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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고백

민도준의 눈빛에 드리운 잔인함에 권하윤은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커다란 손이 어깨를 더 힘껏 움켜쥐는 바람에 권하윤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에 권하윤은 민도준을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손을 조심스럽게 그의 어깨 위에 얹었다.

“저 정말 잘못했어요. 진짜예요. 저 용서해 주면 안 돼요?”

“그래서?”

기분을 알 수 없는 한 마디에 권하윤은 일 순 멍해졌다.

“그래서라니요?”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안 떠나고 계속 나랑 자려고? 아니면 죄책감이 가라앉으면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쌩 도망쳐 버리려고?”

“저는…….”

민도준의 허를 찌르는 물음에 권하윤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이런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그저 민도준이 무사하게 다시 원래의 자리를 차지하면 그때…….

권하윤의 막연함이 민도준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역시.’

씁쓸한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스스로도 생각 안 해봤나 보네.”

권하윤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민도준은 권하윤에게 뜸 들일 기회도 주지 않고 손을 놓더니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면 지금 생각해. 갈지 말지. 지금 가면 경성을 떠날 기회를 줄게. 앞으로 다시 돌아오지도 말고.”

“하지만 안 간다면 이제 기회는 없어. 도망치려는 게 나한테 걸리면 어떤 결과일지 하윤 씨도 잘 알 테니까.”

희뿌연 연기가 민도준을 희미하게 감쌌다.

“선택해.”

연이은 몇 마디는 권하윤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었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억지로 굴리면서 두 가지 선택에 대한 결과를 생각해야 했다.

만약 지금 떠난다면 민도준을 포기한다는 뜻이니 앞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간다고 정말 안전할 수 있을까? 공태준이 내가 사라졌다고 도준 씨한테 모든 사실을 말해버리면 어떡하지?’

민도준이 이렇게 쉽게 권하윤을 풀어준다는 건 그만큼 쉽게 다시 찾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복수를 하려면 얼마든지 다시 찾아 권하윤의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

하지만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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