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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쉽게 믿지 마

권하윤은 몸을 한껏 웅크린 채 한참을 흐느꼈다.

“은우야, 도준 씨가, 도준 씨가…….”

“나는 네가 죽은 줄 알고, 시체까지 훼손된 줄 알고 약을 탄 거였어.”

“나 이제 어떡해? 은우야…… 나 이제 어떡해…….”

혼이 나간 사람처럼 같은 말을 자꾸만 반복하는 권하윤의 모습에 성은우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위로했다.

“윤아, 너도 몰랐잖아. 민 사장이 일부러 너 속인 거였는데 너라고 어떻게 알았겠어? 그 모자도 만약 민도준이 모른 체 하지 않았더라면 남기 손에 들어갈 리 없어.”

하지만 권하윤은 이제 더 이상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처럼 계속 같은 말만 반복했다.

“다 내 잘못이야. 은우야, 도준 씨가 죽는 순간까지 나 미워한 건 아니겠지?”

만약 민도준이 아직 살아있다면 권하윤은 그나마 그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를 생각했을 거다.

하지만 민도준이 없는 지금, 권하윤에게 남은 건 오직 미안함과 오랫동안 억누르고 외면했던 감정뿐이었다.

가슴이 미어질 듯 울고 자기를 탓하는 권하윤을 보자 성은우의 냉철하기만 하던 눈매에 슬픔과 걱정이 드러났다.

이것 또한 성은우가 지금껏 나타나지 않고 묵묵히 뒤에서 권하윤을 지켜보기만 했던 이유다.

그가 안 죽은 걸 권하윤이 알게 되면 분명 자기를 탓할 테니까.

오늘도 상황이 긴급하지만 않으면 성은우는 나타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성은우는 그저 말없이 권하윤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가 진정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그때, 권하윤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면서 다급히 성은우를 불렀다.

“은우야. 네가 안 죽었다면 도준 씨도 안 죽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성은우를 보는 권하윤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물거품 같은 희망이 살짝 드러났다.

그러한 상황에서 부정하면 권하윤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아 성은우는 입을 뻐금거리다가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역시나, 그 말에 희망이 다시 살아났는지 권하윤은 기뻐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맞아. 도준 씨도 살아 있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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