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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3화 다리를 분질러

며칠간 민도준은 계속 권하윤의 구조작업을 진행하느라 결혼식 날의 일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날 모든 증거는 권하윤이 공태준에게 먼저 연락했다는 걸 설명해 주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껏 “전과”가 있다 보니 누가 됐든 권하윤이 결혼식에서 도망쳤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권희연의 말대로 권하윤은 물론 거짓말은 잘해도 마음만은 착해 누군가에게 폭탄을 던져주고 도망칠 사람이 아니다.

전에 로건이 권하윤을 도와 스틱스에 쳐들어가 권희연을 구하는 걸 도와줬을 때 로건이 벌을 받을까 봐 한동안 고분고분 민도준의 말을 듣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두 사람에게 모든 걸 던져버리고 도망치는 건 확실히 권하윤의 성격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핸드폰을 꺼내든 민도준은 얼른 전화번호를 눌렀다.

“은찬이를 블랙썬으로 데려와.”

옆에서 듣고 있던 최수인은 놀란 듯 고개를 돌렸다.

“너 설마 은찬이 의심하는 거야?”

민도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지하 주차장의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눈빛을 하고 있을 뿐.

하지만 명령을 받았던 똘마니는 끝내 은찬을 데려오지 못하고 은찬이 중도에 차에서 뛰어 내려 도망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보아하니 사건이 터진 걸 알고 나타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이 자식이!”

그 소식에 최수인은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날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은찬의 입에서 권하윤에 관한 소식을 들었다. 더욱이 쪽지까지 있으니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게 모두 함정이었다니. 참 고심해서 만들었다고 칭찬해야 할지.

그제야 최수인은 차창으로 밖에 서 있는 민도준을 힐끗 보더니 하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만약 권하윤이 도망을 치다 사고를 당했다면 자업자득이라고 욕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잡혀갔다면 이건 완전히 다르다.

민도준은 요 며칠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최수인은 민도준의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다.

이 껍질이 갈라지기만 하면 반드시 폭풍우가 몰아칠 게 뻔하다.

그래도 희망이 없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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