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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기력을 보충하다

권하윤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테이블 위에 놓인 음식을 보자 그제야 생각났는지 얼른 입을 열었다.

“도준 씨가 걱정돼서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을 좀 사 왔어요.”

자기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권하윤은 보온 박스를 열더니 그릇을 까내 뜨끈뜨끈한 국을 작은 그릇에 덜어냈다.

“도준 씨 한번 드셔…….”

하지만 안에 든 내용물을 보는 순간 말이 뚝 끊겼다.

민도준은 그릇 안에 담긴 소꼬리를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기력을 보충한다는 게 이쪽을 말하는 거였어?”

권하윤도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넋이 나간 채 앉아 있었다.

사장님이 뭘 원하냐고 물을 때 기력을 보충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때려 박아서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게 화근이었을까?

‘내가 말한 기력은 몸 전체를 말하는 것이지 이쪽을 가리킨 게 아닌데…….’

권하윤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깊은 심정이었다.

‘뭐, 반찬은 그래도 괜찮겠지?’

애써 침착하며 음식을 담은 그릇을 열어보는 순간 눈앞에 거뭇거뭇한 해산물들이 보였다.

민도준은 그중에서 가장 큰 굴을 하나 집어 들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음, 확실히 내 몸 걱정하는 걸 느꼈어.”

젓가락을 내려놓는 동시에 굴을 다시 그릇에 담으며 민도준은 티슈를 꺼내 손을 닦았다.

“걱정하지 마. 내가 다친 곳은 신장 쪽과 머니까.”

권하윤의 얼굴은 순간 잿빛이 되었다. 조금 아부하려고 했더니 오히려 은근히 암시를 한셈이니.

더 이상 민도준의 얼굴을 볼 수 없어 권하윤은 끝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먼저 가볼게요.”

작은 걸음으로 눈치를 보며 물러나는 권하윤을 보니 며칠 사이에 살이 쭉 빠진 것만 같았다. 호박색 눈동자는 곁눈질하며 눈치를 살필 때마다 반짝거리며 “나 좀 잡아줘요”라는 암시를 노골적으로 해댔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는 민도준의 모습에 권하윤은 끝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

심지어 작은 머리 위에 먹구름이라도 낀 것처럼 우중충해 보였다.

그러다가 권하윤의 손이 문고리를 잡으려는 순간 등 뒤에서 두 글자가 들려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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