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미친 그날 밤: Chapter 971 - Chapter 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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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1화

심재경도 이걸 따지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아이는 확실히 안이슬이 낳은 거니까.“네가 아니라면 아닌 거지. 자자, 먼저 나를 좀 놔줘.”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심재경은 분명히 지금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것이다. 심재경을 놓아준다면 망설이지도 않고 안이슬을 찾아갈 게 분명했다. “저는 선배를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송연아의 태도도 단호했다. 이번에는 심재경의 아우성을 더는 듣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서 아예 문을 잠가버렸다. 하지만 심재경은 어떻게 이대로 가만히 묶여있겠는가, 그는 끊임없이 송연아를 불렀다. 하여 집안의 사람들은 모두 그가 이영한테 묶여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찬이는 입을 막고 웃고 있었고 한혜숙은 어이가 없어 했다.“다 큰 사람들이 이게 뭐 하는 짓이야!”심재경은 불쌍한 척했다.“어머님, 어머님이 가서 연아 좀 혼내주세요. 강세헌이 없으니까 연아가 집에서 온갖 나쁜 짓을 다 저지르네요.”한혜숙이 미간을 찌푸렸다.“연아가 정말 그렇게 분수를 몰라요?”한혜숙이 설득당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이영이 입을 열었다.“사모님은 아무 이유 없이 이자를 묶어둘 리가 없습니다.”한혜숙이 생각해봐도 그랬다.“다들 애들도 아닌데 연아도 이런 장난을 치지는 않을 거예요.”심재경은 이영을 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당신은 말 안 하면 죽는 거야?”이영은 무고한 표정을 지었다.“저는 그저 제가 본 것을 전달하는 것뿐입니다.”심재경은 화가 치밀었다. 이영처럼 이렇게 큰 사나이가 애교를 부리다니, 정말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제발 이렇게 빌게. 그러지 마, 나 정말 토할 것 같아.”이영이 말하기도 전에 찬이가 먼저 말했다.“제가 가서 대야를 가져다드릴까요?”“...”이영은 웃음이 터지는 것을 참았다. 한혜숙은 윤이를 안아 들었다.“우리 가자.”한혜숙은 나이가 들어 이런 일에는 끼고 싶지 않았다. 한혜숙은 그저 아이들만 잘 보살필 뿐, 그 나머지 일들은 관여하지 않을 수 있다면 관여하지 않았다. 모두 다 큰 어른인데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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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2화

송연아가 알아챘다.“찬이가 선배한테 한 거였네요!”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아니면 누가 이렇게 무료한 일을 꾸미겠는가 말이다.“빨리 나 풀어줘!”심재경이 재촉하자 송연아가 말했다.“선배가 이슬 언니 찾으러 가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풀어줄게요.“맹세할게.”송연아는 심재경의 머리를 풀어주면서 심재경이 맹세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심재경은 맹세한다고만 하고 뒷말은 붙이지 않아서 송연아는 어이가 없었다.“맹세 안 해요?”심재경은 그녀를 쳐다보았다.“나 방금 맹세했잖아?”“...”송연아는 일어섰다.“그럼 그냥 그렇게 계속 묶여있으세요!”심재경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너희 여자들 진짜 복잡해.”“이슬 언니도 여자인데 그럼 왜 좋아해요?”송연아가 되물었다.“...”심재경은 눈썹을 찡그렸다.“내가 졌어, 내가 졌다고. 말로는 정말 너를 이길 수가 없어. 맹세할게, 내가 만약 안이슬을 찾아가면 나는...”송연아가 그를 쳐다봤다.“찾아가면 뭐요?”심재경은 입꼬리를 삐쭉거렸다.“밥 먹다가 입을 데고 물 먹다가 사레들리고...”“이게 다 무슨 맹세예요? 좀 직접적인 맹세 안 할 거예요?”심재경이 물었다.“내가 찾아가면 죽을 거라고 해야 맹세로 쳐주나?”송연아는 말문이 막혀서 웅크리고 앉아 심재경을 쳐다봤다.“내가 선배한테 일부러 모질게 구는 거 아니에요. 선배도 이슬 언니 가정사를 알잖아요. 언니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가 저렇게 되고 하니까 언니는 얼마나 평온한 생활을 바랐겠어요. 지금 어렵게 본인이 원하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선배 때문에 또 무슨 소란이 일어나면 내가 언니한테 얼마나 미안하겠어요?”심재경도 송연아의 말을 들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그저 보고 싶었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아이가 보고 싶었어. 난 안이슬을 방해할 생각이 없어. 그저 정말 보고 싶었던 거야, 그것뿐이야.”송연아는 심재경을 풀어주었다.“앞으로 기회가 있을 거예요.”심재경은 알고 있다. 그 기회라는 게 얼마나 기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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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3화

이영은 이해가 안 갔다.“어떻게 끈을 푼 거예요?”이영은 자신이 묶은 매듭은 혼자서 절대 풀 수 없다는 것을 아주 확신할 수 있다. 무조건 누군가가 풀어준 것이다. 심재경은 킥킥 냉소를 지었다.“너네 배신당했어.”찬이는 똘똘한 큰 눈을 깜빡였다.“누가 우리를 배신해요?”“당연히 네 엄마지!”심재경은 쫓아가기도 귀찮았다.“너 혼자 얌전히 오면 약하게 때릴 거고 만약 네가 완강하게 저항한다면 엉덩이가 피나도록 때릴 거야.”찬이의 입은 동그랗게 말렸다.“삼촌, 어떻게 그렇게 마음이 독할 수 있어요?”“너를 상대하려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지. 그리고 잊지마, 네가 오늘 나를 어떻게 괴롭혔는지.”심재경은 계단에 앉아 찬이를 향해 손짓했다.“이리 와, 이리 와.”찬이는 이영을 쳐다봤다.“우리 둘이 재경 삼촌 한 명을 때리면 승산이 있을까요?”“...”이영이 말했다.“나 혼자서 충분해.”“...”찬이는 또 의욕이 넘쳐서 허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삼촌 이리 와요.”“...”“너, 너 어린놈이 얌전히 있지 못할망정 싸움이나 하고 네가 엉덩이를 호되게 맞고 싶구나.”찬이는 이영의 곁으로 기댔다. 전에는 이영이 자기를 너무 엄하게 감시하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의 곁에 서 있으니 아주 안전감이 있었다.이영이 아무렇게나 서 있어도 마치 산이 하나 서 있는 것 같았다.“나 못 때리죠.”찬이는 심재경을 향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심재경은 자신이 이제는 어린아이한테까지 괄시를 받아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는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되었으며 이렇게 비참해졌을까. ‘됐다, 됐어.’“너랑 더 따지지 않을 거야.”심재경은 일어나서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찬이는 곁에 있는 이영을 꾹꾹 찔렀다.“삼촌이 무서운가 봐요.”심재경은 이 말을 듣고 미끄러져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는 입꼬리를 삐죽거리더니 돌아서서 찬이를 보고 말했다.“군자가 원수를 갚는 데는 십 년도 늦지 않아.”찬이는 이영의 뒤에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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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4화

심재경이 아는 얼굴이었다. 임지훈이 시켜서 밖에 배치해뒀던 사람이다. 심재경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인데 이렇게 당황해하는 거예요?”그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당황한 게 아니라 다급한 것이다.“밖에 누가 심재경 씨를 찾아왔어요.”심재경이 물었다.“누구예요?”그 사람이 대답했다.“모르겠어요.”“...”괜히 물어본 것 같았다.“가서 봅시다.”심재경은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 그 사람도 뒤따랐다.문 어구에서 심재경은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람을 보았다. 정확히 말하면 남자아이였다. 보기에 키는 170 정도 되어 보이고 말랐으며 몸에는 온통 더러운 것투성이였다. 오랫동안 씻지 않은 사람처럼 머리카락마저도 엉겨 붙었다. 그 애의 얼굴이 너무 더러워서 심재경은 생김새도 볼 수가 없었다. 심재경은 의아해서 물었다.“나를 찾았어?”남자애는 고개를 끄덕였다.“누가 너더러 나를 찾으라고 했어?”심재경이 물었다.“진원우라는 한국 사람이요.”남자애는 심재경을 보며 말했다.“그 사람이 이곳을 알려주었어요.”심재경은 얼른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진원우는 확실히 여기에 있는 그의 집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심재경은 쉽게 그를 믿지 않았다. 요즘은 사건이 끊이지 않고 복잡했기 때문이다.“정말?”“정말요.”남자애는 손을 내밀었다. 더러운 손바닥에는 일련의 번호가 적혀있었는데 심재경의 번호였다.“그 사람이 나더러 여기 와서 당신을 찾지 못하면 이 번호로 당신한테 전화를 걸라고 했어요.”남자애는 계속해서 말했다. 심재경은 이미 마음속으로 그 애를 믿고 있었지만, 그 애를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곁에 있던 사람의 귓가에 속삭였다.“집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 얘기해. 내가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온다고.”송연아와 두 아이가 모두 여기에 살고 있다. 이 사람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사람이기에 심재경은 함부로 안으로 들이지 못했다. 그는 남자애를 데리고 호텔로 갔다.“먼저 씻고 있어. 내가 가서 옷을 마련할게.”남자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재경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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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5화

심재경은 욕이 나올 뻔했다.“설마 도망간 건 아니겠지?”심재경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는 순간, 그 남자애를 보게 되었다. 그는 심재경이 준비해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깨끗하고 윤기가 나는 짙은 노란색의 머리카락은 좀 길어서 귀를 덮었다. 얼굴은 새하얗고 주근깨가 좀 있었으며 내려온 머리카락이 미간을 가렸다.눈동자는 깊은 푸른색이었다.그는 손에 먹을 것을 들고 심재경을 보며 말했다.“배고파요.”그는 씻고 나와서 사람이 보이지 않자 홀로 호텔에서 먹을 것을 찾았다. 이 호텔에서는 음식을 제공하였기에 그는 조금 포장해서 왔다. 심재경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드실래요?”남자애가 묻는 말에 심재경은 고개를 젓고 소파에 앉았다. 남자애도 자연스레 음식을 테이블에 놓고 먹기 시작했다. 심재경이 물었다.“이름이 뭐야?”“Barzel.”남자애는 입안에 음식을 넣으면서 대답했다. 심재경은 고개를 끄덕였다.“바자엘? 이렇게 부르면 되지?”남자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Barzel을 한국말로 하면 바자엘이었다.“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바자엘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먹었다. 오히려 심재경은 아주 많이 의외였다. 어린 나이인데 말을 해보면 아주 말이 잘 통했다. 심재경이 말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내가 당신의 거주지로 가서 당신을 찾았는데 나를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호텔로 데리고 왔다는 건 나를 믿지 않기 때문이 아니에요? 하지만 괜찮아요, 저도 당신을 안 믿어요.”심재경은 그를 쳐다보았다.“나를 믿지 않는데 왜 찾아 왔어?”심재경이 물었다. 남자애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없이 계속 음식을 먹었다. 심재경이 또 물었다.“왜 말이 없어?”남자애는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저희 아빠, 엄마가 다 안 계셔서 갈 데가 없어요.”심재경은 코를 쓱 만졌다. 자신이 괜한 물음을 물어본 것 같다. 남자애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상관없어요.”“...”심재경이 말했다.“앞으로 여기 있어.”남자애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재경이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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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6화

송연아는 앉으면서 말했다.“선배, 우리 진지하게 얘기해봐요.”심재경은 송연아의 맞은쪽에 앉아서 시선은 빤히 송연아를 쳐다보고 있었다.“나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어.”“선배가 이슬 언니를 보러 가려는 건 단지 아이를 보고 싶은 것뿐이라고 했는데, 그건 나를 속이는 거예요, 아니면 진심이에요?”송연아의 시선은 심재경을 곧게 쳐다보고 있었다.심재경은 흠칫했다. 그때 심재경의 마음속에는 고민이 있었다. 심재경 본인의 자식인데 본인은 자식을 찾아가 볼 수 없는 게 아쉬웠고 고통스러웠다. 심재경은 자신을 막는 송연아도 불만이었지만 송연아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다 안이슬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로서 그한테도 알 권리와 양육권이 있지 않은가?“아주 조금 너를 속이는 게 있었어.”물론 심재경은 이 점에 불만이 많고 아쉬움이 많지만, 의도적으로 안이슬 현재의 생활을 파괴할 생각은 없었다.“나는 지금 양 경관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 예전의 나보다 잘하고 있어.”심재경은 지금 자신과 안이슬이 이러한 상황을 맞은 게 모두 자신이 자초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만약 심재경이 충분히 능력이 있어서 안이슬을 잘 보호해주어 안이슬이 상처를 받지 않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지 않았다면 안이슬이 자신에게 마음이 식어서 다른 남자를 받아주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나간 것들에 대해, 사실 그는 이미 다 깨닫고 있었다.만약 이 아이의 존재가 없다면 그는 안이슬의 평온한 생활을 절대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더 생기지 않았는가?“후...”심재경은 한숨을 쉬고 송연아를 보며 말했다.“도대체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야?”“그런 말을 본 적이 있어요. 좋아한다는 것은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절제해야만 한다는 것. 선배는 이슬 언니한테 어느 쪽이에요?”“...”심재경은 미간을 찌푸렸다. 짧은 시간 내에 대답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는 송연아의 말을 곱씹고 있었다. ‘왜 사랑한다면 절제를 해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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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7화

심재경은 또 답장을 거부했다.“...”지금 송연아는 더 침착할 수가 없었다. 심재경이 강세헌을 알고 지낸 시간은 송연아보다 훨씬 오래되었다. 강세헌의 과거에 대해서 송연아는 정말 많이 알지 못했다. 심재경은 얘기하다가 말고, 도대체 이게 무슨 경우인가 말이다. 송연아는 더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재경 선배, 당장 나랑 무슨 얘기인지 말해요. 선배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심재경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메시지 소리가 나도 그는 그저 눈썹을 꿈틀할 뿐 메시지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심재경은 송연아가 조급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송연아는 지금 조급하다.송연아도 이렇게 조급해하는구나. 역시 사람 일이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그 기분을 알지 못한다. 심재경은 직접 겪어본 것처럼 공감한다는 표현을 믿지 않았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가 없다.핸드폰은 계속 울렸다. 심재경은 핸드폰을 들어 힐끔 봤다.“재경 선배!”“심재경!”온통 이름으로 도배되었다. 심재경은 피식 웃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켜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송연아는 심재경이 갑자기 문을 열 줄은 몰라서 미처 반응하지 못해서 먼저 흠칫하더니 죽일 듯이 노려봤다. 심재경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들어와서 좀 앉을래?”송연아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선배 방금 하려던 얘기가 뭐예요?”“아무것도 아니야.”심재경은 덤덤하게 말했다.“...”심재경은 송연아에게 물을 한잔 떠다 주었다.“화 좀 식히고, 너 아직 환자야.”송연아는 물을 받아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서 마음대로 창가의 소파에 앉았다.“말해요.”심재경은 문 옆에 기대 서 있었다.“너는 좋아한다는 것은 마음이 가는 대로 하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절제해야 한다는 관점에 동의한다고 했지?”송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럼 물을게. 강세헌에게 너는 어느 쪽인 것 같아?”심재경은 송연아를 보고 있었다. 송연아는 갑자기 시선을 옮겨 심재경과 눈이 마주쳤다. 송연아의 표정은 점점 구겨졌다.“말하려던 게 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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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8화

심재경의 눈길은 아주 날카로웠지만, 송연아는 여전히 침착했다. 송연아는 갑자기 웃더니 말했다.“참나, 나는 그저 선배를 설득해서 이슬 언니를 방해하지 않게 하려고 한 말이에요.”“그렇다면 이 말의 뜻은 도대체 뭐라는 말이야!”심재경이 물었다. 그러자 송연아가 다시 심재경한테 물었다.“선배 생각에는요?”심재경이 대답했다.“내 생각에는 의미가 없어.”송연아는 깊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내가 생각하기에는 구별이 없어요. 좋아한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요? 그럼 누군가를 좋아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랑할 수 있어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이 때문에 심재경이 강세헌은 송연아를 좋아한다고만 얘기했을 때 송연아가 이렇게 덤덤할 수 있었다. 송연아가 보기에는 좋아하는 감정이면 충분했다.송연아의 생각에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구별이 없었다.심재경은 입을 삐죽거렸다.“이런 말들로 나를 옭아매려고 들었어?”“...”“아니에요...”송연아는 해명하려고 했다. 심재경은 송연아를 문밖으로 밀었다.“알겠어, 알았다니까. 내가 안이슬을 찾아가지 말라고 이러는 거 아니야? 안 가면 그만이지.”송연아가 말했다.“알면 됐어요.”심재경은 문을 닫자마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재경은 자신이 왜 이렇게 고분고분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마음대로 하려는 게 아니라 심재경의 인생은 심재경 자신의 것인데 어떠한 결정에 대해서는 그래도 혼자서 해야 한다. 무작정 남의 얘기만 들을 수 없다. 심재경의 눈빛이 울적한 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다.이튿날.송연아는 아침에 심재경을 보지 못해서 한마디 물었다.“재경 선배 아직 안 일어났어요?”오은화가 대답했다.“제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재경 씨가 일어나 계신 걸 봤는데요?”“몇 시에 일어났어요?”송연아는 오은화가 항상 일찍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국내에서든지 프랑스에서든지 오은화는 다 늦게 일어나지 않았다.“다섯 시 좀 넘었을 거예요.”오은화는 아주 정확하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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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9화

안이슬은 핸드폰을 진동모드로 해놨다. 저번에 안이슬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는 바람에 금방 재운 보아가 깨서 한참을 울었던 적이 있어서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안이슬은 핸드폰을 진동모드로 바꿔놨었다. 이러면 적어도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서 아이를 놀라게 하는 일은 면할 수 있다. 안이슬은 빨래를 하려고 핸드폰을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채로 있었다. 현재 안이슬은 안방에서 보아에게 모유를 먹이고 있었기에 아예 듣지 못했다. 핸드폰 진동은 계속 울렸다. 안이슬은 보아를 먹이고 다 마른 옷가지들을 정리하여 옷장 안에 넣었다. 어젯밤에 제대로 못 잤기에 집안일을 다 하고 안이슬은 침대에 누워 딸을 안고 잠시 눈을 붙였다.안이슬과 양명섭이 진정한 부부가 되고 난 후 매일 밤 양명섭은 안이슬을 가만 놔두지 않았기에 안이슬은 밤에 계속 수면 부족이었다. 하여 낮에 잠을 좀 보충해야 정신이 났다.양명섭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사 온 생선을 주방에 가져다 두었다. 안이슬의 모유가 점점 적어져서 지금 보아는 거의 분유를 먹고 있었다. 양명섭은 생선과 갈비를 사 와서 안이슬에게 국물을 우려주려고 했다. 생선은 이미 죽이고 나서 손질을 다 한 상태였다. 양명섭은 주방에서 한참을 바쁘게 돌아치고 나서야 이것들을 모두 냄비에 넣었다.양명섭은 또 책을 한 권 샀는데 거기에는 국거리를 만드는 방법이 많이 적혀 있었다. 양명섭은 안이슬이 아이를 돌보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여 휴가가 아직 끝나기 전에 시간이 있을 때 안이슬을 많이 보살펴 주려고 했다. 양명섭은 주방에서 나와 소파에 있는 핸드폰이 계속 진동하는 것을 보고 걸어갔다. 핸드폰을 들어서 송연아의 이름이 뜨는 것을 보고 안방으로 가서 안이슬을 부르려 했지만, 안이슬이 자는 것을 보고 깨우지 않았다.핸드폰은 또 한 번 울렸다. 전화가 계속 통하지 않았기에 송연아 쪽에서는 이미 급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양명섭은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연결 버튼을 눌렀다. 양명섭은 안이슬이 자고 있어서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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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0화

“명섭 씨는 이슬 언니를 믿지만 제가 재경 선배를 못 믿어요...”송연아는 이번에 정말 심재경의 행동에 놀랐다. 양명섭이 말했다.“제가 심재경 씨랑 얘기해볼 겁니다.”송연아는 생각해보았는데 양명섭은 반듯한 사람이기에 두 사람 사이에는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양명섭은 안이슬을 그렇게 사랑하는데 안이슬을 반드시 잘 보호하겠지 싶었다.송연아는 심재경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심재경과 양명섭이 동시에 위험에 빠졌는데 반드시 한 사람만 구해야 한다면 송연아는 무조건 심재경을 선택할 것이다. 아무래도 심재경과 더 오래 알았고 감정이 더 깊었기 때문이다.인간이란, 자신과 감정이 더 좋은 사람을 포기할 만큼 위대할 수가 없다. 양명섭에 대한 모든 호의는 당연히 그가 안이슬의 남편이기 때문에 베푸는 것이다. 이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송연아는 심재경이 아이를 달라고 안이슬을 난처하게 할까 봐 두려웠는데 분명 양명섭이 안이슬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송연아는 계속 심재경을 꾸짖었지만 부인할 수 없는 점이 바로 아이는 심재경의 아이기에 그는 아이를 데리고 올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안이슬과 양명섭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고 모든 사람이 아이는 안이슬과 양명섭의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심재경이 아이를 데리고 가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들은 어떻게 양명섭을 대할 것이며 어떻게 안이슬을 대할 것인가? 어찌 됐든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네. 이슬 선배는 별일 없죠?”송연아는 한마디 안부를 물었다. 양명섭이 대답했다.“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전화를 끊고 양명섭이 뒤돌려고 하는데 안이슬이 뒤에서 소리를 냈다.“누구한테 전화하고 있어?”양명섭은 망설이지 않고 안이슬에게 핸드폰을 주었다.“송연아 씨가 당신한테 온 전화야.”“뭐라고 했어?”안이슬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건네받았고 양명섭은 덤덤하게 말했다.“심재경이 여기로 온대.”안이슬은 흠칫하더니 눈꺼풀이 살짝 처지고 조금 가라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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