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도준이 화가 난 게 아니라는 걸 발견하자 권하윤은 배짱이 생겨났는지 콧방귀를 뀌었다.“도준 씨가 진심을 말하라면서요?”그때 담배를 꺼버린 민도준이 눈빛으로 자기 옆을 가리켰다.“이리 와.”방금 전까지 된통 당한 탓에 옷차림이 단정하지 못한 권하윤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나서야 천천히 옆으로 다가갔다.하지만 옷매무새를 정리했다고는 하지만 촉촉한 눈가에 아직도 야릇하고 나른한 분위기가 남아 있어 반짝거렸다.현재 민도준과 그나마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권하윤은 얼른 민도준의 어깨에 고래를 기댔다.“그래서 지금은 아이를 가지면 안 돼요.”“그럼 언제 가지면 괜찮을 것 같은데?”민도준이 갑자기 힐끗거리며 묻는 물음에 권하윤은 순간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생각나지 않았다.지금 두 사람의 상황이라면 언제든 안될 테니까.하지만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건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잠깐 동안 생각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적어도 우리 둘의 미래가 보일 때요…….”권하윤은 이렇게만 말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민도준은 오히려 꼬치꼬치 캐물었다.“어떤 게 미래가 있는 건데?”그 물음에 권하윤은 마음이 두근거려 자기를 끌어안은 민도준의 손에서 벗어나 콧방귀를 뀌었다.“적어도 지금처럼 모두가 박민주 씨를 도준 씨 아내라고 생각하고 저를 정부라고 생각하게 하면 안 되죠. 이런 상황에서 제가 아이를 가지면 뭐라더라? 아, 사생아라고 하잖아요.”민도준은 쫑알쫑알 말해대는 권하윤을 다시 자기 쪽으로 잡아당겨 왔다.“대체 어느 집 정부가 하윤 씨처럼 주인 머리 꼭대기에 올라타서 행패를 부려?”그 말에 불만이 생겼는지 권하윤은 민도준의 품에 안겨 자꾸만 작은 손으로 그의 가슴을 쿡쿡 찔러댔다.“전에 저 데리고 발표회에 간다고 했으면서 번복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본처 무서워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권하윤은 점점 더 말을 가리지 않고 하자 민도준은 피식 웃으며 권하윤의 엉덩이를 때렸다.“또 헛소리하는 거야?”“누가 헛소리래요? 분명 도준 씨
아직 헤어지지 않았는데 권하윤은 벌써 아쉬워 났다.권하윤은 순간 짙은 감정이 출구를 찾지 못해 마구 기승을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저도 모르게 민도준에게 가까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뭐 하는 거야?”민도준은 자기 옷자락을 꽉 잡고 있는 권하윤을 보며 물었다.그러자 권하윤은 얼굴을 붉히며 민도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우리 위층으로 올라가요.”그 말에 민도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냈다.“응? 올라가자고?”분명 질문을 던졌지만 권하윤의 등을 쓰다듬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손바닥의 온도가 옷감과 마찰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형성하는 바람에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권하윤은 온몸이 불편했다.민도준에게 공제된 듯 전해지는 전율은 권하윤의 정신을 잠깐 불러와 그제야 한 발 뒤로 물러났다.“그냥, 아무것도 아니에요. 티브이나 계속 봐요.”그러면서 손을 뻗어 리모컨을 찾고 있을 때 민도준이 권하윤의 가는 팔을 덥석 잡았다.남자의 손등에 울퉁불퉁 튀어 오른 핏줄은 힘을 준 탓에 더 분노한 듯 불룩 튀어 올랐다.“잘 붙잡아. 떨어지면 나도 몰라.”다음 순간 두 발은 땅에서 붕 뜨는 바람에 권하윤은 놀란 나머지 민도준의 어깨를 꼭 잡았다.민도준이 뚜벅뚜벅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권하윤은 그의 튼실한 어깨를 꼭 잡은 채 자기 자신을 걱정했다.“저기, 우리 아니면 올라가지 마요.”민도준이 거절하려고 할 때 눈에 갑자기 카펫이 깔린 계단이 눈에 들어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올라가지 않아도 돼. 그럼 잘 참아 봐.”권하윤은 민도준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멍해 있다가 위험한 민도준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민도준의 눈빛을 보고도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면 지금껏 당한 게 모두 헛수고라고 해야 할 거다.때문에 민도준이 자기를 내려놓을 때 바로 상황을 눈치챈 권하윤은 다급하게 거절했다.“저 그런 뜻 아니에요.”“괜찮아. 지금은 그런 뜻 맞을 테니까.”이 말을 하면서 민도준은 한
뜨거운 눈물이 눈시울을 덥혀 시큰거리더니 끝내 눈물이 흘러내렸다.“뭘 울어?”권하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민도준을 끌어안은 채 눈물을 쏟아냈다.그때 민도준이 권하윤의 얼굴을 적신 눈물을 닦아내면서 살짝 농담 섞인 말로 물었다.“역시 여자는 물로 만든 거라 이건가? 아주 끝이 없네.”하지만 권하윤은 엉엉 울어대느라 민도준의 희롱 섞인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심지어 가슴은 이미 두 가지 상반되는 감정으로 폭발할 것만 같았다.하나는 행복 그리고 하나는 고통이었다.행복한 건 민도준이 사랑한다고 말해줘서이고 고통스러운 건 왜 하필 그걸 지금 알려주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얻지 못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바로 얻은 뒤 잃는 건데 말이다.그것도 권하윤이 가장 놓치기 아쉬워하는 것…….그때 살짝 굳은 살이 박인 손가락이 권하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말할수록 더 심하게 우네? 그만 울어.”권하윤도 울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감정을 막을 방법이 없어 민도준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으며 중얼거렸다.“저 안아줘요.”권하윤이 껌딱지처럼 몸에 딱 달라붙자 민도준은 순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럴 것까지 있어?”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 권하윤이 원하는 대로 품에 끌어들이더니 무심한 듯 툭툭 두드렸다.“됐어, 그만 울어. 모레 발표회가 끝나면 놀러 가자.”자기가 갈 수 없는 걸 알고 있었지만 권하윤은 그 말에 여전히 동격이 생겼다.“어디요?”민도준이 대충 뱉어낸 두 곳은 전에 권하윤이 책자를 보며 칭찬한 적 있던 곳이었다.그 순간 권하윤의 눈시울에 눈물이 더 많이 고였다.“그곳은 요즘 우기일 텐데 비가 많이 오면 어떡해요.”“그럼 호텔에만 있으면 되지, 똑같아.”권하윤은 울다가 피식 웃어버렸다.“호텔에서 뭘 하고 놀려고요?”“놀 게 왜 없어? 하윤 씨 있잖아.”가벼운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통유리창이 있는 호텔을 찾아서 하윤 씨를 유리 앞에 세워 두고…….”"안 들을래요.”권하윤은 귀를 막으며 도리질 해
“미안해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 소식은 은찬이가 수소문해 준 거예요. 은찬이가 민씨 가문에 있을 때 같이 일하던 사용인과 경호원들과 친하게 진한 덕에 몰래 알아본 거예요. 민 사장이 알아본다면 쉽게 알아낼 거예요.”권하윤도 공태준의 말뜻을 이해했다.“그래. 고마워.”어쨌든 도움을 줬으니 권하윤은 예의상 인사를 했다.그리고 전화를 끊을 때쯤 공태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왔다.“윤이 씨가 민 사장을 걱정하는 건 알겠지만 만약 이 소식을 직접 전해주면 아마 의심을 받을 거예요.”공태준은 더도 말고 딱 여기까지만 말했다.“알겠어.”권하윤도 그 도리를 알고 있었다. 때문에 몰래 알려줄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이 사실을 어떻게 몰래 알리지?’권하윤은 하루 종일 그 생각에만 몰두하느라 앉은 자리에 꼬박 하루를 앉아 있었다.하지만 밤이 늦어서도 민도준은 돌아오지 않았다.시간은 새벽을 가리키고 있는데 민도준이 여전히 나타나지 않자 권하윤은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 연결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자 권하윤이 먼저 조심스럽게 물었다.“도준 씨?”“응.”남자의 나른한 목소리를 밤늦게 들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다.이에 권하윤은 스스로 몇 번이고 민도준에게 끌려가면 안 된다고 경고를 하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이렇게 늦었는데 왜 안 와요? 혹시 예쁜 여자 귀신한테 혼이라도 빼앗긴 건 아니죠?”“하.”나지막한 웃음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흘러나왔다.“그 머리통에는 대체 무슨 생각을 담고 있는 거야?”이윽고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게다가 여자 귀신은 양기를 마셔야 하는데 내 양기는 하윤 씨가 다 마셔버렸는데 귀신이 올 리가 있나?”따지고 들려던 게 오히려 놀림만 받아대자 권하윤은 부끄러운 듯 발끈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들을까 봐 부끄럽지도 않나 보죠?”권하윤은 그 말을 내뱉자마자 민도준이 또 야릇한 농담을 해댈까 봐 얼른 말머리
흥이 생겨난 민도준은 인내심이 부족한 듯 권하윤의 잠옷 단추를 이로 물어뜯어 버리고는 갓 목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권하윤의 목덜미를 잘근잘근 씹어댔다.“응, 말해.”“그러니까 그 민승현은 찾았어요……아…….”권하윤은 너무 큰 충격에 연신 민도준을 밀어냈다.“이러지 마요…… 이러면 제가 어떻게 말해요?”하지만 민도준은 동작을 멈추는 대신 낮게 웃어댔다.“내가 입을 막은 것도 아니고 왜 말 못 하는데?”권하윤은 화가 나 머리가 찌근거렸지만 감히 강경하게 맞서지는 못했다.평소에 정신이 또렷할 때도 사람을 죽일 듯 괴롭혀 댔는데 이미 흥분해 있는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으니까.때문에 권하윤은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불평을 토로했다.“이젠 내 말도 안 듣고…… 저 사랑하지 않죠!”민도준은 잔뜩 나른한 목소리로 불평하는 권하윤의 귀여운 모습에 은혜라도 베푸는 듯 고개를 들더니 권하윤의 흐트러진 옷을 닫으며 손목시계를 힐끗 확인했다.“2분 줄게.”“2분밖에 안 준다고요? 너무한 거 아니에요?”권하윤은 화가 나 민도준을 물어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민도준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시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더니 느긋하게 귀띔해 주었다.“1분 30초 남았어.”자꾸만 재촉하는 민도준 때문에 권하윤은 쓸데없는 말은 모두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민승현을 아직 찾지 못하면 내일 발표회에 갑자기 나타나 망치면 어쩌려고요?”이 말은 물론 직설적이었지만 대충 추리했다고 둘러댈 수 있었다.어쨌든 민용재가 가만히 넋 놓고 있을 성격이 아니기에 발표회를 망칠 방법을 생각해 낼 게 뻔했으니 이런 추측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말을 마친 권하윤은 살짝 술에 취해 한층 더 섹시해진 남자를 슬쩍 바라보며 술에 취했으니 평소보다는 예민하지 않을 거라고 제멋에 생각했다.물론 민도준의 표정에서 아무 것도 보아낼 수 없었지만. 그렇게 혼자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허리에 힘이 더해지는 바람에 권하윤은 중심을 잃고 민도준 쪽으로 넘어지고 말았다.하지만 불평할 겨를도 없
그날 밤 권하윤은 불안한 나머지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분명 몸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정신은 놓을 수 없었다.거의 밤새도록 비몽사몽한 상태였던 권하윤은 아침에 민도준이 조금 움직이자 바로 눈을 떠 그를 바라봤다.민도준은 등 뒤에서 고개를 쳐든 권하윤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어 그녀를 다시 자리에 눌렀다.“나 전화 좀 하고 올 테니까 더 자.”가뜩이나 흐리멍덩하던 머리가 아래로 툭 떨어지자 잠은 올 리 없었다. 권하윤은 민도준이 갑자기 번복이라도 하고 자기를 데려가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다.씻고 내려갔더니 아침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하지만 빵 쪼가리를 질껑질껑 씹어대기만 할 뿐 권하윤은 여전히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그런 상태는 차에 앉을 때까지 이어졌다가 성공적으로 발표회에 가게 되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이내 졸음이 쏟아졌다.이에 민도준이 운전하고 있을 때 권하윤은 새근새근 잠을 잤다.다행히 이번 발표회는 과학기술 관련된 거라서 화려하게 차려입을 필요도 없었다.차에서 내릴 때 권하윤은 민도준에게 끌려 내리다시피 했다.“그만 게으름 피워.”안 자면 모를까 조금 자고 나니 어젯밤 잠을 자지 않아 생긴 피로까지 몰려와 권하윤은 나른해진 몸으로 민도준의 손에 끌어내렸다.이윽고 민도준이 자기를 꾸짖자 오히려 화가 난 듯 중얼거렸다.“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어제 조금만 절제했어도 이러지 않았다고요.”그 말에 민도준은 미안함은커녕 오히려 피식 웃으며 놀려댔다.“내가 절제하지 않았다면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얼씨구, 아주 감사하네요.”“콜록콜록-”조용하던 호텔 주차장에서 갑자기 기침 소리가 몇 마디 들려와 확인해 봤더니 등 뒤에 박 대표와 박민주가 서 있었다. 심지어 옆에는 서류 가방을 든 직원들도 서 있었다.그제야 자기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인식한 권하윤은 어색한 듯 발을 배배 꼬았다.박 대표는 그나마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뭐든 겪어 봐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은 듯 민도준에게 인사까지 했다.하지만 옆에
내막을 꿰뚫어 본 권하윤은 박 대표를 동정의 눈길로 바라봤다.하지만 박 대표가 권하윤을 보는 눈에는 그저 싸늘함만 가득했다.그렇게 모두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 뒤 민도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애써 진지한 모습을 유지하려는 권하윤을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아직 두 시간이 남았으니까 휴게실에서 좀 자 둬.”권하윤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지만 뒤에서 자기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 그만 말하라는 듯 민도준의 손을 주물렀다. 하지만 민도준은 그 뜻을 오해한 듯 되물었다.“왜 주무르고 그래? 같이 자달라고?”물론 높은 말소리가 아니었지만 약 1평 정도 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듣지 못하기도 어려웠다.그제야 자기가 대답하지 않으면 민도준이 더 심하게 행동할 거라는 걸 알아차린 권하윤은 이를 악물며 낮게 대답했다.“아니요.”그 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사이 박 대표가 갑자기 직원들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오늘 참 웃긴 일이 있었는데 우리 집 가사도우미가 글쎄 자기도 여기 좀 구경와 보고 싶다는 거 있지.”그 말에서 숨은 뜻을 바로 캐치한 한 직원이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그러게 말이. 그래서 내가 그랬거든, 여긴 과학기술 변화를 목격하는 자리 인자라 수많은 업계의 선두 주자들이 참석하고 다양한 매체들이 참석하기에 관계없는 사람은 얼굴도 내밀면 안 된다고.”이윽고 박 대표는 권하윤을 힐끗거리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신분 차이가 나는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이런 자리에 참석했다가 주인 체면까지 깎아버리면 어쩌려고 그러는지.”“맞습니다.”직원은 박 대표의 말에 얼른 맞장구쳤다.비꼬는 말에는 권하윤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지만 모두 권하윤을 겨냥하는 거였다.하지만 박 대표가 이렇게까지 권하윤을 겨냥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민도준은 요즘 재벌가 여식들이라면 누구나 다 넘보는 남편감이다. 그건 민도준의 신분뿐만 아니라 현재 가장 선진적인 칩 기술 특허를 손에 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게
박민주의 말에 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그래. 그 말이 나왔으니 자세히 말해줄게. 애초에 내가 그 시뮬레이터를 구매한 건 확실히 이득을 보긴 했지.”민도준이 박씨 가문의 노력을 인정해 주자 박 대표 일행은 그제야 표정을 조금 풀었다.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민도준이 턱을 살짝 들면서 말머리를 돌렸다.“당신들이 나한테서 이득을 봤지 .”수간 박 대표는 할 말을 잃었다.이에 민도준이 장난기 섞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그런데 그건 알아둬야지. 당신들이 그걸 나한테 팔지 않으면 그 가격도 받을 수 없다는 거. 내가 그걸 사서 고철로 버려둘 건지 아니면 그 고철을 보물로 바꾸는지는 내 실력에 달린 거야. 그게 박씨 가문과 무슨 상관이지?”“그건…….”박민주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할 말을 잃었다.솔직히 박민주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 박씨 가문에서 손해를 봤는데 민도준은 왜 손해를 보면서까지 도와준 자기 가문을 무시하고 사실을 왜곡하는지.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마침 권하윤에게 눈길이 닿자 화가 더 활활 타올랐다.“도준 씨가 이렇게 무자비하게 말하는 게 다 아버지가 저 여자 말해서 그런 거잖아요! 그렇다면 그렇게 빙빙 둘러 말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민도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아하,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똑똑하네.”이윽고 새파랗게 질린 박 대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박 대표님 축하합니다. 이런 걸 뭐라 하더라?”“아하, 후대가 그 전 세대보다 발전한다고 하죠?”장난기 섞인 말투는 분위기를 다시 나락으로 떨어트렸다.권하윤은 심지어 박 대표의 호흡이 점차 가빠지는 데서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한참 뒤, 박 대표는 호흡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민 사장, 오늘 발표회는 우리 두 가문이 함께 주최한다고 이미 기사까지 났는데 갑자기 바뀌면 우리 두 가문에 모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거네. 다른 일은 먼저 내려두자고.”아까의 말을 듣고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건 박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