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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비를 맞으며 돌아오다

자기가 전혀 내뱉은 적 없는 일이 노부인의 귀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안 공태준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공씨 가문의 메이드들은 고용인일 뿐만 아니라 사람을 감시하는 눈이기도 하다.

그들이 있는 곳에 비밀이란 있을 수 없다.

심지어 공태준이 본가에 살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그 수많은 사람의 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가주라는 두 글자는 그를 높은 자리까지 올려주었지만 그 대신 투명한 철창 속에 가둬두었다.

한참을 침묵하던 공태준이 끝내 입을 여는 바람에 오래 지속된 침묵이 깨졌다.

“민 사장 약혼식에 참석하는 김에 비즈니스도 상의할 겸 한동안 경성에 다녀오려고요.”

“응.”

자기가 들은 소식과 별반 다르지 않자 노부인은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었다.

“민씨 가문도 큰 변화가 찾아올 날이 머지않았다. 게다가 민도준이 가문을 삼키게 될 가능성도 있고. 허니 미리 왕래해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구나. 다녀오거라. 나 대신 선물도 전해주고.”

한참 동안 말하건 그녀는 눈꺼풀을 들며 공태준을 바라봤다.

“참, 성은우가 곁에 없으니 불편할 텐데 내가 다른 애 하나 물색해 뒀다. 자기 구역이 아닌 곳에 가는데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니.”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어두운 곳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이 애가 앞으로 네 곁을 지킬 거다. 이름은 이남기이니 믿어도 된다.”

“가주님, 처음 뵙겠습니다.”

공태준은 자기한테 인사를 해오는 이남기를 무시한 채 상석에 앉은 노부인을 바라봤다.

“네, 그러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태준아.”

하지만 그가 안채를 나서려고 할 때 등 뒤에서 부름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무게감 있는 엄숙한 목소리가 산처럼 그를 눌렀다.

“공씨 가문의 모든 사람의 운명이 네 손에 달렸다. 우리를 실망시키지 말거라.”

그 말이 떨어지고 얼마나 지났을까? 공태준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서 짤막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네.”

-

오전까지 화창하던 하늘은 오후가 되자마자 가랑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가느다란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렸다가 흘러내리는 바람에 시야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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