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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다른 남자를 만나다 

손가락에 잇자국이 가득 남은 채로 권하윤은 소파에 앉아 안정감을 되찾으려 애썼다.

‘내가 공태준을 미워하는 게 맞나?’

사람의 마음은 가장 변덕스럽다. 하윤이 태준을 원수로 여길 때는 그가 무슨 일을 하든지 모두 꿍꿍이가 있고 속내가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본인이 떠날 때 보내줬다는 말을 듣자 그날 강물에 휩쓸릴 때 자기를 꼭 잡고 놓지 않던 태준의 모습이 떠올랐다.

‘저 잡아요.’

‘절대 손 놓으면 안 돼요.’

순간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하윤은 무릎을 껴안고 몸을 음치린 채 고개를 팔 안에 파묻었다. 마치 이렇게 하면 자기 감정을 억제할 수 있는 것처럼.

왜 인간의 마음은 이렇게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며 규칙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지.

마치 지금처럼. 하윤은 태준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계속 미워해야 할지, 아니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그때 마침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놀란 듯 고개를 든 하윤은 앞에 서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키 차이 때문에 남자의 그림자는 하윤을 모두 뒤덮었다.

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야 하윤은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언, 언제 왔어요?”

도준은 빙그레 웃었다.

“한참 됐어.”

‘넋이 나간 채 들어와 다른 남자를 생각하고 있던 누구보다는 더 일찍 들어왔지.’

도준은 하윤의 곁에 앉아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밥 먹었어?”

아무 일 없다는 듯한 도준의 태도에 하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야 뭐가 잘못됐는지 깨달았다. 하윤은 확실히 밥을 먹은 게 맞긴 하지만 태준과 함께 먹었으니까.

도준은 하윤에게 깊게 생각할 기회도 주지 않고 또 질문을 던졌다.

“뭐 먹었어?”

그는 하윤의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에 돌돌 말았다.

“맛있었어?”

하윤은 긴장한 듯 자기 머리를 매만지는 도준의 손을 바라봤다. 이 순간 도준이 쥐고 있는 게 자기 머리카락이 아니라 목숨줄이라는 착각마저 들어 저도 몰래 침을 꼴깍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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