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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여자 친구를 사귀어?

권하윤의 닭살 돋는 말투에 민용재의 미간은 움푹 파이더니 권하윤을 보는 눈빛에 경멸이 한층 더 뒤덮였다.

그 눈빛은 권하윤을 권세에 아부하며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남자를 꼬시는 여자로 보는 게 틀림없었다.

순식간에 고요해진 공기에 권하윤은 잔뜩 긴장한 채 폐가 쪼그라들 정도로 숨을 참았다.

그렇게 한참이 흘러서야 전화 건너편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야? 아침부터 발정 났어?”

민도준의 말에 권하윤은 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여상스러운 말투에서 도대체 자기의 뜻을 알아들었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 때문에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느라 애를 썼다.

“보고 싶어서 그랬죠. 여보는 나 안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지. 당장 덮쳐버리고 싶을 만큼.”

“…….”

민도준의 노골적인 말에 권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가장 말문이 막힌 건 아마 옆에서 두 사람의 닭살 돋는 멘트를 듣고 있던 민용재일 거다. 심지어 원래도 싸늘한 눈빛이 한층 더 차가워진 채 권하윤에게 본론으로 들어가라는 사인을 보냈다.

그제야 권하윤은 숨을 들이켜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금 밖이에요? 뭐 해요?”

살짝 올라간 끝 음은 권하윤의 심장마저 목 끝까지 들어 올렸다.

“박씨 일가를 방문하려던 참이야.”

너무 진지한 대답에 권하윤은 순간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하지만 눈을 들어 민용재를 관찰하니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박씨 일가는 경성 재벌가 중 하나인데 크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은 가문이다. 그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집 사람들이 원체 소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전에 박씨 일가 막내딸이 민도준을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끝내 인연이 닿지 않아 해외로 유학하러 갔다는 소문도 돈 적이 있다.

‘설마 민도준이 박씨네 막내랑 결혼하려는 건가?’

민용재는 순간 경각심이 생겨났다.

한편 권하윤은 민용재가 더 이상 지령을 내리지 않자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알았어요. 그러면 일 봐요. 끊을게요.”

전화를 끊자 권하윤은 온통 민도준에게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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