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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민승현을 대신하다

민도준은 피식 웃었다.

“할아버지 어떻게 이러실 수 있어요? 제수씨가 인사를 드리는데 왜 욕을 하고 그러세요? 노망나신 것도 아니고.”

“민도준! 너…… 콜록콜록…….”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민시영은 몸을 반쯤 웅크리고 앉아 민상철의 등을 두드렸다.

한편, 권하윤이 멀뚱멀뚱 서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을 때, 민도준이 손을 흔들었다.

“이리 와.”

권하윤이 움직이기도 전에 민상철은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민도준의 곁에 다가가는 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권하윤은 민도준의 말을 거역하고 싶지 않았기에 무거운 눈을 딱 감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민도준은 사람들 앞이라는 걸 개의치 않는 듯 권하윤을 품속으로 끌어들였다.

“우리 소리에 깬 거야?”

권하윤은 등을 꼿꼿이 세운 채 뻔뻔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어젯밤 늦게 잠들었으면서 더 자지 않고 뭐 하러 벌써 깨났어?”

다들 성인이었기에 이 이상야릇한 한마디에 담긴 뜻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적이 없는 권하윤은 억울한 나머지 당장이라도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말 한마디에 민상철의 눈빛은 한층 어두워졌다. 심지어 옆에 있던 민용재마저 뭔가를 알아내려는 듯한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왔다.

순간 권하윤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두려워서라기보다는 민도준의 안위가 걱정되어서였다. 민용재가 민도준을 보러 다급히 찾아온 건 절대 민도준을 관심해서가 아닐 테니까.

‘설마, 도준 씨가 며칠 만에 회복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 확인하러 온 건가?’

그제야 권하윤은 민도준이 사람들 앞에서 이상야릇한 말을 한 게 자기를 놀리려는 목적뿐만 아니라 민용재에게 연막탄 작전을 펼치려는 것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생각을 정리하고 난 권하윤은 고개를 숙인 채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도준 씨도 어젯밤 늦게 잤으면서 오늘 빨리 깨났잖아요.”

그 한마디에 겨우 숨을 돌린 민상철은 또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

한편 눈썹을 치켜올린 민도준의 눈꼬리에서 미소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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