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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빚 받으러 오다

민씨 저택에 도착했는데도 권하윤은 여전히 눈을 가린 채 울부짖었다.

“어떡해, 너무 쪽팔려.”

민도준은 권하윤의 칭얼거리는 소리에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는지 눈살을 찌푸리며 권하윤의 손을 내렸다.

하지만 진짜로 눈시울을 붉힌 권하윤을 보는 순간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권하윤의 턱을 들어 올렸다.

“진짜 울었어?”

권하윤은 그저 살짝 답답한 것뿐이었는데 민도준이 이렇게 묻자 눈시울이 더 붉어졌다.

“도준 씨 외가 식구들이 제가 도준 씨 제수씨라고 마음에 안 들어 하는데 이제 이미지가 더 나빠졌잖아요.”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있던 민도준은 오히려 피식 웃었다.

“내 외가 식구들이 하윤 씨를 어떻게 보든 그게 뭔 상관이야?”

권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혀 물기 촉촉한 눈을 들어 민도준을 바라봤다. 그 순간 호박색 눈동자에 드리운 막연함과 서러움에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다른 사람한테 잘 보일 시간에 오늘 밤을 어떻게 버틸지나 생각해 보는 게 어때?”

권하윤의 얼굴을 잡고 있던 손은 아래로 쓱 내려와 권하윤의 가는 목덜미를 야릇하게 비벼댔다.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한 거 하윤 씨가 말했던 거 맞지?”

‘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순간 권하윤은 등골이 오싹해 났다.

하지만 권하윤이 잔뜩 긴장해서 오늘은 망했다고 울상을 지을 때 민도준의 전화가 울렸다.

두 마디 옆에서 엿들어 보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차에서 내린 권하윤은 민도준을 빤히 쳐다봤다.

“어디 가게요?”

“응.”

이상하게도 방금 전까지 민도준이 너무 자기를 몰아붙이기라도 할까 봐 무서웠는데 이제 가봐야 한다고 하니 오히려 아쉬워졌다.

“지금 가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 채 권하윤은 민도준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권하윤을 자기와 차 사이에 가운 채로 입을 열었다.

“왜? 아쉬워?”

권하윤은 그 자세 그대로 민도준의 허리를 꼭 끌어안으며 나지막하게 “네”라고 속삭였다.

그 순간 얼굴에는 남자의 손이 문지르는 촉감이 전해지더니 장난기 섞인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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