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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의논할 여지도 없어 

“혹시 화났어요.”

낮은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오자 민도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이토록 어리석은 질문을 한 하윤을 비웃었다.

지금 당장 하윤을 목 졸라 죽이고 싶은 심정마저 드는데 화가 났냐니?

등 뒤의 하윤은 아무런 답도 얻지 못하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가 이런 요구를 제기하면 도준이 화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예전처럼 인사도 없이 몰래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현재 직면한 문제도 충분히 많은데 또 새로운 문제까지 더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때문에 하윤은 반드시 도준을 설득해야 했다.

이 곳은 개발구라서 지세가 높아 뜨거운 바람이 휙휙 얼굴에 불어왔다.

그 순간 등 뒤가 뜨거워 나며 두 팔이 자기 허리를 꼭 껴안은 걸 느낀 도준은 담배를 피우던 손을 흠칫 멈췄다. 하지만 도준은 하윤의 말을 무시한 채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할지 지켜봤다.

“뭐라고 말 좀 하면 안 돼요? 저 도준 씨랑 상의해 보고 싶어요.”

도준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약하기 그지없었다.

하윤이 숨을 죽이고 답을 기다리는 동안 손목이 꽉 조이더니 앞으로 당겨졌다.

“그래. 상의하겠다고? 그러면 내가 동의하지 않아도 되는 거겠네?”

하윤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

하윤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던 도준은 멍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니까 상의하자는 건 나더러 동의하라는 뜻이네?”

하윤은 입을 뻐끔거릴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이에 하윤은 누그러든 태도로 부탁했다.

“전 그저 잠깐 조사만 하고 다시 돌아올 거예요…….”

말을 채 끝맺지도 않았는데 하윤의 몸은 남자의 가슴에 부딪혔다.

나른한 윗몸이 남자의 단단한 근육에 부딪히자 하윤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다음 순간, 도준이 담배를 낀 손으로 하윤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사건만 조사하고 돌아오겠다고? 지금 나를 어린애로 보는 거야?”

하윤은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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