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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마

아이 달래듯 부드러워진 민도준의 말투에 권하윤은 순간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왜 이러는 거지? 설마 밖에 나갔다가 귀신이라도 씌었나?’

하지만 뭐가 됐든 권하윤은 민도준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아예 죽은 척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민도준이 권하윤을 잡고 마구 흔들어 댔다.

“정말 화났어?”

권하윤은 그제야 눈을 감은 채로 콧방귀를 뀌었다.

“제가 화나든 말든 이 방에서 나가지 못하는 건 변함 없잖아요. 어찌 됐든 아무 데도 갈 수 없으니까 저를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요.”

그 말투는 불쌍하기도 하고 화가 나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아마 권하윤 외에는 몇 안 될 거다.

민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눈을 감고 입을 삐죽거리는 권하윤을 빤히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날카로움도, 부드러움도 심지어는 민도준 본인조차 알 수 없는 심란함도 섞여 있었다.

민도준은 항상 뭐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뭘 숨겨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권하윤이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걸 본 순간 바로 화면을 덮어버렸다.

그 순간 민도준은 권하윤이 자기 곁에서 도망칠 수 있는 날개와 다리를 부러트리고 싶으면서도 권하윤이 아플까 봐 걱정되고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잃을까 봐 걱정되었다.

이렇듯 자꾸만 망설이는 건 민도준의 성격이 아닌데 말이다.

‘나도 점점 미쳐가나 보네.’

민도준은 잔뜩 불만이 묻어 있는 권하윤의 얼굴을 꽉 꼬집었다.

“눈 떠. 얼른, 할 얘기 있어.”

민도준의 차가워진 말투에 권하윤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민도준을 힐끗거렸다.

“왜요?”

“방에 갇혀 있기 싫어?”

그 말에 권하윤은 발끈했다.

“당연하죠! 저 산 사람인데 방에만 가둬두고 해볕 쪼임도 못하고 신선한 공기도 못 마시게 하면 이건 학대예요!”

권하윤이 화를 내는 모습에 민도준은 이내 권하윤을 품속으로 끌어들였다.

“됐어. 햇볕도 쬐고 싶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싶다 이거지?”

권하윤은 여전히 화가 났지만 민도준의 태도가 그나마 많이 누그러들자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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