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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나한테 고백할 거 없어?

유독 거센 산바람이 두 사람의 옷자락을 스쳐대는 바람에 자꾸만 펄럭거렸고, 반쯤 떠 있는 발이 바닥을 찾으려고 허우적댔지만 그녀를 미는 힘은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허공에 둥둥 뜬 채 느껴지는 중력감과 허리를 끌어당기는 힘이 서로 대조를 이루어 공포감에 휩싸인 권하윤은 필사적으로 민도준의 팔을 두드렸다.

“빨, 빨리 놓으세요.”

하지만 민도준은 그녀의 긴장감을 무시한 채 장난기 어린 말투로 되물었다.

“놓으라고? 정말 놓을까?”

몸이 뒤로 젖혀 민도준의 팔에 의지해 있던 그녀는 그제야 민도준이 놓는 순간 절벽 아래로 떨어질 거라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그걸 자각하는 순간 허리를 두르고 있던 손이 일순 풀렸다.

저도 모르게 “아”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 무섭게 풀어졌던 팔이 다시 그녀의 허리를 조여오며 다시 안쪽으로 끌어들였다.

이윽고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재밌어?”

하마터면 저승의 문턱을 넘을뻔한 권하윤은 숨을 헐떡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때 조롱 섞인 웃음소리가 바람에 흩어졌다.

“내가 손 놓으면 제수씨 죽어.”

권하윤은 대답할 기력도 없었다. 번지점프 체험보다 더 두려운 현실에 모공 하나하나에 전율이 흘렀고 솜털마저 쭈뼛쭈뼛 고개를 들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녀는 동아줄이라도 잡는 것처럼 민도준의 팔을 꽉 붙잡았다.

그러던 그때.

“저기 봐. 동림 부지 이미 재개발 들어갔어.”

민도준은 짖궂게 그 자세 그대로 권하윤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권하윤은 그곳을 감히 바라볼 수 없었다. 다음 순간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온 정신이 절벽에 걸터 선 자기 발에 쏠려 있었다.

그런데 민도준이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강제로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노란 바리게이트에 둘러싸인 시공 현장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 규모에 권하윤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일전에 동림 부지에 대해 어느 정도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심지어 이 부지를 빼앗으려고 사람들이 암투와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얼마나 벌였는지도 대충 건너 들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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