대로라면 십중팔구 그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석현은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나도 곧 깨달았다. 안석현은 이전에도 여러 번 나를 도왔고, 매번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에도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그랬을 것이다.

‘참...’

한숨을 삼키고 외할머니를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눈 뒤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 1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집 안은 여전히 난장판이었고, 온몸이 너무 피곤해 집을 치울 힘조차 없었다.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서둘러 백화점으로 나갔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석현에게 어울리는 선물을 골랐고, 회사 출근 시간까지는 아직 30분이 남아 있어 서둘러 회사로 향했다.

병원 앞에서 안석현과 마주쳤다.

“석현아!”

내가 먼저 그를 불렀다. 석현은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 팀장님?”

“지금 날 놀리는 거야?”

그가 이렇게 웃으며 나를 부를 때마다 묘하게 불편했다.

사실 안석현의 경력으로 보나 재능으로 보나 전혀 나보다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같이 들어가자.”

나는 안석현의 뒤를 따라가며, 주머니에서 선물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석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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