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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민도준의 이름을 듣자 한민혁의 표정은 잠시 침울해졌지만 이내 억지 미소를 지었다.

“에이, 도준 형 소식이랄 게 있나요? 뭐, 도준 형이 제 꿈에 나와 말이라도 전하면 제가 맨 먼저 하윤 씨한테 알려줄게요.”

권하윤은 그 말에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 솔직히 본인도 자기의 행동들이 우습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렇게 헛된 희망이라도 붙잡고 있지 않으면 정말 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한민혁의 얼굴에 드리운 걱정이 눈에 보였는지 권하윤은 심호흡을 하더니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다.

“오늘 저 불러낸 거 보면 무슨 일 있어요?”

“네.”

한민혁은 잠깐 고민하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

“사실 경찰서에서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 먼저 입건해 범인부터 조사하고 나중에 도준 형인 게 밝혀지면 사망 통지서를 발부하기로 했어요. 그 덕에 민씨 가문 식구들도 당분간은 얌전해질 거예요.”

‘이 일이었구나.’

“네.”

기대로 부풀었던 가슴은 실망감에 김빠지듯 낮은 소리를 내뱉었다.

그때, 한민혁이 권하윤의 안색을 한참 동안 살피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궁 가주가 나섰다던데, 혹시 하윤 씨와 관련 있어요?”

“제가 도움 요청했어요.”

권하윤의 덤덤한 대답에 한민혁의 표정은 살짝 어두워지더니 뭐라 말하려는 듯 입을 뻐금거리다 다시 다물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끝내 참지 못했는지 입을 열었다.

“저기, 권하윤 씨가 도준 형을 생각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공 가주랑은 어…….”

“저도 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고 있어요.”

권하윤은 흐릿한 시선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전 그저 이곳을 지켜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권하윤이 고집을 부리자 한민혁도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심지어 권하윤이 떠난 지 한참이 지나서까지 마땅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여기를 지키기보다는 도준 형을 위해 정조를 지켜주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골치 아픈 나머지 뒤통수를 긁적이고 있던 그때, 갑자기 울린 전화에 문자를 확인한 한민혁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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