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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누가 온 것 같아요?

지친 나머지 권하윤은 다시 몸을 뒤에 기댔다.

다리를 움직여 봤지만 교통사고가 났을 때 다쳤는지 움직일 때마다 뼈마디를 파고드는 것 같은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한번 생사를 경험하고 나서 그런지 권하윤은 오히려 냉정해졌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았을 때는 모든 걸 잃은 것 같았는데.

확실히 목숨이 없어지면 다른 건 아무것도 의미가 없게 된다.

그저 멍하니 기둥에 한참을 기대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을 때 모 위에 갑자기 옷 하나가 덮였다.

이윽고 손등이 이마의 온도를 체크했는데 그 따스한 촉감에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도준 씨…….”

부르고 나서 민도준의 체온은 이것과는 달리 조금 뜨겁다는 걸 인식한 권하윤은 무거운 눈꺼풀을 천천히 떴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공태준이 언제 깨어났는지 손등으로 권하윤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불렸으면서 당황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었다.

“몸에 열이 좀 남아 있어요.”

권하윤은 공태준의 손을 물리치고 입을 뻐금거렸지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이건 공태준을 마주하고도 처음으로 욕설을 퍼붓지 않은 거다.

권하윤은 공태준이 미웠다. 하지만 공태준은 생사의 고비에서 권하윤을 구해줬다.

때문에 한참 뒤 권하윤은 큰 숨을 들이키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

“구해줘서 고마워.”

공태준의 눈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 감사 인사하기엔 이르지 않아요? 우리 아직 완전히 구조된 건 아니잖아요.”

그 말에 권하윤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껏 공태준을 증오하는 데 더 익숙했던 지라 이 시각 둘 사이에 찾아온 평화에 권하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때.

“콜록콜록…….”

공태준이 고개를 돌려 답답한 듯 기침을 해댔다.

그래도 공태준의 은혜를 입었으니 예의상 몇 마디 물어봐야 했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는 원한이 남이 있어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공태준도 권하윤의 복잡한 심경을 간파했는지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이해해요. 제가 구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거. 하지만 이건 제가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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