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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배신한 사람

“그렇다면 도준 씨 명령으로 저를 데리러 왔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뜻이네요?”

권하윤은 케빈의 무표정한 얼굴을 바라봤다.

“도준 씨는 케빈 씨한테 이런 말 한 적 없는 거고.”

케빈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의 묵인에 순간 실망감이 몰려왔다.

“그렇다면 도준 씨가 전투기에 오르기 전 케빈 씨한테 이번 일에 대해 당부했다는 것마저 가짜겠네요?”

하윤은 케빈이 자기를 속였는지 아닌지는 관심 없었다. 그저 민도준이 사고를 당하기 전 자기의 상황을 미처 알고 있었는지 아닌지를 알고 싶었을 뿐,

“네.”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아 이제 통증에 무감각해진 것인지, 아니면 너무 실망한 나머지 가슴이 그대로 죽어버렸는지 하윤은 그저 침묵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드는 듯한 고통에도 그저 눈시울만 붉힐 뿐이었다.

“민혁 씨한테도 연락이 안 닿아요. 혹시 민혁 씨도 무슨 일 있는 거예요?”

“한민혁 씨와 실험에 참여했던 사람들 모두 조사를 받고 있을 뿐, 아직 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

케빈은 모든 희망을 잃은 듯한 하윤을 보며 묵묵히 대답했다.

민혁을 포함한 사람들 모두 이번 사건에 연루되었을 텐데, 케빈만 이곳에 멀쩡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에 다시 입을 열 때, 하윤은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시영 언니한테서 들었는데 민용재 쪽 사람이라면서요? 혹시 지금도 그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거예요?”

시영의 이름을 듣는 순간 깊이를 알 수 없는 케빈의 눈동자에 그리움이 흘러나왔지만 곧바로 침통에 의해 가려졌다.

하지만 하윤은 그런 케빈의 마음까지 헤아려 줄 여유가 없었다. 며칠간 쌓인 슬픔과 절망이 한 순간에 분노로 이어져 목소리마저 갈라졌다.

“이번 사고 케빈 씨가 낸 거예요?”

또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은 마치 하윤의 불붙은 마음에 기름을 들이 붙는 거나 다름없었다.

순간 수도꼭지라도 틀어 놓은 것처럼 눈물이 그치지 않았고 갈라 터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를 이용해서 민혁 씨를 협박하려면 꿈 깨요. 저 케빈 씨 따라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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