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54화

작가: 강캔디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3-10-04 18:00:00
민도준의 이름을 듣자 한민혁의 표정은 잠시 침울해졌지만 이내 억지 미소를 지었다.

“에이, 도준 형 소식이랄 게 있나요? 뭐, 도준 형이 제 꿈에 나와 말이라도 전하면 제가 맨 먼저 하윤 씨한테 알려줄게요.”

권하윤은 그 말에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솔직히 본인도 자기의 행동들이 우습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헛된 희망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정말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한민혁의 얼굴에 드리운 걱정이 눈에 보였는지 권하윤은 심호흡을 하더니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오늘 저 불러낸 거 보면 무슨 일 있어요?”

“네.”

한민혁은 잠깐 고민하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

“사실 경찰서에서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먼저 입건해 범인부터 조사하고 나중에 도준 형인 게 밝혀지면 사망 통지서를 발부하기로 했어요. 그 덕에 민씨 가문 식구들도 당분간은 얌전해질 거예요.”

‘이 일이었구나.’

“네.”

기대로 부풀었던 가슴은 실망감에 김빠지듯 낮은 소리를 내뱉었다.

그때, 한민혁이 권하윤의 안색을 한참 동안 살피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궁 가주가 나섰다던데, 혹시 하윤 씨와 관련 있어요?”

“제가 도움 요청했어요.”

권하윤의 덤덤한 대답에 한민혁의 표정은 살짝 어두워지더니 뭐라 말하려는 듯 입을 뻐금거리다 다시 다물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끝내 참지 못했는지 입을 열었다.

“저기, 권하윤 씨가 도준 형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공 가주랑은 어…….”

“저도 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

권하윤은 흐릿한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전 그저 이곳을 지켜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권하윤이 고집을 부리자 한민혁도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심지어 권하윤이 떠난 지 한참이 지나서까지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를 지키기보다는 도준 형을 위해 정조를 지켜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골치 아픈 나머지 뒤통수를 긁적이고 있던 그때, 갑자기 울린 전화에 문자를 확인한 한민혁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로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455화 만나줄까?

    어제, 성은우는 민도준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권하윤과 한 약속 때문에 블랙썬에 가서 상황을 염탐했다.그렇게 관찰한 지 이틀째, 여전히 아무 행동이 없는 한민혁과 로건을 보고 결국 포기해야 할까 생각하려던 찰나, 두 사람은 갑자기 어디론가 떠났다. 그것도 불과 몇 분 전에.줄곧 블랙썬을 지키고 있던 두 사람이 갑자기 본거지를 버려두고 어디로 간다는 건 아주 이상한 징조였다.때문에 성은우는 오랫동안 킬러로 살아오던 감을 이용해 두 사람의 뒤를 밟았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대외적으로 개방되지 않은 웬 개인 소유의 병원이었다.수많은 세력이 호시탐탐 블랙썬을 노리고 있는 시점에 한민혁더러 블랙썬을 버리고 어디론가 달려가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뿐이다.바로 민도준.“병원?”병원이라는 두 글자에 겨우 안심했던 권하윤은 다시 불안해졌다.“도준 씨가 다쳤어? 그날 폭발이 그렇게나 심했는데 당연히 다쳤겠지. 설마 생명이 위험한 건 아니야? 어디 다쳤대?”권하윤은 마치 자기가 원하지 않는 답이 들려오기라도 할까 봐 연속적으로 질문을 해댔다.“윤아, 우선 진정해. 이 병원은 비밀리에 운영되는 곳 같아. 사방에 사람들이 경계하고 있어서 아직 들어갈 수가 없어. 게다가 안쪽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섣불리 들어가는 것도 위험해.”성은우의 말이 맞았다.민도준이 살아있는데도 계속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는 게 틀림없었다.‘게다가 도준 씨가 나 만나려 하지 않을지도 몰라.’권하윤의 기분이 갑자기 가라앉은 게 느껴졌는지 성은우는 얼른 입을 열었다.“만약 민 사장이 정말 살아 있다면 한민혁을 한번 찾아가 봐. 한민혁더러 민 사장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해.”“한민혁 씨는…….”권하윤은 생각할수록 맥이 빠졌다.한민혁이 만약 민도준이 어디 있는지 알면서 지금껏 말하지 않았다는 건 권하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는 뜻일 테니까. ‘그런데 나한테 쉽게 알려줄까?’이미 마음속으로 결론이라도 얻은 듯 권하윤은 스스로 자책했다.“알려주

    최신 업데이트 : 2023-10-05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456화 공태준 찾아갔지?

    한민혁이 핸드폰을 들고 병실로 돌아왔을 때 눈동자는 불안한 듯 데굴데굴 굴렀다. 그리고 그 시각, 병상에 있는 남자는 환자복을 입었는데도 날 때부터 타고난 듯한 강압적인 분위기를 숨길 수 없었다.남자는 중상을 입었다 이제 막 회복한 느낌보다는 오히려 임시 잠들었다가 꿈자리가 사나워 불쾌해하는 듯한 모양새였다.삐딱하게 병상에 기대 다리를 꼰 채 앉아 있던 남자는 눈을 들어 한민혁을 힐끗 바라봤다.“할 말 있으면 해.”“어, 권하윤 씨가 블랙썬에 물건을 놓고 갔대.”한민혁은 민도준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폈다.“요즘 두 번 정도 만났었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던데, 형도 이미 깨어났으니 알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그래.”민도준은 느릿하게 대답하면서 턱을 들어 창문을 가리켰다.“저기로 먼저 뛰어내려서 꿈으로 말이라도 전해 줘.”“하하. 그 점쟁이가 그러는데 난 고 층건물에서 뛰어내리면 안 된대. 못 들은 거로 해.”물론 민도준이 듣기 귀찮아한다는 걸 알았지만 권하윤이 공태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알릴 필요가 있었기에 한민혁은 눈을 딱 감고 입을 열었다.어찌 됐든 형님이 병상에서 일어났을 때 권하윤을 홀라당 남한테 뺏기 가라도 하면 안 되니까.“그리고 형이 사고 나기 바쁘게 형네 집안 식구들이 한동안 난리도 아니었어. 권하윤 씨가 도움을 많이 줘서 그나마 잠잠해졌지만.”“하.”민도준은 나지막하게 웃었다.“공태준 찾아갔지?”“응…….”한민혁은 기가 죽은 목소리로 낮게 대답하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그래도 이건 다 형을 생각해서 그런 걸 거야.”민도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에 담배를 물었다.하지만 라이터를 켜려는 순간, 병실 문이 밖에서 열리더니 웬 여인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그 여인은 훤칠한 키와 글래머러스한 몸매, 그리고 화려한 용모를 지녔지만 차가운 눈동자 때문에 도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도시락을 들고 들어온 화영의 모습에 한민혁은 얼른 앞으로 다가가 도시락을 받아 들었다.“이리 줘요.”자연스럽

    최신 업데이트 : 2023-10-05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457화 죽느니 사느니 하다

    리조트.젓가락으로 밥알을 한참 동안 헤집던 권하윤은 밥알 한 톨도 입에 넣지 않았다.“입에 안 맞아요?”그러던 그때 나지막한 목소리가 생각을 끊어 마지못해 고개를 들자 마침 맞은 쪽에 앉은 공태준과 눈이 마주쳤다.공태준의 요구에 반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게 벌써 며칠째다.오늘 함께 한 저녁 식사도 사실 그 약속 때문에 이루어 진 거나 다름없다.권하윤은 얼른 생각을 뒤로한 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내 입 맛이 없는 것뿐이야.”공태준은 얼른 소매를 걷어붙이고 손수 권하윤에게 국 한 그릇을 떠주었다.“오늘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국이라도 마셔요.”국을 그릇에 담은 공태준은 그걸 바로 권하윤에게 건네는 대신 위에 뜬 기름을 세심하게 건져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요즘 먹었던 국이 언제나 맑고 뽀얗던 게 생각났다.일련의 동작을 끝마친 공태준은 메이드를 시켜 국을 권하윤에게 가져가게 하고는 냅킨으로 손을 닦았다.“민씨 집안 일은 제가 이미 처리했으니 이제 안심해요.”숟가락으로 국을 휘저으며 권하윤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고마워.”“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하윤 씨가 내 곁에 있겠다고 했으니 오히려 내가 고맙지.”권하윤은 마음이 답답해서 공태준의 시선을 피하려고 얼른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공태준은 권하윤이 국을 마시는 걸 보자 눈매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내일 저녁 따로 계획한 일 있어요?”국을 마시던 권하윤의 손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동작을 이어갔다.“내일 블랙썬에 다녀오려고.”공태준은 아무런 감정 변화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러면 남기더러 바라대 주라고 할게요. 내일 저녁 파티가 있는데 저랑 같이 참석할 수 있어요?”“정말 내가 같이 가길 원한다고?”권하윤은 눈을 들어 한참 동안 피하던 공태준의 눈을 바라봤다.물론 그날 결혼식이 절반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권하윤과 민승현이 약혼을 한 사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공태준이 권하윤을 데리고 공식 석상에 참석한다면

    최신 업데이트 : 2023-10-05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458화 이제 자유야

    “네?”한민혁은 순간 온몸이 찌릿 저렸다. 불안함에 눈은 데굴데굴 굴렀고 속으로는 민도준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당장이라도 말해야 하나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하지만 한참을 자기의 의지와 싸우고 있던 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가 한민혁의 생각을 끊었다.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 권하윤은 문 앞에 나타난 화영을 보자 몇 초간 멍해졌다.그러다 이내 예전에 조 사장이 운영하는 홍옥정에서 눈앞의 여자를 본 적이 있다는 게 떠올랐다.‘아, 그때 우리가 홍옥정에서 탈출하는 걸 도와줬던 여자네.’심지어 민도준이 전에 화영이 바로 조 사장의 정부라고 알려준 적이 있었다.화영은 권하윤이 자기를 알아보자 이내 한민혁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나 권하윤 씨랑 할 얘기가 있는데 잠깐 자리 비켜줄래요?”‘도준 형이 뭘 부탁했나 보네.’화영을 보자 한민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나가 있을 테니 얘기 나눠요.”한민혁이 나가고 나자 방 안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한참 동안 이어지는 침묵 끝에, 화영은 권하윤의 경계를 눈치챘는지 먼저 입을 열었다.“민 사장님이 보내서 온 거예요.”민도준의 이름을 듣자 권하윤은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이 바로 캐물었다.“도준 씨는 어때요? 지금 위험한가요? 무사…… 한가요?”마지막 몇 글자를 내뱉는 순간 권하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그때 화영의 느릿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걱정할 거 없어요. 고비는 넘겨 이미 깨어났으니.”화영은 그날의 상황을 대충 설명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라지만 권하윤은 위험한 당시 상황을 직접 귀로 듣고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민도준이 몇 초만 늦게 눈치챘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힌 권하윤은 눈물을 쓱쓱 닦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오늘 저 찾아온 건 이 얘기 하러 온 거 아니죠?”“네.”화영은 권하윤을 빤히 바라봤다.“하윤 씨, 혹시 경성 떠나고 싶어요?”“경성을 떠나고 싶냐

    최신 업데이트 : 2023-10-05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459화 없어진 게 뭔 대수라고

    엘리베이터에 오른 권하윤은 이따금 자신의 옷매무새를 정리했다가 머리를 매만지기를 반복했다.솔직히 이런 동작으로나마 긴장을 풀어보려고 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민도준이 있는 층에 도착한 순간, 권하윤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었다.심지어 화영이 두 번 정도 부르고 나서야 권하윤은 정신을 차렸다.“제가 먼저 들어가 민 사장님께 말씀드릴 건데, 혹시 전해줬으면 하는 말이 있나요?”이 말로 민도준이 만나줄지 만나주지 않을지 결론 날 수 있기에 권하윤은 뭐라도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은 입 속에서 맴돌 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이윽고 잔뜩 흥분한 얼굴이 점점 진정을 되찾으며 고개를 저었다.그 때문에 화영이 대신 전하게 될 말은 그저 침묵뿐이었다.복도에 선 권하윤은 화영이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난 방문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문짝은 매우 얇아 보였지만 하필이면 권하윤의 시선을 완벽하게 차단했다.그렇게 복도에서 기다리는 동안 권하윤은 문이 열릴까 봐 긴장되는 한편 이대로 열리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몇 세기가 흐른 것 같은 몇 분의 기다림 속에서 권하윤의 심장은 점점 타들어 갔다.그러다가 결국 복도에서 맴도는 무거운 공기에 짓눌려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던 그때, 화영이 끝내 밖으로 걸어 나왔다.하지만 권하윤의 긴장 가득한 눈을 보자 화영은 끝내 고개를 저었다.마지막 희망이 사라지는 순간, 애써 곧게 펴고 있던 등줄기에 힘이 쭉 빠지면서 권하윤은 벽을 짚었다.“하윤 씨, 괜찮아요?”권하윤은 애써 미소를 지어냈다.“괜찮아요. 애써 줘서 고마워요.”그 모습을 보고 있던 화영의 눈에서 약간의 안타까움이 흘러나왔다.“민 사장님은 원체 변덕스러우니 며칠 후면…….”“아니에요.”권하윤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고개를 들었다.“아까…… 제가 떠나는 걸 도와줄 수 있다고 했죠?”화영은 권하윤의 태도 변화에 놀란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러면 오늘 밤은 괜찮나요?”-“갔

    최신 업데이트 : 2023-10-05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460화 공 가주를 뒷배로 삼았군

    한편, 권하윤은 화영이 준비해 준 차를 타고 다시 블랙썬으로 돌아갔다.다행히 블랙썬을 떠난 시간이 길지 않았기에 이남기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하지만 방금 전 그런 일을 겪고 난 뒤라 그런지 권하윤은 더 이상 블랙썬에 남아 있을 수 없었다.심지어 리조트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민도준의 별장으로 향했다.이번에 권하윤은 예전에 정원을 가꾸던 도구를 꺼내 들고 삐죽삐죽 자라난 나뭇가지를 치기 시작했다.그렇게 이것저것 일을 찾아 하면서 한편으로 성은우가 오기를 기다렸다.이왕 떠나기로 했으니, 이번에는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고 싶지 않았다.해가 천천히 질 때쯤 권하윤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하지만 그제야 자기가 오전에 보낸 문자를 성은우가 아직 읽지도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눈살이 저도 몰래 구겨지며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하지만 핸드폰을 쥔 채로 멍을 때리고 있던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이남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권하윤 씨, 시간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이제 출발하셔야 합니다.”“알겠어요.”문을 닫기 전 권하윤은 문 앞에 서서 아무도 없는 정원을 빤히 바라봤다.지난날의 기억이 한 장면씩 눈앞을 스쳐지났지만 점점 퍼지는 저녁노을과 함께 사라졌다.‘됐어. 이 모든 건 원래부터 내 것이 아니었어.’솔직히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것도 어찌보면 나쁘지는 않았다.끝내 눈을 천천히 감으며 권하윤은 모든 기억을 고이 접어 묻어버렸다.중도에 이남기는 공태준을 데리러 갔다.하지만 차 문이 옆에서 여닫히는데도 권하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공태준도 습관이 되었는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파티에 준비된 음식이 하윤 씨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어 셰프한테 야식을 준비해 두라고 미리 일러뒀으니 나중에 가져다줄게요.”이따가 권하윤은 공태준을 따라가지 않을 거기에 당연히 그 야식은 먹을 수 없었다.하지만 의심을 피하고자 권하윤은 건성으로 대답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홍

    최신 업데이트 : 2023-10-06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461화 의뭉스러운 가주

    조 사장이 일부러 자기를 난처하게 하려고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오늘의 목적은 떠나는 것이기에 권하윤은 결국 참기로 결심했다.하지만 손을 뻗어 술잔을 잡으려 하는 순간, 공태준의 퉁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윤 씨는 오늘 불편해서 술 마실 수가 없어요.”“쾅.”조 사장이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대리석 테이블 위에 탕 내리쳤다.“축하해 주러 왔다면서 술도 안 마시려 한다니 너무 제 체면을 안 세워주는 거 아닙니까?”트집을 잡고 있는 조 사장의 말투에도 공태준의 표정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당연히 아니죠. 하지만 저희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말을 마친 뒤 공태준은 고개를 돌려 등 뒤에 서 있는 이남기를 바라봤다.그러자 이남기가 이내 서류 봉투를 가져왔다.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서류를 받아 열어보던 조사장의 눈은 순간 휘둥레졌다.‘뭔데 저러지?’안에 든 물건이 뭔지 알 수 없기에 권하윤은 온갖 생각이 들었다.그러던 그때, 조 사장이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얼굴 근육이 경련하면서 옆에 있던 화영을 홱 노려봤다.“화영! 잠깐 나와 봐!”두 사람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저 안에 든 게 뭐예요?”아직 꺼지지 않은 노래방 기계에서 요란한게 울리는 노랫소리에 공태준은 고개를 돌리더니 권하윤 곁으로 한껏 다가왔다.“화영이 배신한 증거요.”권하윤은 놀란 나머지 고개를 홱 돌렸다. 두 사람의 거리가 이토록 가까워진 건 처음이다.너무 가깝다 못해 공태준의 부드러운 얼굴에 가려져 일렁이고 있는 무언가가 보이는 것만 같았다.그리고 순간, 화영이 자기를 도와 여기를 떠나려 한다는 걸 알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권하윤은 그 생각을 곧바로 부인했다.화영이 권하윤을 도와 떠나려 한 건 오늘 일인데, 이 증거들을 모은 건 하루 사이에 할 수 있는 게 아닐 테니까.‘그렇다면 화영 씨가 도준 씨 사람이라는 걸 안다는 뜻인데.’그러면 지금 공태준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단 하나일 거다. 그건 바로…….

    최신 업데이트 : 2023-10-06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462화 몰살

    화영은 손을 들어 반쪽 얼굴을 가리고 있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더니 지금껏 숨겨왔던 원망의 눈빛을 드러냈다.“이유를 알고 싶어? 혹시 그 사람 기억해?”화영이 뱉어낸 낯선 이름에 조 사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더욱이 자기가 그 남자를 얼마나 잔인하게 죽였었던지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조 사장의 그런 반응에 화영은 울화가 치밀었다.한 글자 한 글자 뱉어내는 말은 마치 목구멍을 찢고 나온 것처럼 피빛이 서려 있었다.“경찰이었어. 당신이 그 사람 앞에서 그 사람의 가족을 죽이고 나이 어린 여동생까지 놓아주지 않았잖아. 칼로 그 사람을 찌르고 개 우리에 던져 뜬눈으로 자기 살점이 뜯겨나가는 걸 지켜보게 했잖아.”조 사장은 애써 옛 기억을 더듬다가 막연한 장면을 점차 떠올렸다.그건 이미 몇 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때의 조 사장은 경성 전체를 휘어잡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웬 놈이 조직에 숨어들어 증거를 수집하다가 마침 기분이 언짢았던 조 사장에게 발각됐고, 조 사장은 그 사람으로 화풀이했었다.조 사장이 점차 기억을 떠올린 듯하자 화영은 한 글자 한 글자 어렵사리 토해냈다.“그 사람이 내 약혼남이었어.”그날, 화영은 뜬 눈으로 그 잔인한 장면을 모두 지켜봤다.자기를 위해 각종 쿠키를 만들어 주시던 어머님의 손가락이 하나둘 부러지는 모습.자기를 보면 항상 자애로운 미소로 반겨주던 아버지의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가는 모습.심지어 앳된 목소리로 언제면 자기 오빠한테 시집오냐며 쫑알거리던 여동생마저 점차 화영 앞에서 생기를 잃어갔다.그리고 가장 사랑하던 사람이 화영에게 남겨준 건 오직 피범벅이 된 옷감 몇 조각뿐이었다.분명 전날까지만 해도 자기가 일등공을 세우면 알사탕만 한 다이아 반지를 사주겠다고 하던 사람이었는데.훈장은 남겼지만 사람은 사라졌다.몇 번의 자살 시도를 해봤지만 동료들이 번번이 구해줘 죽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그리고 그날, 화영은 다시 태어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그 가족을 죽인 사람

    최신 업데이트 : 2023-10-06

최신 챕터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4화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어요

    연말이 되자, 하윤은 사람들 다 같이 경성에서 새해를 맞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경성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진가연과 한성운도 그러고 싶어 했다.남은 사람은 양현숙이었다.하윤은 원래 양현숙을 데리고 경성에 오려고 했는데, 양현숙이 해성시의 집을 떠나기 싫어했다. 양현숙은 집을 지켜야 한다면서 오래 집을 비우면 너무 처량한 느낌이 난다고 했다.하윤은 양현숙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집뿐만이 아니라 이성호와의 추억이다.그래서 하윤은 그렇게 요구하지 않고 도윤을 데리고 자주 보러 갔다.이번에 하윤의 요청에 양현숙이 기분 좋게 동의하면서 31일에 같이 새해를 맞이하기로 했다.하윤은 손님 맞을 준비를 했고 곧 새해가 다가왔다. 양현숙이 하윤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금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하윤에게 물었다.“하윤아, 네 오빠 귀국한다는데, 만나볼래? 싫으면 너희 방해하지 말라고 할게.”그때 병원에서 기분 나쁘게 헤어진 뒤로 만난 적이 없었다.승우는 도윤의 나이를 잘 기억하고 있어 가끔 나이에 맞는 장난감을 보내주었다.이렇게 여러 해 지나고 하윤은 전의 일을 마음에 담아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너무 오랫동안 연락을 안 한 것에 대해 조금 자책했다. 양현숙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하윤은 양현숙이 중간에서 힘들까 봐 가볍게 말했다.“오빠 돌아왔으면 같이 오세요. 우리 한 가족 되게 오래 같이 못 만났잖아요?”양현숙은 기뻐서 대답했다.“알았어, 그렇게 오빠한테 전달할게.”...통화를 마친 하윤은 이 일을 도준에게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승우가 하윤의 오빠지만, 하윤이 이 이년 사이에 아무 이성과 접촉하지 않았다. 심지어 수컷 모기까지 도준은 하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도준은 승우를 항상 경계해 왔다.도준이 동의하지 않을까 봐 그날 저녁 도준이 돌아왔을 때, 하윤은 120%로 잘 보이려고 했다.하윤은 발꿈치를 들고 도준의 외투를 벗겨주었다.“여보 왔어요? 어땠어요? 오늘 일은 힘들지 않았어요?”도준이 하윤을 힐끔 쳐다보고 소파에 앉아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3화 당신은 참 좋은 엄마인 거 같아

    하윤은 요즘 아들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았다.도윤은 다른 애들과 달리 장난감으로 놀기 좋아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하는 일이 책을 보는 일이었다.가끔 하윤은 도윤이 너무 오래 앉아 있어 힘들까 봐 텔레비전 앞에 데려와서 애니메이션을 틀어줬다.그러나 하윤이 할 일을 하고 돌아오니, 도윤이 뉴스 채널을 돌려서 재밌게 보고 있었다.소파 위에 있는 작은 아들을 보고 하윤은 걱정이 앞섰다.‘설마 내가 너무 연습에 몰두해서 아들을 소홀히 했나? 그래서 아들이 상처를 받아서 저런가? 안 돼! 도윤에게 완벽한 동년을 줄 거야!’하윤은 이 일이 엄청나게 큰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동안 생각하고 도윤을 데리고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과 많이 만나게 하려고 했다. 많이 만나면 도윤의 동심이 돌아오지 않을까 싶었다.하윤은 어디를 가던 도우미가 자기를 보는 것이 싫어, 그냥 아파트에 살았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가 있었고 그중에 모래로 촉감놀이 하는 곳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하윤은 그곳에 도윤을 데리고 가기로 마음먹었다.날씨가 좋아 하윤은 도윤의 손을 잡고 그를 집 밖으로 데리고 갔다.모래가 있는 곳으로 가자, 도윤은 모래를 뿌리며 재밌다고 웃어대는 친구들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하윤은 도윤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신나게 말했다.“도윤아, 친구들 얼마나 재밌게 놀아, 우리도 얼른 들어가서 놀자.”도윤은 눈썹이 붙을 정도로 찌푸렸지만, 하윤이 기대에 찬 모습에 하윤과 함께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도윤은 하윤이 시키는 대로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 채로 하윤과 함께 모래에 들어갔다.도윤의 눈썹과 눈은 하윤을 닮았고 나머지는 도준과 똑같았다. 너무 잘생겨서 순식간에 다른 애들의 주의를 끌었다.한 아이가 도윤에게 말했다.“우리 같이 모래 파서 궁전 만들자!”그 아이가 손을 잡으려고 하자 도윤이 한 걸음 물러났다.“미안, 난 엄마랑 놀아야 해서.”하윤은 도윤이 자기랑 놀고 싶어 하는 줄 알고 마음속으로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2화 결혼식 한다고?

    하윤이 해성시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소혜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혜는 딸 민효연이 첫돌 생일을 쇠는 김에 미뤘던 결혼식도 같이 한다고 했다.지훈이 산을 구매해서 이제 산속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했다.하윤이 깜짝 놀랐다.“결혼식 한다고?”“네!”소혜는 간식을 먹으며 말했다.하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소혜를 불렀다.“소혜야.”소혜가 목을 쭉 뻗었다.“네?”지훈이 욕실에서 몸을 내밀자, 빛나는 눈은 여우처럼 사람을 홀렸고 머리가 젖어 더욱 섹시해 보였다.지훈의 보조개는 아주 귀여웠다.“수건 가져다줘.”지훈의 섹시한 모습에 소혜가 다급히 말했다.“언니, 오빠한테 언제 시간 되는지 물어봐 줄래요? 그럼, 이렇게 정하고 저는 남자 만지러, 아, 아니, 수건 가져다주러 갈게요!”‘헤헿.’통화를 마친 하윤이 소혜가 보낸 웨딩사진을 보고 마음이 조금 찡했다.소혜를 보고 그런 것이 아니라 지훈을 보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저녁 식사를 할 때, 하윤이 이 일을 도준에게 말했다.“지훈이 소혜랑 결혼식 올린대요. 다음 달에 한다는데, 당신이 언제 경성에 있는지 물어보라고 하던데.”도준이 하윤을 바라봤다.“그건 당신한테 달린 거 아닌가? 당신이 자꾸 밖으로 돌아다니니까 내가 힘을 좀 써서 당신을 잡아와야지.”“말하는 것 좀 봐요. 제가 무슨 나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말하네요? 다 연습하러 가는 거지.”하윤은 젓가락을 입에 물고 일부러 아까 했던 말을 반복했다.“소혜랑 지훈이 결혼식 한대요.”도준은 물을 마시고 콧소리가 섞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응.”도준이 눈치채지 못하자, 하윤은 더 선명하게 눈치를 줬다.“아니, 쟤네는 아이가 태어난 뒤에 미뤘던 결혼식 올리는 거네요?”도준이 웃으며 말했다.“아니면? 아기를 배속에 다시 밀어 넣고 결혼식 할 수는 없잖아?”하윤은 화가 나 그릇에 담겼던 완자에 구멍을 뚫었다.“맞아요! 맞는 말이죠!”도준이 눈치가 없자, 하윤은 밥을 다 먹고 나서도 도준과 한마디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을 봤다.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1화 가고 싶어?

    경성에서 하윤이 자기 전에 핸드폰을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침대에서 급히 일어나 욕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여보!”“도준 씨!”“도준 씨!!”욕실의 안개가 도준의 넓은 어깨에 흩어졌고 도준은 가운을 걸치고 나왔다. 가슴팍이 보였고 물기를 채 닦지 않아 가슴팍과 근육을 따라 아래로 흘러내렸다.도준은 하윤의 다급한 부름에 어디 부딪힌 줄 알고 급히 나왔는데, 나와보니 하윤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파닥거리고 있었다.도준은 들고 있던 수건으로 하윤의 엉덩이를 때렸다.“왜 그래? 무슨 귀신이라도 봤어?”하윤은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도준의 어깨에 놓고 핸드폰을 도준에게 들이밀었다.“빨리 봐봐요! 빨리!”하윤이 너무 날뛰어 핸드폰을 너무 가까이 대는 바람에 도준은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았다.도준은 하윤의 손목을 뒤로 잡아당겼지만 하윤이 손을 흔드는 바람에 인내심이 없어 하윤의 허리를 안고 침대에 눕혔다. 혹시라도 너무 흥분해서 침대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보기 귀찮으니까 얘기해 줘.”“고은지가 결혼한대요! 누구랑 하는지 맞혀 봐요!”도준이 물어보기도 전에 하윤은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곽준호! 곽도원의 아들 말이에요! 세상에, 아무런 연관이 없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결혼하게 된 거죠?”도준은 침대에 기대며 말했다.“아무 연관이 없진 않지. 전에 곽도원이 고은지를 새 아내로 맞이한다고 술자리를 열었었어.”“네?”하윤이 깜짝 놀랐다.‘그럼, 고은지가 곽준호 새엄마? 세상에! 나보다 더 용감하네?’하윤은 참지 못하고 도준을 밀었다.“얼른 얘기해 봐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도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팔을 하윤의 다리에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하윤은 도준의 팔을 치워버렸다.“쳇, 당신도 몰라요?”하윤의 귀여운 모습에 도준이 하윤의 볼을 꼬집으며 그녀를 돌렸다.“그렇게 알고 싶으면 결혼식에 가면 되겠네.”하윤은 볼이 꼬집혀서 말을 똑바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60화 슬픈 멜로디(99)

    준호는 가볍게 물었지만, 눈빛에는 긴장함이 깃들어 있었다.준호는 은지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그녀의 마음도 자신처럼 뜨거운지 보아낼 수 없었다. 그리고 은지가 왜 준호를 찾지 않고 준호가 왔을 때 그에게 기회를 주는지 알지 못했다.사람은 누구나 욕심이 수도 없이 많아진다. 은지를 볼 수 없을 때는 볼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또 만나니까 가지 말라고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가지 말라고 잡으면 은지 마음속에 준호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준호의 마음은 조각조각으로 나뉘어 흩어져 버렸다.준호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자신의 기분을 은지가 느끼게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은지는 준호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난 너 속이기 싫어, 난 너 없어도 잘 살아.”준호의 손에 힘이 빠졌고 빛나던 눈도 빛을 잃었다.준호가 기분이 처져 손을 떼려고 하는데, 은지의 차가운 손이 준호의 손등을 감쌌다.“근데 네가 있으면 난 더 기분이 좋아서 매일 행복하게 살 거 같아.”실망했던 준호는 조금 희망을 얻고 말했다.“왜 말을 그렇게 늦게 해! 날 그렇게 힘들게 할 거야?”은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아마도?”준호는 은지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고, 이렇게 정말 기뻐서 나오는 웃음은 더 본 적이 없었다.준호는 성큼성큼 은지에게 다가가 입맞춤했다.“고은지, 너 이번에 또 가면 너 절대 안 놔줄 거야!”“응.”비음이 섞인 은지의 목소리에 준호의 몸은 순식간에 타올랐고 준호는 은지를 품에 안았다.“더 이상 나 화나게 하면 안 된다?”“될수록 그렇게 해볼게.”은지는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성격에는 문제가 없어?”“너!”준호는 화를 내고 싶었지만 계속 품에 안고 싶었던 은지를 안고 있어 화를 낼 수 없었다.“성격 안 좋은 거 나도 알아, 차근차근 알려주면 나 다 고칠 수 있어.”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말은 잘 듣네.’“다 고쳐도 나 좋아해야 된다? 안 그러면 너 안 놔줄 거야!”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될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9화 슬픈 멜로디(98)

    아까는 은지에게 핍박을 당해 자기도 모르게 질문이 나왔다.두 사람은 마주 보며 차에 앉아 있었고 은지가 준호를 지그시 바라보자, 준호는 그 물음을 다시 물어볼 수 없었다.그러나 준호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한 적 있어.”아까까지 겨울의 추위에 덜덜 떨던 준호가 은지의 대답에 봄으로 끌려온 것 같았다.준호는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기분이 좋아 다시 물었다.“뭐라고?”은지는 담담하게 바로 대답했다.“이 6개월 동안 너 생각한 적 있다고.”이 6개월 동안 은지는 준호처럼 어린 사람, 준호처럼 무모한 사람, 은지를 마음에 들어한 사람,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 중에 준호처럼 진심으로, 물을 끼얹어도 꺼지지 않는 불씨와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은지는 30여 년간 계속 연기를 했었다. 이성희한테서 귀염을 받으려고, 고씨 집안의 사랑을 받으려고, 곽도원의 귀염을 받으려고 말이다.은지가 수많은 자태를 뽐냈지만, 준호는 은지가 가장 악독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고도 좋아한 사람이다. 그래서 준호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생각났다.“그럼, 앞으로 생각 안 할 거야.”“너!”준호가 다급히 말했다.“왜? 아까는 내 생각 했다며?”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준호를 바라보았다. 은지는 준호의 화가 차츰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준호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나, 나도 네 생각 했어.”이때 차의 라디오에서 로맨틱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준호는 평소에 이런 노래를 듣기 싫어했는데, 지금 들으니 아주 로맨틱했다.준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은지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가게는 저기 있어.”은지가 물어보지 않자, 준호도 은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나랑 가는 거야, 마는 거야?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볼 용기가 안 나!’마을이 너무 작아 노래 한 곡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목적지에 도착했다.은지가 차에서 내리자, 준호도 따라서 내렸고 은지가 계단으로 올라가자, 준호도 따라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8화 슬픈 멜로디(97)

    호텔 내부의 뜨거운 공기에 준호는 재채기를 했고 곧이어 식탁 앞에 앉아 있는 은지를 발견했다.반년이 지나 은지의 머리는 좀 길었지만 조금 헝클어진 상태로 풀어 놓았다. 회색 니트를 입고 있었고 전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었다. 준호는 뜨거운 공기 때문에 목이 말랐다. 열정 넘치는 아저씨가 준호 보고 얼른 와서 앉으라고 하면서 술을 부어주었다.“은지 남자 친구죠?”준호는 은지가 또 전처럼 새엄마라고 할까 봐 경계했다.그러나 은지는 그저 간결하게 대답했다.“아니요.”준호는 한숨 돌렸다. 그러나 곧이어 준호는 또 짜증이 났다.이제 은지가 준호의 새엄마도 아니니 정말 아무런 사이가 아니다.희현은 은지에게 귓속말했다.“저 사람은 왜 또 언니 잡으러 온 거예요? 제가 문 지킬 테니까 도망갈래요?”말을 채 하지 못했는데, 은지가 희현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었다.“왜요? 이 계획 별로예요?”“아니, 너 목소리 너무 커서 저 사람이 너 보고 있어.”과연 고개를 돌리자, 준호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희현을 바라보고 있었다.희현은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이제 막 유명해지려고 하는데, 죽으면 안 되지.’희현이 한 말 때문인지, 은지가 준호를 불러 놓고 준호랑 말을 안 해서인지, 밥을 채 먹지 못했는데, 그는 은지가 화장실을 갔을 때 막아섰다.은지가 손을 씻고 돌아섰는데, 준호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은지는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준호가 지금까지 버틴 것이 기적 같았다.“손 씻으려고?”준호는 잘 얘기해 보려고 했는데, 은지의 말에 또 화가 났다.“손 씻는다고? 내가 이렇게 먼 곳까지 찾아왔는데, 손 씻으러 왔겠어?”은지는 준호의 손에 묻은 양념을 가리키며 말했다.“그건 아니겠지만, 손은 씻어야 할 거 같아.”준호는 은지가 한 말에 반박할 수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을 씻었다.손을 다 씻은 준호는 은지가 자리에 돌아갔을 줄 알았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은지가 옆에 서 있었다. 거울 속의 두 사람은 연인처럼 붙어 있었다.은지가 준호를 보자,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7화 슬픈 멜로디(96)

    ‘설마 고은지?’곧이어 여자가 목도리를 벗자, 얼굴이 보였다.은지가 아니라, 전에 은지와 함께 준호를 속였던 배우 희현이었다.연말이 되자, 밖에서 일하던 자녀들이 다 무진으로 돌아왔기에 마을에 못 보던 차가 많이 세워져 있어 희현은 준호의 차를 의심하지 않고 차 주변을 돌며 통화를 했다.“여보세요? 언니, 저 도착했는데, 어디 계세요?”“호텔 쪽에 있어요? 아, 그럴 줄 알았으면 택시 타고 호텔로 갔죠.”준호는 희현의 통화를 듣고 마음이 다시 뜨거워졌다.‘언니? 고은지인가? 고은지도 여기 있나?’...무진에 호텔이 하나밖에 없었지만, 항상 손님이 별로 없었다. 연말이라 손님이 더 없어서 주인장은 일 층에 탁자를 다 붙여서 음식을 해놓았다. 아이들이 모여 있어 희현이 왔을 때 아이들이 희현에게 달려왔다.“희현 언니!”희현은 통쾌하게 용돈을 나눠줬다.“이리와, 언니 돈 많이 벌어서 너희 용돈 줄게!”아이들을 보내고 희현은 창 옆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로 다가갔다.“언니, 저 왔어요!”은지가 처음에 무진에 왔을 때는 준호를 피하려고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피할 필요가 없어져 사탕 가게를 책방으로 바꾸고 알바생을 찾았다. 이 책방에서 책을 보면 사탕을 먹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했다.이 반년 동안 은지는 여행을 다니면서 지냈다.며칠 전, 호텔 주인이 은지보고 무진에 와서 연말을 보내라고 했고 아이들이 은지를 보고 싶다고 해서 오기로 했다.희현은 옆 마을에서 드라마를 찍다가 같이 식사하러 왔다.식탁에는 맛있는 음식이 한 상 차려져 있었고 사람들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둘러앉았다.밖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준호만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차가워진 도시락을 들고 화를 냈다.준호는 은지가 외롭게 연말을 보낼 줄 알고 도시락까지 싸서 왔는데, 이렇게 화목하게 모여서 보낼 줄 몰랐다.준호는 몇 시간을 운전해서 여기까지 온 자신이 참 바보 같았다.이렇게 도시락을 건네주기는 좀 그렇고, 아무 말도 안 건네고 가자니 아쉬

  •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제1656화 슬픈 멜로디(95)

    준호도 그동안 못 완성했던 임무를 마저 수행해야 했다.전에는 은지를 찾는 데만 집중해서 임무는 뒷전이었다. 이번에는 각 지역을 하나씩 제대로 돌아봐야 했다.돌아본 곳이 많아질수록 준호의 마음도 점차 평온해졌다.마을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자연과 마주하니 준호의 성격도 많이 누그러졌다.3개월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준호는 남한성에 돌아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냈다.팀장은 준호가 전과 달라진 모습에 칭찬했다.“이런 일 많이 하니까 좋은 점이 있네.”...그 후로 준호는 예전처럼 훈련하고 임무를 수행했다.이곳에 있으면 외계의 간섭을 덜 받기에 사람들이 준호의 집안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 개의치 않았다.그저 매일 밤 침대에 누우면 준호는 신옥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은지 씨가 정말 차가운 사람이라면 날 위해 비밀을 지켜주지 않았을 거야.’신옥영도 이 비밀을 준호가 알게 되면 많은 것을 바꾸게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은지처럼 작은 일도 따지는 사람은 무조건 알았을 것이다.준호는 전에 은지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냉혈 동물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잘 알 수 없었다.‘고은지 나한테 정은 있었나?’준호는 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뜨겁기도 했다.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에 쉽게 들 수 없었다.‘만약 고은지가 나한테 마음이 없다면 이미 놔줬으니까 다시 가서 방해하면 안 돼. 근데 혹시 나한테 마음이 있었다면?’...눈 깜짝할 사이에 연말이 되어 길거리는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준호는 신옥영이 머무는 저택으로 갔는데, 집안이 시끄러웠다.하나가 장원수를 지휘하며 집을 꾸몄고 하나는 신옥영과 함께 음식을 만들며 신옥영에게 애교를 부렸다.올해에 준호는 신옥영의 저택에서 이 부녀를 자주 봤는데, 처음에 그들을 만났을 때, 살기 가득한 눈으로 장원수를 쏘아보며 일자리며 가족 관계까지 다 물어봤었다. 나쁘지 않았다.그러나 신옥영은 재혼할 마음이 없어 보였고 준호는 신옥영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자기는 신옥영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