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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심재경은 좀 난처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입을 열기가 곤란했다. 심재경은 자신이 불쑥 찾아온 게 이들에게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나타나면 꼭 그들을 방해하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어쩌면 남자는 남자가 더 잘 알지도 모른다. 양명섭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여기까지 온건, 아이를 보고 싶어서죠?”

심재경은 표정이 멍해졌다. 양명섭이 말했다.

“당신은 끈질기게 달라붙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정말로 나와 이슬 씨를 갈라놓으려 했다면 저번에 용운시에서 당신은 그렇게 태연하게 나와 이슬 씨를 축복하지 않았겠죠.”

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잠시 끊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나는 당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잘 생각하기를 더 바라요. 아이는 당신의 아이이기 전에 이슬 씨의 아이예요. 당신이 아이를 먼저 데리고 가려든, 아니면 이슬 씨의 곁에서 아이를 뺏어 가려든 저는 다 허락할 수가 없어요. 이슬 씨가 당신한테 보내고 싶은 게 아니라면요.”

양명섭은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다. 안이슬은 절대 아이를 주지 않을 것이다. 열 달을 고이 품어 하루아침에 낳은 아이는 안이슬과 같은 피를 나누고 있다. 모녀의 정이란 어떻게 끊는다고 끊어낼 수 있는 것인가. 양명섭까지도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작은 아이가 곁에 있음으로써 양명섭의 생활이 얼마나 다채로워졌는지 모른다.

심재경은 당연히 아이를 데리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그도 알고 있다. 만약 심재경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안이슬은 그를 죽일 듯이 증오할 것이다. 심재경은 안이슬과 양명섭을 위해서도 고민을 했다. 아이가 심재경이 데려가면 외부 사람들은 양명섭과 안이슬에 대해 어떻게 짐작하겠는가? 그들의 평범한 생활도 아마 망가지고 말 것이다.

“나는 그저 아이를 보고 싶었어요. 그것뿐이에요.”

양명섭은 눈꼬리가 살짝 처지며 물었다.

“이슬 씨는 좋은 여자인데 왜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어요?”

심재경은 몸을 살짝 굽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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