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슬은 핸드폰을 진동모드로 해놨다. 저번에 안이슬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는 바람에 금방 재운 보아가 깨서 한참을 울었던 적이 있어서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 안이슬은 핸드폰을 진동모드로 바꿔놨었다. 이러면 적어도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서 아이를 놀라게 하는 일은 면할 수 있다. 안이슬은 빨래를 하려고 핸드폰을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채로 있었다. 현재 안이슬은 안방에서 보아에게 모유를 먹이고 있었기에 아예 듣지 못했다. 핸드폰 진동은 계속 울렸다. 안이슬은 보아를 먹이고 다 마른 옷가지들을 정리하여 옷장 안에 넣었다. 어젯밤에 제대로 못 잤기에 집안일을 다 하고 안이슬은 침대에 누워 딸을 안고 잠시 눈을 붙였다.안이슬과 양명섭이 진정한 부부가 되고 난 후 매일 밤 양명섭은 안이슬을 가만 놔두지 않았기에 안이슬은 밤에 계속 수면 부족이었다. 하여 낮에 잠을 좀 보충해야 정신이 났다.양명섭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사 온 생선을 주방에 가져다 두었다. 안이슬의 모유가 점점 적어져서 지금 보아는 거의 분유를 먹고 있었다. 양명섭은 생선과 갈비를 사 와서 안이슬에게 국물을 우려주려고 했다. 생선은 이미 죽이고 나서 손질을 다 한 상태였다. 양명섭은 주방에서 한참을 바쁘게 돌아치고 나서야 이것들을 모두 냄비에 넣었다.양명섭은 또 책을 한 권 샀는데 거기에는 국거리를 만드는 방법이 많이 적혀 있었다. 양명섭은 안이슬이 아이를 돌보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여 휴가가 아직 끝나기 전에 시간이 있을 때 안이슬을 많이 보살펴 주려고 했다. 양명섭은 주방에서 나와 소파에 있는 핸드폰이 계속 진동하는 것을 보고 걸어갔다. 핸드폰을 들어서 송연아의 이름이 뜨는 것을 보고 안방으로 가서 안이슬을 부르려 했지만, 안이슬이 자는 것을 보고 깨우지 않았다.핸드폰은 또 한 번 울렸다. 전화가 계속 통하지 않았기에 송연아 쪽에서는 이미 급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양명섭은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연결 버튼을 눌렀다. 양명섭은 안이슬이 자고 있어서 전화를
“명섭 씨는 이슬 언니를 믿지만 제가 재경 선배를 못 믿어요...”송연아는 이번에 정말 심재경의 행동에 놀랐다. 양명섭이 말했다.“제가 심재경 씨랑 얘기해볼 겁니다.”송연아는 생각해보았는데 양명섭은 반듯한 사람이기에 두 사람 사이에는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양명섭은 안이슬을 그렇게 사랑하는데 안이슬을 반드시 잘 보호하겠지 싶었다.송연아는 심재경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심재경과 양명섭이 동시에 위험에 빠졌는데 반드시 한 사람만 구해야 한다면 송연아는 무조건 심재경을 선택할 것이다. 아무래도 심재경과 더 오래 알았고 감정이 더 깊었기 때문이다.인간이란, 자신과 감정이 더 좋은 사람을 포기할 만큼 위대할 수가 없다. 양명섭에 대한 모든 호의는 당연히 그가 안이슬의 남편이기 때문에 베푸는 것이다. 이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송연아는 심재경이 아이를 달라고 안이슬을 난처하게 할까 봐 두려웠는데 분명 양명섭이 안이슬을 잘 보호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송연아는 계속 심재경을 꾸짖었지만 부인할 수 없는 점이 바로 아이는 심재경의 아이기에 그는 아이를 데리고 올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안이슬과 양명섭은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고 모든 사람이 아이는 안이슬과 양명섭의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심재경이 아이를 데리고 가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그들은 어떻게 양명섭을 대할 것이며 어떻게 안이슬을 대할 것인가? 어찌 됐든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다.“네. 이슬 선배는 별일 없죠?”송연아는 한마디 안부를 물었다. 양명섭이 대답했다.“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전화를 끊고 양명섭이 뒤돌려고 하는데 안이슬이 뒤에서 소리를 냈다.“누구한테 전화하고 있어?”양명섭은 망설이지 않고 안이슬에게 핸드폰을 주었다.“송연아 씨가 당신한테 온 전화야.”“뭐라고 했어?”안이슬은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건네받았고 양명섭은 덤덤하게 말했다.“심재경이 여기로 온대.”안이슬은 흠칫하더니 눈꺼풀이 살짝 처지고 조금 가라앉
“당신은 유부남인데 다른 사람에게 못 볼 이유가 뭐가 있어?”안이슬이 고개를 들었다. 양명섭은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깊어지며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당신 말이 맞아.”그리고 그는 안이슬에게 말을 할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 그녀를 품에 꼭 안은 채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 그다음에는 당연히 한바탕 치열한 격전이 벌어졌다.아마도 이게 바로 신혼부부의 일상이 아닐까? 그들이 결혼한 기간은 짧지 않지만 진정한 부부가 된 것은 얼마 안 된 일이었기에 둘에게는 요즘이 진짜 신혼이었다. 안이슬은 양명섭의 어깨를 베고 누웠다.“당신의 휴가 거의 끝나가는 거 아니야?”양명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물었다.“내가 출근하는 게 싫어?”“아니.”안이슬은 양명섭의 옆모습을 보면서 말했다.“걱정돼서.”양명섭의 직업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다시 이런 위험에 처할까 봐 두려웠다. 안이슬은 양명섭의 가슴팍에 있는 수술 상처를 어루만졌다. “나는 우리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함께였으면 좋겠어.”양명섭은 안이슬을 안았다.“그럴 거야.”안이슬은 양명섭의 턱을 잡고 그가 자신을 보게 돌렸다.“당신이 한 말 기억해. 그 말 어기면 안 돼.”양명섭은 웃으며 그녀한테 물었다.“각서라도 써야 하나?”안이슬은 눈을 깜박였다.“그 방법이 좋네.”안이슬은 침대에서 일어나서 종이를 가지러 내려가려고 했는데 양명섭이 그녀를 붙잡았다.“진심이야?”안이슬이 물었다.“왜? 진심이면 안 돼?”양명섭이 웃었다.“좋아!”안이슬은 갑자기 멈췄다.“종이에다 썼다가 만약 잃어버리면 어떡해?”안이슬은 양명섭의 건장한 몸을 보면서 농담을 했다.“당신 몸에 문신으로 남기자.”양명섭은 안이슬을 쳐다보았다.“경찰서에서 출근했었다는 사람이 문신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도 몰라?”안이슬은 다시 양명섭의 품에 누우며 말했다.“농담이야. 진짜인 줄 알았어?”양명섭은 핸드폰을 들어 안이슬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겼다.“나는 이슬 씨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심재경은 좀 난처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입을 열기가 곤란했다. 심재경은 자신이 불쑥 찾아온 게 이들에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나타나면 꼭 그들을 방해하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어쩌면 남자는 남자가 더 잘 알지도 모른다. 양명섭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여기까지 온건, 아이를 보고 싶어서죠?”심재경은 표정이 멍해졌다. 양명섭이 말했다.“당신은 끈질기게 달라붙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정말로 나와 이슬 씨를 갈라놓으려 했다면 저번에 용운시에서 당신은 그렇게 태연하게 나와 이슬 씨를 축복하지 않았겠죠.”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잠시 끊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나는 당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잘 생각하기를 더 바라요. 아이는 당신의 아이이기 전에 이슬 씨의 아이예요. 당신이 아이를 먼저 데리고 가려든, 아니면 이슬 씨의 곁에서 아이를 뺏어 가려든 저는 다 허락할 수가 없어요. 이슬 씨가 당신한테 보내고 싶은 게 아니라면요.”양명섭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다. 안이슬은 절대 아이를 주지 않을 것이다. 열 달을 고이 품어 하루아침에 낳은 아이는 안이슬과 같은 피를 나누고 있다. 모녀의 정이란 어떻게 끊는다고 끊어낼 수 있는 것인가. 양명섭까지도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작은 아이가 곁에 있음으로써 양명섭의 생활이 얼마나 다채로워졌는지 모른다. 심재경은 당연히 아이를 데리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그도 알고 있다. 만약 심재경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안이슬은 그를 죽일 듯이 증오할 것이다. 심재경은 안이슬과 양명섭을 위해서도 고민을 했다. 아이가 심재경이 데려가면 외부 사람들은 양명섭과 안이슬에 대해 어떻게 짐작하겠는가? 그들의 평범한 생활도 아마 망가지고 말 것이다.“나는 그저 아이를 보고 싶었어요. 그것뿐이에요.”양명섭은 눈꼬리가 살짝 처지며 물었다.“이슬 씨는 좋은 여자인데 왜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어요?”심재경은 몸을 살짝 굽히면서
안이슬은 양명섭을 빤히 쳐다봤다.“무슨 뜻이야? 지금 나 떠보는 거야?”양명섭은 손으로 안이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어. 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일 수 있지. 인연이 닿은 사람인데 얼굴도 못 보는 원수처럼 지낼 필요 없잖아. 나는 상관없어. 나는 당신 믿어.”안이슬은 입을 삐죽거렸다.“당신은 나 믿지만 나는 나를 못 믿겠어. 만약 그 사람이 또 달콤한 말로 나를 달래면 내가 홀라당 넘어가서 따라갈 수도 있잖아...”양명섭은 갑자기 안이슬을 안아서 그녀의 입술에 세게 키스를 했다.마음속으로는 안이슬이 농담하며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안이슬이 자신을 떠난다는 것은 두려웠다. 양명섭은 안이슬을 세게 껴안았다. 마치 이 사람을 자신의 몸속으로 녹여 들게 할 것처럼 말이다. 안이슬이 말했다.“보아를 안아서 내려가.”헤어지고 나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안이슬은 그다지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이슬은 지나간 일들을 마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안이슬은 양명섭의 의연한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앞으로 내 생활에는 당신만 있었으면 해.”“보아는 없어도 돼?”양명섭이 물었다. 안이슬은 표정이 잠시 멈칫했다.“그 사람이 아이를 달라고 해?”양명섭이 고개를 저었다.“그냥 보고 싶대.”안이슬은 양명섭의 허리를 껴안았다.“예전에는 아이가 예상치 못한 일이고 내가 원하던 존재도 아니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아이가 점점 내 몸 안에서 자라면서 나는 아이에 대해 기대와 희망을 품게 되더라고... 엄마가 되는 느낌을 지금은 정말 포기하기 싫어!”양명섭은 알고 있다.“아이를 나한테 줘. 그 사람 아래에서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자.”양명섭이 말했다. 안이슬은 알겠다고 하고는 돌아가서 아이를 안아왔다. 보아는 잠이 들었는데 작은 얼굴이 불그레 했다. 생김새를 보면 누구를 닮았는지 보이지 않았는데 아마 아직 어려서 그런듯하다. 좀 커서 이목구비가 선명해지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안이슬은 아이를
“당연하죠!”양명섭도 함께 보아를 보며 말했다.‘보아가 크면 아마 안이슬을 똑 닮을 거다. 안이슬은 의리도 있고 정도 많은 여자이고 한번 정을 주면 그 사람을 위해서 목숨조차 아끼지 않는다. 그런 여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심재경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결국은 명섭 씨가 저보다 복이 많네요...”양명섭도 부정하지 않았다. 심재경은 아쉽지만, 어차피 데려갈 수 없었기에 보아를 양명섭에게 건네고는 호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냈다.“이건 보아에게 주는 거예요.”심재경이 지금 보아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금전적인 지원밖에 없었다. 양명섭은 심재경이 아이에게 주는 것이기에 보아 대신 결정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우선 받았다가 나중에 보아가 크면 주기로 했다. 그때 친아버지의 지원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보아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보아도 성인이 되면 자기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권리가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심재경은 양명섭의 개의치 않는 태도에 기꺼이 패배를 인정하며 탄복했다.“술 한잔 사준다고 했던 거 기억하시죠?”술을 마시지 않으면 질투로 들끓는 마음의 불을 끌 수 없을 것 같았다.양명섭은 먼저 보아를 데리고 들어갔는데 안이슬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보아를 안이슬에게 넘겨주며 말했다.“배웅하고 올게.”안이슬이 고개를 끄덕였다....양명섭은 심재경을 포장마차에 데리고 갔다.“여기 혹시 불편하신가요?”양명섭은 평소에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같은 데는 다니지 않고 그냥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살고 있었다. 심재경이 그를 보며 말했다.“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너무 부러운데요.”양명섭은 행복한 미소를 금치 못하며 말했다.“부러울 게 뭐가 있어요.”“지금 저랑 맞짱 드시겠다는 거예요?”심재경은 양명섭에게 술을 따랐다.“벌주 한잔해요.”술은 한 병에 2만 원짜리 소주였는데 양명섭은 통쾌하게 한 번에 잔을 비웠다.양명섭이 고개를 들고 술을 마실 때 심재경은 우연히 양명섭의 쇄골에 가까운 곳에서
심재경의 어조는 낮았지만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미세한 떨림을 감출 수 없었다.“명섭 씨가 마시지 않으면 저 장담하는데 여기서 이대로 가만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양명섭은 심재경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안이슬을 양보할 수는 없었기에 긴 한숨을 내쉬고는 술잔을 들어 마셨다.그 사이 심재경도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고는 잔을 무겁게 내려놓으며 입을 다셨다.“이 술 독하네요.”술이 어찌나 독한지 심장까지 아픈 것 같았다. 양명섭이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이 술이 좀 독하긴 해요.”심재경이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이렇게 독한데 더 마실 수 있어요?”양명섭은 자기 잔에도 한가득 따르며 말했다.“독하긴 해도 천천히 마시다 보면 달아요.”“지금 술 얘기하는 거 맞아요?”심재경이 의미심장한 눈길로 묻자, 양명섭이 웃으며 대답했다.“술을 물어보는 거 아니었어요?”두 사람은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서로 마주 보다가 같이 웃었다.심재경은 술잔을 들고 주동적으로 양명섭과 부딪치자고 하며 말했다.“명섭 씨가 나보다 복이 많아요.”이에 양명섭도 부정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동시에 술을 마셨다! 양명섭이 계속해서 잔을 가득 채우는 걸 보며 심재경이 물었다.“취해서 들어가면 야단맞는 거 아니에요?”양명섭이 웃었다.“그럴 수도 있겠죠!”양명섭은 원래 많이 마시지 않으려고 했지만, 심재경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기에 술을 마시면 그의 속이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얼마든지 같이 마시기로 했다.심재경이 입을 삐쭉거리며 물었다.“안 무서워요?”“아니요.”양명섭이 대답했다.“명섭 씨, 여자가 왜 법의학을 선택했을까요? 매일 시체를 상대하는 게 무섭지 않을까요?”안이슬이 법의학을 전공하겠다고 할 때 심재경이 그냥 의사를 하라고 말렸던 적이 있었다. 양명섭은 말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여자가 법의학을 하는 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처음 봤을 때부터 존경했다. 안이슬이 일할 때의 세심하고 차분하게 대하는 모습은 그 어떤 곤란이 닥치더라
양명섭은 심지어 안이슬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명섭 씨, 왜 이래... 음...”안이슬이 처음으로 너무 아파서 그를 뿌리치려고 그의 팔을 세게 밀어봤지만......양명섭은 안이슬을 거의 기절시키다시피 해서 아예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아래 그 부위도 매우 아팠는데 그녀는 자기가 언제 의식을 잃고 잠이 들었는지, 어떻게 방으로 들어왔는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양명섭은 그녀를 벽에서, 문에서, 바닥에서...안이슬은 양명섭을 밀어내고 싶었지만,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가 밀면 밀수록 그가 더 강하게 힘을 주었기에 어떻게 반항할 수도 없었다. 도중에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어도 양명섭은 그녀를 놔주지 않았는데 다행히 아이는 오래 울지 않고 울음을 그쳤다.정신이 희미할 때 뭔가 몸에서 따뜻한 기운을 느껴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봤더니 양명섭이 그의 몸을 닦아주고 있었다. 안이슬은 차가운 얼굴로 그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났는데 순간 온몸에서 찢어질 듯한 통증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양명섭은 손에 따뜻한 수건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미안해...”안이슬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옷을 들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몸을 검사해 보니 그곳이 부어있었다.‘부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안이슬은 양명섭이 자기에게 이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나와보니 양명섭은 자세 하나 변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그녀가 보아보러 가자, 그가 말했다.“방금 먹였고 지금은 잠 들었어.”안이슬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심재경이 뭐라고 했어?”“아니, 아무 말도 안 했어.”그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그럼 왜...”“미안해.”양명섭은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알고 또 한 번 사과했다. 심재경이 그의 목에 있는 흔적을 보고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했듯이 양명섭도 보아를 보고 아이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장면을 상상했기 때문에 알코올의 자극하에 폭발했다. 양명섭은 안이슬을 해칠 생각이 없었지만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