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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심재경의 어조는 낮았지만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미세한 떨림을 감출 수 없었다.

“명섭 씨가 마시지 않으면 저 장담하는데 여기서 이대로 가만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양명섭은 심재경의 마음을 이해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안이슬을 양보할 수는 없었기에 긴 한숨을 내쉬고는 술잔을 들어 마셨다.

그 사이 심재경도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고는 잔을 무겁게 내려놓으며 입을 다셨다.

“이 술 독하네요.”

술이 어찌나 독한지 심장까지 아픈 것 같았다. 양명섭이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이 술이 좀 독하긴 해요.”

심재경이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이렇게 독한데 더 마실 수 있어요?”

양명섭은 자기 잔에도 한가득 따르며 말했다.

“독하긴 해도 천천히 마시다 보면 달아요.”

“지금 술 얘기하는 거 맞아요?”

심재경이 의미심장한 눈길로 묻자, 양명섭이 웃으며 대답했다.

“술을 물어보는 거 아니었어요?”

두 사람은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서로 마주 보다가 같이 웃었다.

심재경은 술잔을 들고 주동적으로 양명섭과 부딪치자고 하며 말했다.

“명섭 씨가 나보다 복이 많아요.”

이에 양명섭도 부정하지 않았고 두 사람은 동시에 술을 마셨다! 양명섭이 계속해서 잔을 가득 채우는 걸 보며 심재경이 물었다.

“취해서 들어가면 야단맞는 거 아니에요?”

양명섭이 웃었다.

“그럴 수도 있겠죠!”

양명섭은 원래 많이 마시지 않으려고 했지만, 심재경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기에 술을 마시면 그의 속이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얼마든지 같이 마시기로 했다.

심재경이 입을 삐쭉거리며 물었다.

“안 무서워요?”

“아니요.”

양명섭이 대답했다.

“명섭 씨, 여자가 왜 법의학을 선택했을까요? 매일 시체를 상대하는 게 무섭지 않을까요?”

안이슬이 법의학을 전공하겠다고 할 때 심재경이 그냥 의사를 하라고 말렸던 적이 있었다. 양명섭은 말하지 않고 술을 마셨다. 여자가 법의학을 하는 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처음 봤을 때부터 존경했다. 안이슬이 일할 때의 세심하고 차분하게 대하는 모습은 그 어떤 곤란이 닥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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