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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민도준의 고생 

작가: 강캔디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2-11 18:00:00
“보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민 사장도 다음 주에 기술팀을 데리고 회사로 방문하여 우리 회사 선박의 내비게이션 기술 시스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했고요…….”

마리는 보고를 할 때도 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녀의 보스가 누군가와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오늘 그가 오늘 얼굴을 내비치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마리는 오히려 의아했다. 얼굴을 비추지 않을 거면 여기까지 따라올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때 청회색의 눈동자가 마리에게로 옮겨지더니 채 마르지 않아 물이 뚝뚝 떨어지는 마리의 젖은 어깨 위에 멈췄다.

물에 젖은 자국이 마치 얼룩처럼 셔츠 어깨 라인을 따라 점점 퍼져 남자의 마음은 오히려 심란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짜증나는 듯 시선을 다른 데로 옮겼다.

“알았어. 나가 봐.”

마리도 자기 어깨에서 점점 번지는 물 자국 때문에 보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걸 눈치채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급히 나오다 보니. 저는 이만 돌아가서 선박 모델에 관한 정보를 정리하겠습니다. 내일 귀국할 텐데 비행기 티켓 예약할까요?”

‘귀국…….’

남자는 자기의 메일과 부재중 전화 기록을 샅샅이 살폈지만 낯선 번호는 보이지 않았다.

‘설마 소원이 없나?’

그렇다면 그도 번거롭게 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래. 내일 오후 2시 거로 예약해.”

“네.”

……

“솨…….”

욕실의 따뜻한 물줄기가 도자기처럼 하얀 피부 위에 떨어지더니 여자의 긴 머리카락과 남자의 손등을 지나 바닥에 떨어졌다.

원래는 아름답고 온화해야 할 분위기가 정신이 혼미 해 있는 여자 때문에 깡그리 망가졌다.

머리를 씻을 때 잔뜩 취한 하윤이 글쎄 사레까지 들린 거다. 심지어 혼잣말로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저 이대로 죽는 거 아니에요? 저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도준은 잔뜩 울상이 된 하윤의 모습에 오히려 피식 웃더니 샤워기 헤드를 내려 거품이 가득한 하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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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나 앉은 민도준은 권하윤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뭐가?” 하윤은 다른 걸 신경 쓸 겨를 도 없이 벌떡 일어났다. “알면서 뭘 물어요?” 도준의 시선이 하윤의 쇄골 아래로 흘러내렸다. 심지어 그 눈빛은 노골적이기까지 했다. “잊어버렸는데.” “아니!” 하윤은 목이 메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제 그렇게 미친 듯이 해댔는데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어떡하지?’ 하윤은 자기의 일만으로도 혼란스러워 미칠 지경인데 만약 여기에서 다른 일까지 더해지면 아마 살아갈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하윤은 얼른 바닥에 흐트러진 옷을 대충 몸에 걸치고는 밖으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발을 떼기도 전에 도준이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왜 이렇게 심하게 반응해?” 하윤은 마구 버둥댔다. “이거 놔요.” 지금이라도 당장 나가 약을 하고 싶었다. 더 늦었다간 효과가 없으면 안 되니까. 도준은 조급해하는 하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녀를 침대 위에 내팽개쳤다. “왜? 내 아이 갖는 게 그렇게 싫어?” 하윤도 순간 욱해졌는지 버럭 소리쳤다. “애를 낳든 말든 제 자유예요. 아무리 도준 씨라도 제가 모르는 상황에서 임신하게 할 자격 없다고요!” 어제부터 오늘까지 너무나 많은 일이 예상을 빗겨 나갔다. 도준이 가족을 모셔오겠다는 말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도준과 잠자리를 가진 것도. 더욱 두려운 건 하윤도 완전히 빠져 버렸다는 거다. 물론 알코올의 작용도 있겠지만 눈 앞의 남자를 거절할 수 없다는 게 더욱 컸다. 하윤의 몸과 마음은 이미 도준을 담고 있기에 계기만 있다면 어렵게 쌓아 올린 벽이 모두 무너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하윤은 도준한테 화나는 동시에 자기한테 더 화가 났다. 분명 모든 사실을 알아낼 때까지 도준과 거리를 두고 절대 흔들리지 않으려 했건만.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게 분했다. 끝내 참고 있던 눈물이 눈시울을 넘쳐나 창백한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구는 하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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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그 사람도 같은 회사 사람인가?’ 권하윤은 재빨리 집으로 올라가 옷방에서 그날 들었던 가방을 찾아냈다. 다행히 아무렇게나 넣어 두었던 명함은 그대로 안에 있었다. 그리고 확인해 보니 역시나 똑같은 위치에 WM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 위에는 Don이라는 영어 이름이 쓰여 있었다. 하윤은 비슷해 보이는 두 명함을 양손에 쥐고 번갈아 바라봤다. 분명 비슷했지만 조금은 달랐다. 모두 심플한 디자인이었지만 Don의 명함은 마리의 것보다 조금 특수한 재질로 되어 있었다.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 보니 심지어 특수한 향기까지 나는 듯했다. ‘마리 씨가 WM의 사장이라고 했는데 설마 Don이라는 남자가 마리 씨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나?’ 전에 남자가 하윤에게 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는 말을 했을 때 하윤은 그저 터무니없다고만 생각했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남을 도와 소원을 들어준다는 말을 함부로 하는 건가 하고. 심지어 그 남자의 정신이 문제가 있거나 여자를 꼬시기 위한 수법이라고 생각했다. 이건 하윤이 너무 자뻑하는 게 아니라 그 남자의 행동이 확실히 이상해서다. 하윤은 간단하다 못해 이름과 전화 번호만 있는 명함과 마리가 남긴 직책이 있는 명함을 번갈아 바라봤다. 직책도 없이 이름만 있다는 건 직책을 말하지 않고도 남자의 이름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하윤은 얼른 핸드폰으로 WM이라는 운송 회사사를 검색했다. 나타나는 정보는 많았지만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어 읽는데 어려움은 있었다. 때문에 하윤은 뒤에 Don이라는 이름을 덧붙여 검색했다. 다음 순간 화명 속에는 그 날 만났던 남자의 사진이 나타났다. 살짝 곱슬곱슬한 갈색 머리에 청회색 눈동자, 빈틈없는 스타일까지. 아무렇게나 클릭해 보니 남자에 관한 정보가 한 페이지를 꽉 메울 정도로 나왔다. [Don: 한국 이름 던, 34살, WM의 대표 이사!] 하윤은 자기의 눈이 믿기지 않아 사진 여러 장을 더 확인한 뒤에야 그날 자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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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740화 내가 걱정할 가치가 없어 

    하윤은 마리가 방금 전에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어색하게 물었다. “혹시 제가 던 씨 스케줄 방해했나요?” “네, 덕분에 비행기 티켓 값 낭비했네요. 시간도 낭비했고요. 그런데 전에 상황을 몰랐으니 용서할게요.” “네…… 고마워요.” 만나지도 못했는데 빚을 지게 되었다는 생각에 하윤은 전화를 끊자마자 피곤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어찌 됐든 만나고 나서 계획을 세우는 게 맞았다.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건 듣기에는 그저 뭔가 공짜로 뚝 떨어진 것 같지만 가끔 이런 공자에 가장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때도 있으니까. ‘목적을 알지 못한 상황에 덥석 호의를 받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 하윤은 로건에게 데리러 오라고 하지 않고 택시를 잡았다. 그렇게 차에서 내렸을 때 하윤은 약속 장소에 관한 문자를 받았다. 던이 약속을 잡은 장소는 양식 레스토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던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앞에 물 한 잔만 놓고 있던 남자는 하윤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하윤의 의자를 끌어내 주었다. “앉으세요.” 분명 젠틀한 행동이었지만 하윤은 왠지 모르게 불편하기만 했다. 그도 그럴 게, 던은 여성을 배려한다기보다는 그저 자기 앞에 놓인 임무를 완성하는 듯한 느낌을 줬으니까. 심지어 하윤의 동작이 조금 느린 것을 보더니 빨리 앉으라는 듯 눈빛으로 재촉했다. 하지만 하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만약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상대의 행동에 의심을 품었을 테지만 상대가 너무 대단한 인물이라 오히려 자기한테서 잘못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만남에 남자의 신분을 안 터라 하윤의 행동은 지난 번보다는 더 공손했다. “던 씨.” 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시윤 씨.” 짤막한 대화를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 하윤은 던이 먼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 원인을 설명하기를 기다렸고 던은 반대로 하윤이 어떤 소원을 말할지 기다렸다. 그렇게 어색한 침묵만 흐르자 하윤은 끝내 먼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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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하윤은 던이 이렇게까지 물러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자기 소원을 들어주는 데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없었기에 중도에 번복하더라도 뭐라 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기로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요.” 던은 하윤이 흔쾌히 승낙하는 걸 보자 약간 의외라는 듯 반응했다. “제가 알기론 시윤 씨 남편은 경성을 쥐락펴락하는 인물인데 혹시 들킬까 봐 겁나지 않아요?” 민도준을 떠올리자 하윤은 가슴이 욱씬거려 미소마저 옅어졌다. “이건 제 일이에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러면 얘기가 된 걸로 알고 있을게요. 다음 주에 봐요.” 돌아가는 길에 하윤은 차창에 기대 한참 동안 멍 때렸다. 비록 방금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도준한테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겁이 났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빌어도 보고 설득도 해 봤지만 도준은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으니까.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의심과 광기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렇게 가다간 미쳐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하윤은 고개를 흔들어 쓸데없는 생각을 뿌리쳤다. ‘아니야. 지금은 어떻게 경성을 떠나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해…….’ “웅.” 한창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가방에서 진동 소리가 들리자 하윤은 깜짝 놀랐다. 하지만 액정에 뜬 발신자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도준이었다. 도준이 이런 시간에 전화 왔다는 건 하윤이 집에 없는 걸 알아챈 게 틀림없다. ‘내가 던 씨랑 만난 건 절대 들키면 안 돼.’ 하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앞에 있는 쇼핑몰을 가리키며 기사를 재촉했다. “저 앞에 세워주세요.” 이윽고 차에서 내린 뒤 가장 빠른 속도로 쇼핑몰의 남성 옷 매장으로 향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직원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고객님, 무엇을 찾으세요?” “셔츠요. 제가 직접 둘러 볼게요.” 직원이 떠나자 하윤은 도준에게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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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 되자, 하윤은 사람들 다 같이 경성에서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경성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진가연과 한성운도 그러고 싶어 했다.남은 사람은 양현숙이었다.하윤은 원래 양현숙을 데리고 경성에 오려고 했는데, 양현숙이 해성시의 집을 떠나기 싫어했다. 양현숙은 집을 지켜야 한다면서 오래 집을 비우면 너무 처량한 느낌이 난다고 했다.하윤은 양현숙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집뿐만이 아니라 이성호와의 추억이다.그래서 하윤은 그렇게 요구하지 않고 도윤을 데리고 자주 보러 갔다.이번에 하윤의 요청에 양현숙이 기분 좋게 동의하면서 31일에 같이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하윤은 손님 맞을 준비를 했고 곧 새해가 다가왔다. 양현숙이 하윤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금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하윤에게 물었다.“하윤아, 네 오빠 귀국한다는데, 만나볼래? 싫으면 너희 방해하지 말라고 할게.”그때 병원에서 기분 나쁘게 헤어진 뒤로 만난 적이 없었다.승우는 도윤의 나이를 잘 기억하고 있어 가끔 나이에 맞는 장난감을 보내주었다.이렇게 여러 해 지나고 하윤은 전의 일을 마음에 담아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한 것에 대해 조금 자책했다. 양현숙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하윤은 양현숙이 중간에서 힘들까 봐 가볍게 말했다.“오빠 돌아왔으면 같이 오세요. 우리 한 가족 되게 오래 같이 못 만났잖아요?”양현숙은 기뻐서 대답했다.“알았어, 그렇게 오빠한테 전달할게.”...통화를 마친 하윤은 이 일을 도준에게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승우가 하윤의 오빠지만, 하윤이 이 이년 사이에 아무 이성과 접촉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컷 모기까지 도준은 하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도준은 승우를 항상 경계해 왔다.도준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그날 저녁 도준이 돌아왔을 때, 하윤은 120%로 잘 보이려고 했다.하윤은 발꿈치를 들고 도준의 외투를 벗겨주었다.“여보 왔어요? 어땠어요? 오늘 일은 힘들지 않았어요?”도준이 하윤을 힐끔 쳐다보고 소파에 앉아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3화 당신은 참 좋은 엄마인 거 같아

    하윤은 요즘 아들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았다.도윤은 다른 애들과 달리 장난감으로 놀기 좋아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책을 보는 일이었다.가끔 하윤은 도윤이 너무 오래 앉아 있어 힘들까 봐 텔레비전 앞에 데려와서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그러나 하윤이 할 일을 하고 돌아오니, 도윤이 뉴스 채널을 돌려서 재밌게 보고 있었다.소파 위에 있는 작은 아들을 보고 하윤은 걱정이 앞섰다.‘설마 내가 너무 연습에 몰두해서 아들을 소홀히 했나? 그래서 아들이 상처를 받아서 저런가? 안 돼! 도윤에게 완벽한 동년을 줄 거야!’하윤은 이 일이 엄청나게 큰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동안 생각하고 도윤을 데리고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과 많이 만나게 하려고 했다. 많이 만나면 도윤의 동심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었다.하윤은 어디를 가던 도우미가 자기를 보는 것이 싫어, 그냥 아파트에 살았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가 있었고 그중에 모래로 촉감놀이 하는 곳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하윤은 그곳에 도윤을 데리고 가기로 마음먹었다.날씨가 좋아 하윤은 도윤의 손을 잡고 그를 집 밖으로 데리고 갔다.모래가 있는 곳으로 가자, 도윤은 모래를 뿌리며 재밌다고 웃어대는 친구들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하윤은 도윤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신나게 말했다.“도윤아, 친구들 얼마나 재밌게 놀아, 우리도 얼른 들어가서 놀자.”도윤은 눈썹이 붙을 정도로 찌푸렸지만, 하윤이 기대에 찬 모습에 하윤과 함께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도윤은 하윤이 시키는 대로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 채로 하윤과 함께 모래에 들어갔다.도윤의 눈썹과 눈은 하윤을 닮았고 나머지는 도준과 똑같았다. 너무 잘생겨서 순식간에 다른 애들의 주의를 끌었다.한 아이가 도윤에게 말했다.“우리 같이 모래 파서 궁전 만들자!”그 아이가 손을 잡으려고 하자 도윤이 한 걸음 물러났다.“미안, 난 엄마랑 놀아야 해서.”하윤은 도윤이 자기랑 놀고 싶어 하는 줄 알고 마음속으로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2화 결혼식 한다고?

    하윤이 해성시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소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혜는 딸 민효연이 첫돌 생일을 쇠는 김에 미뤘던 결혼식도 같이 한다고 했다.지훈이 산을 구매해서 이제 산속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했다.하윤이 깜짝 놀랐다.“결혼식 한다고?”“네!”소혜는 간식을 먹으며 말했다.하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혜를 불렀다.“소혜야.”소혜가 목을 쭉 뻗었다.“네?”지훈이 욕실에서 몸을 내밀자, 빛나는 눈은 여우처럼 사람을 홀렸고 머리가 젖어 더욱 섹시해 보였다.지훈의 보조개는 아주 귀여웠다.“수건 가져다줘.”지훈의 섹시한 모습에 소혜가 다급히 말했다.“언니, 오빠한테 언제 시간 되는지 물어봐 줄래요? 그럼, 이렇게 정하고 저는 남자 만지러, 아, 아니, 수건 가져다주러 갈게요!”‘헤헿.’통화를 마친 하윤이 소혜가 보낸 웨딩사진을 보고 마음이 조금 찡했다.소혜를 보고 그런 것이 아니라 지훈을 보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저녁 식사를 할 때, 하윤이 이 일을 도준에게 말했다.“지훈이 소혜랑 결혼식 올린대요. 다음 달에 한다는데, 당신이 언제 경성에 있는지 물어보라고 하던데.”도준이 하윤을 바라봤다.“그건 당신한테 달린 거 아닌가? 당신이 자꾸 밖으로 돌아다니니까 내가 힘을 좀 써서 당신을 잡아와야지.”“말하는 것 좀 봐요. 제가 무슨 나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말하네요? 다 연습하러 가는 거지.”하윤은 젓가락을 입에 물고 일부러 아까 했던 말을 반복했다.“소혜랑 지훈이 결혼식 한대요.”도준은 물을 마시고 콧소리가 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응.”도준이 눈치채지 못하자, 하윤은 더 선명하게 눈치를 줬다.“아니, 쟤네는 아이가 태어난 뒤에 미뤘던 결혼식 올리는 거네요?”도준이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아기를 배속에 다시 밀어 넣고 결혼식 할 수는 없잖아?”하윤은 화가 나 그릇에 담겼던 완자에 구멍을 뚫었다.“맞아요! 맞는 말이죠!”도준이 눈치가 없자, 하윤은 밥을 다 먹고 나서도 도준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봤다.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1화 가고 싶어?

    경성에서 하윤이 자기 전에 핸드폰을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침대에서 급히 일어나 욕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여보!”“도준 씨!”“도준 씨!!”욕실의 안개가 도준의 넓은 어깨에 흩어졌고 도준은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가슴팍이 보였고 물기를 채 닦지 않아 가슴팍과 근육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렸다.도준은 하윤의 다급한 부름에 어디 부딪힌 줄 알고 급히 나왔는데, 나와보니 하윤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고 있었다.도준은 들고 있던 수건으로 하윤의 엉덩이를 때렸다.“왜 그래? 무슨 귀신이라도 봤어?”하윤은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도준의 어깨에 놓고 핸드폰을 도준에게 들이밀었다.“빨리 봐봐요! 빨리!”하윤이 너무 날뛰어 핸드폰을 너무 가까이 대는 바람에 도준은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도준은 하윤의 손목을 뒤로 잡아당겼지만 하윤이 손을 흔드는 바람에 인내심이 없어 하윤의 허리를 안고 침대에 눕혔다. 혹시라도 너무 흥분해서 침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보기 귀찮으니까 얘기해 줘.”“고은지가 결혼한대요! 누구랑 하는지 맞혀 봐요!”도준이 물어보기도 전에 하윤은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곽준호! 곽도원의 아들 말이에요! 세상에, 아무런 연관이 없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결혼하게 된 거죠?”도준은 침대에 기대며 말했다.“아무 연관이 없진 않지. 전에 곽도원이 고은지를 새 아내로 맞이한다고 술자리를 열었었어.”“네?”하윤이 깜짝 놀랐다.‘그럼, 고은지가 곽준호 새엄마? 세상에! 나보다 더 용감하네?’하윤은 참지 못하고 도준을 밀었다.“얼른 얘기해 봐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도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팔을 하윤의 다리에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하윤은 도준의 팔을 치워버렸다.“쳇, 당신도 몰라요?”하윤의 귀여운 모습에 도준이 하윤의 볼을 꼬집으며 그녀를 돌렸다.“그렇게 알고 싶으면 결혼식에 가면 되겠네.”하윤은 볼이 꼬집혀서 말을 똑바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0화 슬픈 멜로디(99)

    준호는 가볍게 물었지만, 눈빛에는 긴장함이 깃들어 있었다.준호는 은지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그녀의 마음도 자신처럼 뜨거운지 보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은지가 왜 준호를 찾지 않고 준호가 왔을 때 그에게 기회를 주는지 알지 못했다.사람은 누구나 욕심이 수도 없이 많아진다. 은지를 볼 수 없을 때는 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만나니까 가지 말라고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지 말라고 잡으면 은지 마음속에 준호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준호의 마음은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흩어져 버렸다.준호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자신의 기분을 은지가 느끼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은지는 준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너 속이기 싫어, 난 너 없어도 잘 살아.”준호의 손에 힘이 빠졌고 빛나던 눈도 빛을 잃었다.준호가 기분이 처져 손을 떼려고 하는데, 은지의 차가운 손이 준호의 손등을 감쌌다.“근데 네가 있으면 난 더 기분이 좋아서 매일 행복하게 살 거 같아.”실망했던 준호는 조금 희망을 얻고 말했다.“왜 말을 그렇게 늦게 해! 날 그렇게 힘들게 할 거야?”은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마도?”준호는 은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고, 이렇게 정말 기뻐서 나오는 웃음은 더 본 적이 없었다.준호는 성큼성큼 은지에게 다가가 입맞춤했다.“고은지, 너 이번에 또 가면 너 절대 안 놔줄 거야!”“응.”비음이 섞인 은지의 목소리에 준호의 몸은 순식간에 타올랐고 준호는 은지를 품에 안았다.“더 이상 나 화나게 하면 안 된다?”“될수록 그렇게 해볼게.”은지는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성격에는 문제가 없어?”“너!”준호는 화를 내고 싶었지만 계속 품에 안고 싶었던 은지를 안고 있어 화를 낼 수 없었다.“성격 안 좋은 거 나도 알아, 차근차근 알려주면 나 다 고칠 수 있어.”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말은 잘 듣네.’“다 고쳐도 나 좋아해야 된다? 안 그러면 너 안 놔줄 거야!”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될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9화 슬픈 멜로디(98)

    아까는 은지에게 핍박을 당해 자기도 모르게 질문이 나왔다.두 사람은 마주 보며 차에 앉아 있었고 은지가 준호를 지그시 바라보자, 준호는 그 물음을 다시 물어볼 수 없었다.그러나 준호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한 적 있어.”아까까지 겨울의 추위에 덜덜 떨던 준호가 은지의 대답에 봄으로 끌려온 것 같았다.준호는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기분이 좋아 다시 물었다.“뭐라고?”은지는 담담하게 바로 대답했다.“이 6개월 동안 너 생각한 적 있다고.”이 6개월 동안 은지는 준호처럼 어린 사람, 준호처럼 무모한 사람, 은지를 마음에 들어한 사람,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 중에 준호처럼 진심으로, 물을 끼얹어도 꺼지지 않는 불씨와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은지는 30여 년간 계속 연기를 했었다. 이성희한테서 귀염을 받으려고, 고씨 집안의 사랑을 받으려고, 곽도원의 귀염을 받으려고 말이다.은지가 수많은 자태를 뽐냈지만, 준호는 은지가 가장 악독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고도 좋아한 사람이다. 그래서 준호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생각났다.“그럼, 앞으로 생각 안 할 거야.”“너!”준호가 다급히 말했다.“왜? 아까는 내 생각 했다며?”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준호를 바라보았다. 은지는 준호의 화가 차츰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준호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나, 나도 네 생각 했어.”이때 차의 라디오에서 로맨틱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준호는 평소에 이런 노래를 듣기 싫어했는데, 지금 들으니 아주 로맨틱했다.준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은지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가게는 저기 있어.”은지가 물어보지 않자, 준호도 은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나랑 가는 거야, 마는 거야?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볼 용기가 안 나!’마을이 너무 작아 노래 한 곡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목적지에 도착했다.은지가 차에서 내리자, 준호도 따라서 내렸고 은지가 계단으로 올라가자, 준호도 따라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8화 슬픈 멜로디(97)

    호텔 내부의 뜨거운 공기에 준호는 재채기를 했고 곧이어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은지를 발견했다.반년이 지나 은지의 머리는 좀 길었지만 조금 헝클어진 상태로 풀어 놓았다. 회색 니트를 입고 있었고 전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었다. 준호는 뜨거운 공기 때문에 목이 말랐다. 열정 넘치는 아저씨가 준호 보고 얼른 와서 앉으라고 하면서 술을 부어주었다.“은지 남자 친구죠?”준호는 은지가 또 전처럼 새엄마라고 할까 봐 경계했다.그러나 은지는 그저 간결하게 대답했다.“아니요.”준호는 한숨 돌렸다. 그러나 곧이어 준호는 또 짜증이 났다.이제 은지가 준호의 새엄마도 아니니 정말 아무런 사이가 아니다.희현은 은지에게 귓속말했다.“저 사람은 왜 또 언니 잡으러 온 거예요? 제가 문 지킬 테니까 도망갈래요?”말을 채 하지 못했는데, 은지가 희현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었다.“왜요? 이 계획 별로예요?”“아니, 너 목소리 너무 커서 저 사람이 너 보고 있어.”과연 고개를 돌리자, 준호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희현을 바라보고 있었다.희현은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제 막 유명해지려고 하는데, 죽으면 안 되지.’희현이 한 말 때문인지, 은지가 준호를 불러 놓고 준호랑 말을 안 해서인지, 밥을 채 먹지 못했는데, 그는 은지가 화장실을 갔을 때 막아섰다.은지가 손을 씻고 돌아섰는데, 준호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은지는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준호가 지금까지 버틴 것이 기적 같았다.“손 씻으려고?”준호는 잘 얘기해 보려고 했는데, 은지의 말에 또 화가 났다.“손 씻는다고? 내가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왔는데, 손 씻으러 왔겠어?”은지는 준호의 손에 묻은 양념을 가리키며 말했다.“그건 아니겠지만, 손은 씻어야 할 거 같아.”준호는 은지가 한 말에 반박할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씻었다.손을 다 씻은 준호는 은지가 자리에 돌아갔을 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은지가 옆에 서 있었다. 거울 속의 두 사람은 연인처럼 붙어 있었다.은지가 준호를 보자,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7화 슬픈 멜로디(96)

    ‘설마 고은지?’곧이어 여자가 목도리를 벗자, 얼굴이 보였다.은지가 아니라, 전에 은지와 함께 준호를 속였던 배우 희현이었다.연말이 되자, 밖에서 일하던 자녀들이 다 무진으로 돌아왔기에 마을에 못 보던 차가 많이 세워져 있어 희현은 준호의 차를 의심하지 않고 차 주변을 돌며 통화를 했다.“여보세요? 언니, 저 도착했는데, 어디 계세요?”“호텔 쪽에 있어요? 아, 그럴 줄 알았으면 택시 타고 호텔로 갔죠.”준호는 희현의 통화를 듣고 마음이 다시 뜨거워졌다.‘언니? 고은지인가? 고은지도 여기 있나?’...무진에 호텔이 하나밖에 없었지만, 항상 손님이 별로 없었다. 연말이라 손님이 더 없어서 주인장은 일 층에 탁자를 다 붙여서 음식을 해놓았다. 아이들이 모여 있어 희현이 왔을 때 아이들이 희현에게 달려왔다.“희현 언니!”희현은 통쾌하게 용돈을 나눠줬다.“이리와, 언니 돈 많이 벌어서 너희 용돈 줄게!”아이들을 보내고 희현은 창 옆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로 다가갔다.“언니, 저 왔어요!”은지가 처음에 무진에 왔을 때는 준호를 피하려고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피할 필요가 없어져 사탕 가게를 책방으로 바꾸고 알바생을 찾았다. 이 책방에서 책을 보면 사탕을 먹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했다.이 반년 동안 은지는 여행을 다니면서 지냈다.며칠 전, 호텔 주인이 은지보고 무진에 와서 연말을 보내라고 했고 아이들이 은지를 보고 싶다고 해서 오기로 했다.희현은 옆 마을에서 드라마를 찍다가 같이 식사하러 왔다.식탁에는 맛있는 음식이 한 상 차려져 있었고 사람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둘러앉았다.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준호만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차가워진 도시락을 들고 화를 냈다.준호는 은지가 외롭게 연말을 보낼 줄 알고 도시락까지 싸서 왔는데, 이렇게 화목하게 모여서 보낼 줄 몰랐다.준호는 몇 시간을 운전해서 여기까지 온 자신이 참 바보 같았다.이렇게 도시락을 건네주기는 좀 그렇고, 아무 말도 안 건네고 가자니 아쉬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6화 슬픈 멜로디(95)

    준호도 그동안 못 완성했던 임무를 마저 수행해야 했다.전에는 은지를 찾는 데만 집중해서 임무는 뒷전이었다. 이번에는 각 지역을 하나씩 제대로 돌아봐야 했다.돌아본 곳이 많아질수록 준호의 마음도 점차 평온해졌다.마을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자연과 마주하니 준호의 성격도 많이 누그러졌다.3개월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준호는 남한성에 돌아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팀장은 준호가 전과 달라진 모습에 칭찬했다.“이런 일 많이 하니까 좋은 점이 있네.”...그 후로 준호는 예전처럼 훈련하고 임무를 수행했다.이곳에 있으면 외계의 간섭을 덜 받기에 사람들이 준호의 집안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개의치 않았다.그저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면 준호는 신옥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은지 씨가 정말 차가운 사람이라면 날 위해 비밀을 지켜주지 않았을 거야.’신옥영도 이 비밀을 준호가 알게 되면 많은 것을 바꾸게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은지처럼 작은 일도 따지는 사람은 무조건 알았을 것이다.준호는 전에 은지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냉혈 동물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잘 알 수 없었다.‘고은지 나한테 정은 있었나?’준호는 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뜨겁기도 했다.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에 쉽게 들 수 없었다.‘만약 고은지가 나한테 마음이 없다면 이미 놔줬으니까 다시 가서 방해하면 안 돼. 근데 혹시 나한테 마음이 있었다면?’...눈 깜짝할 사이에 연말이 되어 길거리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준호는 신옥영이 머무는 저택으로 갔는데, 집안이 시끄러웠다.하나가 장원수를 지휘하며 집을 꾸몄고 하나는 신옥영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신옥영에게 애교를 부렸다.올해에 준호는 신옥영의 저택에서 이 부녀를 자주 봤는데, 처음에 그들을 만났을 때, 살기 가득한 눈으로 장원수를 쏘아보며 일자리며 가족 관계까지 다 물어봤었다. 나쁘지 않았다.그러나 신옥영은 재혼할 마음이 없어 보였고 준호는 신옥영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자기는 신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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