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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2화 드레스 좀 골라 봐

수선을 거친 외투는 민도준의 몸에 딱 맞았다.

평소 이렇게 격식을 차린 옷차림은 거의 입지 않는 민도준인지라 본래 지니고 있던 야생미가 쉽게 숨겨지지 않았다. 오히려 귀족 같은 분위기와 억압되지 않은 자유로움이 어우러져 신비하고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권하윤은 칭찬할 입장이 아니었고 고은지는 말수가 적은지라 결국은 옆에서 지켜보던 민시영이 입을 열었다.

“오빠 진짜 멋있네.”

거울에 비친 민도준은 뒤쪽을 흘깃 살피더니 피식 웃었다.

“입바른 소리만 할 줄 안다니까.”

“진심이거든. 그렇게 기분 좋으면 나랑 하윤 씨가 이따가 고른 옷도 오빠가 계산하던가.”

“그래.”

농담 섞인 민시영의 요구에 통쾌하게 대답한 민도준은 거울로 권하윤을 힐끗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제수씨가 나를 도와 넥타이까지 매줬는데, 감사 인사는 해야지 않겠어?”

갑자기 호명 당한 권하윤은 흠칫 놀라 굳어버리더니 어색한 미소를 쥐어 짜냈다.

“별말씀을요.”

말속에 담긴 내용은 어렵사리 좋아진 분위기를 다시 가라앉혔다.

그때 점원이 수선을 마친 드레스를 들고나오면서 고은지에게 다가갔다.

“고객님, 입어 보세요. 또 불편한 곳 있으면 바로 수선해 드리겠습니다.”

“아니에요. 바로 포장해 주세요.”

고민도 걸치지 않고 내뱉은 그녀의 말에 점원은 일순 어리둥절해졌다. 방금 전 그들의 대화에서 이 드레스가 곧 있을 약혼식에 입을 드레스라고 들었는데 이토록 경솔하게 결정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은지가 결정한 일에 점원이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점원은 드레스를 넣은 가방을 고은지에게 건넸다.

“도준 씨, 저 또 준비해야 할 게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그래.”

고은지는 상징적으로 권하윤과 민시영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고는 드레스를 받아 들고 떠나버렸다.

그리고 얼마 뒤, 민시영도 권하윤을 힐끗 살피더니 눈치껏 말을 꺼냈다.

“저도 오후에 친구와 약속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나중에 드레스 고르면 도준 오빠더러 계산하게 해요.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 저녁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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