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59화 권씨 가문을 대표하다

권하윤이 잠에서 깰 기미를 보이자 민도준은 이내 손을 거두며 아이 달래듯 이불로 꽁꽁 싸맨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그녀가 순을 고르게 내뱉으며 다시 꿈나라에 들자 그제야 욕실로 걸어갔다.

빗방울의 연주 소리에 너무 깊이 잠근 권하윤은 다음 날 아침 깨어났을 때도 현실이라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어젯밤 잠든 사이에 어렴풋이 민도준이 왔었던 것 같은데 현재 옆은 텅텅 비어있었다.

‘설마 꿈인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학교에 가서 권효은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그녀는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별장을 나섰다.

그녀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마침 휴식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일반 학교와 달리 그곳은 휴식 시간인데도 시끌벅적하지 않았다.

예쁘장한 여자애들은 마치 잘 포장된 도자기 인형처럼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교정을 누비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는 햇빛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지만 발밑에는 간밤의 비로 고인 물이 질퍽하게 있었다.

그 길을 걸어가는 여자애들의 다리와 신발에는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흙탕물이 자잘하게 튀어 있었다.

느릿느릿 걸으며 관찰한 결과 권하윤은 여자애들이 아직 학생이지만 옷차림에 매우 신경 썼다는 걸 보아냈다.

그리고 그 순간 여고에 들어온 소녀들은 재벌녀로 될 수 있다던 권희연의 말이 생각났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 하루 이틀은 별일 아닐지 몰라도 오랜 시간 부유한 삶을 경험하면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할법하지.’

아마도 이것이 바로 수많은 학생들이 권씨 가문의 민낯을 폭로하지 않는 데다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거다.

허영심, 재벌가 며느리가 되면 잘살 수 있다는 허황한 꿈에 소녀들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썩어 문드러졌을지도 모른다.

‘가는 길목마다 이렇게 미끼를 뿌려놨으니 그 많은 애들이 앞에 벼랑이 있는 줄도 모르고 하나둘 모여들었지.’

생각하면 할수록 권하윤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이윽고 권씨 가문을 무조건 무너트려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건 그녀를 위한 것뿐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