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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대신 시험해 보다

컴퓨터 화면 오른쪽 하단의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갔지만 마우스를 쥔 손은 여전히 화면에 뜬 USB 아이콘을 누르지 못한 채 원을 그렸다.

그러다가 끝내 용기를 낸 듯 누르려던 찰나, 맞은편에서 일부러 한껏 내리 깐듯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쁜이, 혼자 왔어? 오빠랑 같이 놀래?”

고개를 들어 보니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한 듯한 남자가 테이블을 짚은 채 비스듬히 서서 한동안 다듬지 않은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아니요.”

딱 자르는 거절에 당연히 나가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남자는 오히려 넉살 좋게 권하윤의 옆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권하윤 쪽으로 쑥 내밀었다.

“예쁜이, 뭐해?”

버터 칠을 한층 한 듯한 말투에 도통 적응이 되지 않아 권하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 예쁜이, 어디 가?”

남자의 방해에 권하윤은 USB를 확인하려던 마음이 온데간데없어졌다.

‘역시 이런 건 사적인 공간에서 봐야겠네.’

밖에서 시간을 오래 지체한 탓에 어느새 공태준과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권하윤은 택시를 잡아 공태준이 말한 바로 향했다.

당연히 밀폐된 룸으로 예약이 되어 있는 줄 알았지만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권하윤의 생각과 달리 모두 부스로 되어 있었다.

물론 매 테이블마다 펜스로 가려지기는 했지만 가까이만 걸어가면 안에 누가 앉아 있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권하윤은 잔뜩 경계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왜 이런 곳으로 예약했어?”

공태준은 테이블에 놓인 도수 낮은 칵테일 한잔을 권하윤 앞으로 밀며 입을 열었다.

“하윤 씨가 나 경계하는 거 알아요.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아 할 것 같아서 더 편하게 있으라고 그랬어요.”

권하윤은 왠지 모르게 공태준의 모든 행동이 의심스럽다고 느껴졌기에 그가 건넨 칵테일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물론 희미한 불빛 덕에 조금은 안전감이 생겼지만 이곳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은우랑 통화하게 해준다고 했잖아. 지금 하게 해 줘.”

“알겠어요. 그런데 은우의 마취가 아직 풀리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 먹으면서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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