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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내가 누구를 봤는지 알아?

“어때? 괜찮은 거야?”

권하윤은 핸드폰을 귀에 꼭 붙인 채 잔뜩 긴장한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편, 권하윤이 자기가 의식을 잃은 모습을 봤을 거라는 걸 꿈에도 모르는 성은우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여상스러운 목소리를 냈다.

“괜찮아, 그냥 조금 다친 것뿐이야.”

하지만 권하윤은 그게 모두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심지어 자기가 걱정할까 봐 지금쯤 눈살을 찌푸린 채 고통을 참는 성은우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런 성은우의 모습을 상상하니 권하윤은 목이 점차 메어왔고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수많은 말은 그저 한 마디로 종합되어 튀어나왔다.

“미안해.”

권하윤이 성은우에게 사과한 걸 합치면 벌써 수천번 쯤은 될 거다. 물론 그게 성은우에게 아무런 도움도 위로도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권하윤은 그 말을 되뇔 수밖에 없었다.

그건 성은우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미안하기 때문에 내뱉는 말이었다.

“윤아, 네 탓 아니라니까.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너도 피해자잖아. 그 누구의 운명도 짊어질 필요 없어. 네 삶을 살아.”

성은우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권하윤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상황이 슬프기보다는 성은우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였다.

권하윤은 성은우가 자기를 미워하고 탓할지언정 이토록 아무 말 없이 계속 뒤에서 희생하는 걸 원치 않았다.

“미안해. 다 내 탓이야. 미안해…….”

수없이 반복하는 한마디와 울음 섞인 목소리는 허리를 굽힌 채 엿듣고 있는 남자의 귀에 고스란히 들어갔다.

권하윤의 목소리에 깃든 감정을 읽어낸 최수인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거 너무 자극적인 거 아니야?’

소유욕이 하늘을 찌르는 민도준이 자기의 여자가 다른 남자와 밀회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상황을 생각하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씁!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네.’

하지만 이렇게 재밌는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윽고 최수인은 잔뜩 흥분한 듯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도준! 내가 방금 누구를 봤는지 알아? 너 아마 생각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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